필로폰·대마초·LSD·엑스터시 등 종류도 다양…“강제 권한 없어 본사에 삭제 요청만”
  • ▲ 트위터에 올라온 마약 홍보 게시물. ⓒ트위터 캡쳐
    ▲ 트위터에 올라온 마약 홍보 게시물. ⓒ트위터 캡쳐
    “처음 맛보는 ‘아이스’ 팝니다. 퀄리티 보장하는 대만산 100%.”
    “똥술·멍술 하지 마시고 순도 높은 술맛 보세요. 수도권 전 지역 1시간 내 ‘던지기’ 가능.”

    1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마약광고의 홍보 문구다. 이처럼 마약상들은 SNS를 통해 필로폰(메스암페타민)을 비롯한 대마초·LSD·엑스터시 등 다양한 마약을 판매한다.
     
    마약상들은 이 같은 광고에 마약 실물사진이나 인증 동영상까지 첨부했다. 이들은 저마다 "신뢰할 수 있는 상품을 판매"한다며 "(다른 마약상보다) 고품질의 필로폰이나 대마초 등을 보유"했다고 주장했다.

    하루에 마약 홍보 10번 넘게 해도…강제 삭제 못해 

    이들이 사용하는 ‘아이스’와 ‘술’은 필로폰을 뜻하는 은어다. 이 외에도 뽕·물건·크리스탈·얼음 등의 용어를 쓰기도 한다. ‘똥술’과 ‘멍술’은 가짜 필로폰을 뜻하는 말이다. ‘던지기’는 마약 거래 수법의 일종이다. 구매자가 마약상에게 돈을 입금하면 마약을 숨겨 놓고 그 위치를 알려주는 방식이다.

    SNS에는 은어로 점칠된 마약광고가 하루에도 10개 이상 올라온다. 성인 인증 같은 검증 절차도 없어 접근이 지나치게 쉽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들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하는 외국계 SNS를 이용해 마약을 홍보하거나 거래한다. 홍보에는 주로 트위터나 텀블러를 이용하며, 거래는 ‘텔레그램’ 메신저앱을 통해 주로 이뤄진다.

    마약광고는 SNS에서 간단한 검색만으로도 쉽게 찾을 수 있지만, 정부와 사법부가 이를 규제하거나 통제할 방법은 마땅찮다. 올라오는 게시물에 대해 삭제 조치를 취해달라고 SNS 업체에 요구하는 정도가 전부다. 

    마약상들이 홍보글을 올리는 트위터·텀블러·텔레그램 등은 한국에 공식적으로 뿌리내리고 서비스하지만, 운영방법이나 서비스는 이들 본사에 권한이 있어 강제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관계자는 “이런 게시물(마약 홍보)에 대해 업체 측에 시정 요구를 하고 있다”면서 “국내업체인 경우 삭제 요구를 할 수 있고, 해외업체는 접속 차단을 요구할 수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딱 그 정도의 권한을 가지고 있다”며 “정보에 대한 유통 금지를 주 임무로 한다”고 말했다.

    신희정 트위터코리아 이사는 본지와 통화에서 “법적인 요청을 접수하는 채널은 트위터코리아에 있는 게 아니라 본사에 있다”며 “이렇게 접수된 요청은 본사에서도 우리에게 공유해주지 않아 자세히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신 이사는 “트위터코리아 측에서도 자체 머신러닝이나 AI를 통해 불법 게시물은 삭제하고 있다”면서도 “특정 키워드(마약·도박)를 단속하는 것은 아니다. 키워드 기반 단속의 경우 ‘마약을 하지 말자’고 쓴 게시물도 삭제되기 때문에 불법 게시물을 올리는 IP를 위주로 단속한다”고 밝혔다.

    트위터코리아 측은 "마약류를 포함해 법에 저촉되는 게시물을 올리는 계정은 영구삭제 조치한다"고 밝혔지만, 트위터 자체가 이메일 인증만 하면 쉽게 가입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땜질 처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SNS 마약거래로 젊은 층에 마약 확산

    SNS를 통한 마약거래로 마약사범의 연령대가 낮아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경찰청의 '마약류 등 약물 이용 범죄' 집중단속기간(2019.02~05)에 검거된 마약사범 중 31.2%가 온라인을 통해 마약을 거래하다 적발됐다. 이들 중 20, 30대가 53.4%로 절반을 넘었다.

    지난 5년간 자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2015년 94명에 불과하던 10대 마약범죄 검거인 수는 올해 114명으로 늘었고, 20대 역시 2015년 969명에서 1553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마약전담센터를 운영 중인 법무법인 테미스의 김태훈 대표변호사는 “과거에는 마약거래가 대면접촉으로 이뤄졌지만, 최근에는 SNS나 텔레그램 등으로 옮겨가면서 이들의 사용에 익숙한 젊은 층에 마약이 빠르게 확대된 것”이라면서 “젊은 층의 경우 자제력이 떨어지는 데다 ‘즐기는 문화’로 생각하다 보니 혼자서 걸리는 경우보다 여럿이 같이 걸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