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청원글 게시 후 이틀 만에 3만 명 동의… 부정 여론 확산 분위기에 '형평성' 논란도
  • ▲ '민식이법'이 10일 제371회국회(정기회) 제12차 본회의를 통과했다. '민식이법'은 모든 책임을 전적으로 운전자에게만 떠넘긴다는 반발이 일고 있다. ⓒ뉴시스
    ▲ '민식이법'이 10일 제371회국회(정기회) 제12차 본회의를 통과했다. '민식이법'은 모든 책임을 전적으로 운전자에게만 떠넘긴다는 반발이 일고 있다. ⓒ뉴시스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관련법 개정법률안, 이른바 '민식이법'을 두고 논란이 뜨겁다. 이 법률안은 1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민식이법' 내용이 공개되자 청원에 공감했던 일부 국민도 '이 법은 악법'이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민식이법'은 10월13일 더불어민주당 강훈식 의원이 대표발의했다. 9월11일 충청남도 아산시 어린이보호구역 건널목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한 김민식 어린이의 이름을 딴 법률안이다.

    이 법안의 내용은 크게 어린이보호구역 내 신호등과 과속 단속 카메라 설치 의무화 등이 담긴 '도로교통법 개정안'과, 어린이보호구역 내 어린이 치사 사고 발생 시 가해자를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처벌 수위를 높인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헌 법률(특가법) 개정안' 등 두 가지다. 어린이 치상 사고 때는 1년 이상 15년 이하 징역이나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한 게 주요 골자다.

    어린이 치사 사고 형량 강화… '모든 사고 책임 운전자' 규정, 형평성 논란

    하지만 '민식이법'이 통과되고 구체적 내용이 이슈화하면서 온라인에서는 이 법률안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확산했다. 사고를 방지할 실질적 개선방안없이 모든 책임을 운전자에게만 지우는 것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한 네티즌(아이디 namj****)은 "운전을 전업으로 생계를 잇는 가장이 만약 스쿨존에서 피해자 실수로 사고가 나도 무기징역을 받으면 이 법이 가정파괴법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미 중국인들은 민식이법 같은 걸 악용한 사고 공갈도 일어나는 판에 한국이라고 안 벌어질 것 같나?(아이디 ccar****)"라거나 "애들의 안전을 염려해서 발의한 법이 아님. 법을 만드는 사람, 법을 집행하는 사람, 법을 지키는 사람들이 전부 애들의 안전을 책임지길 포기한 결과물일 뿐임(아이디 lmh****)"이라는 반응도 있었다. 운전자가 아무리 주의하며 서행운전하더라도 보행자가 갑자기 튀어나올 수 있기 때문에 사고 운전자가 억울한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민식이법'이 국회를 통과한 다음 날인 11일에는 청와대 국민청원에까지 등장했다. '민식이법의 개정과 스쿨존에서 어린이를 보호할 실질적 방안을 요청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린 청원인은 "교통사고를 내고 싶어서 내는 운전자는 없으며, 어린이를 보호한다는 취지에는 보행자나 운전자 모두 깊게 통감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제한속도를 준수하고 충분히 안전운전을 했음에도 불법 주정차된 차량 사이에서 갑작스럽게 튀어나오는 무단횡단 등 운이 나쁘다면 사고가 생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운전자만 엄벌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라며 "민식이법의 개정과 어린이를 보호할 수 있는 실질적인 개선방안을 다음과 같이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 글은 13일 오후 2시 현재 2만9125명의 동의를 얻었다.
  • ▲ 민식이법이 국회를 통과한 다음 날인 1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민식이법 개정과 실질적인 방안'을 요청하는 글이 올라왔다. 법조계는 민식이법이 형벌상 비례성의 원칙에 어긋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청와대 홈페이지 캡쳐
    ▲ 민식이법이 국회를 통과한 다음 날인 1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민식이법 개정과 실질적인 방안'을 요청하는 글이 올라왔다. 법조계는 민식이법이 형벌상 비례성의 원칙에 어긋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청와대 홈페이지 캡쳐
    교통전문가들 역시 ‘민식이법’ 시행과 함께 실효성 있는 교통사고 예방안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청와대 국민청원글도 등장… "무조건 운전자 처벌, 정의에 반해"

    이성렬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어린이보호구역이라는 게 지역마다, 학교마다 교통 여건이 다 다르다"며 "과속차량이 많은 곳은 과속단속 카메라가 효과가 있겠지만, 생활도로 등에서는 과속 단속 카메라 설치가 큰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김민식 군 사건도 과속문제이지만, 그 이면에는 불법주차된 차량들 사이로 아이들이 나오는 문제가 있다"며 "가장 큰 문제는 어린이보호구역 내 불법 주정차"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과속 방지턱 설치나 노면 포장 재질을 변화하는 방법 등으로 감속 시설을 늘리고, 어린이보호구역 내 펜스를 설치하는 등 보행자와 차량을 분리하는 등의 방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법조계는 ‘민식이법’이 형벌 비례성의 원칙에 어긋날 수 있다고도 우려했다. 김종민 변호사는 "기본적으로는 형사처벌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전체 형사법 체계의 균형"이라며 "재량의 여지를 대폭 줄이고 무조건 얼마 이상 하다 보니 형사처벌을 경직되게 만들고 일반론적으로 오히려 정의에 반하는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이런 식으로 하다 보면 형사처벌에서 에스컬레이터 현상이 일어나 살인죄보다 더 엄하게 처벌받는 범죄가 속출할 수 있다"며 "스쿨존 내 과속만 처벌한다 하는데, 중앙선 침범, 무단횡단 사고, 차량의 인도 침범 같은 건 괜찮은 건가. 법무부가 조정 역할을 해야 하는데, 직무유기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