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수사한 울산경찰, 집단으로 검찰 소환 거부… 검찰, 강제구인 검토
  • ▲ 경찰. ⓒ정상윤 기자
    ▲ 경찰. ⓒ정상윤 기자
    '조국사태'로 촉발된 검·경 갈등이 극단으로 치달았다. 숨진 검찰수사관의 휴대전화를 두고 쟁탈전을 벌였던 검·경이 이번엔 경찰의 집단 소환 거부로 다시 부닥치는 양상이다. 경찰은 "소환 거부는 개인의 선택"이라는 견해지만, 검찰은 "경찰 윗선에서 수사를 방해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했다. 

    법조계에서는 국회의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 상정을 앞두고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 신경전을 벌인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김기현 전 울산시장과 관련한 '선거 개입' 논란으로 비판받는 경찰이 여론전을 펼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김태은)는 최근 김 전 시장에 대한 하명수사 의혹과 관련해 소환조사를 거부한 울산경찰 10여 명에 대한 강제구인을 검토 중이다. 검찰은 이들을 상대로 2017년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이 '김기현 수사팀'을 전면 교체한 이유와, 청와대가 첩보를 이첩한 뒤 경찰 수사의 진행 상황이 바뀌었는지 등 여부를 조사하려 했으나 불발됐다. 

    김기현 수사한 울산경찰 檢 소환 불응, 압수수색영장은 검찰서 기각

    검·경의 갈등 양상은 검찰의 '조국 수사'가 김 전 시장에 대한 청와대의 하명수사 의혹으로 옮겨붙으면서 격화한 모양새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의 추가 소환을 미루고, 그가 민정수석으로 재직할 당시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감찰을 무마했다는 의혹과, 김 전 시장에 대한 수사를 황 청장에게 하명했다는 의혹에 대해 살펴보고 있다. 특히 김 전 시장에 대한 하명수사 의혹은 지난해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뤄진 것으로 밝혀져 청와대와 경찰이 선거에 개입한 것 아니냐는 지적마저 나왔다. 

    검·경은 이와 관련해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의 '백원우 별동대'에서 근무하던 검찰수사관 A씨가 지난 1일 극단적 선택을 하자 그의 휴대전화 확보를 두고 신경전을 벌였다. 관할서인 서울 서초경찰서는 A씨의 사망사건을 접수하고 휴대전화와 유서 등 유류품을 확보했으나, 검찰은 A씨의 휴대전화에 하명수사와 관련한 핵심증거가 들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경찰로부터 휴대전화를 가져갔다. 

    경찰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이 이례적인 데다, 경찰이 수사 중인 사건의 증거품을 가져가면서 경찰에서도 반발이 일었다. 이에 경찰은 지난 4일과 6일 검찰이 가져간 휴대전화를 다시 찾아오기 위해 두 차례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에서 기각당했다. 경찰은 "사망 원인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휴대전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검찰은 "타살 혐의점이 없고, 해당 휴대전화는 법원이 발부한 영장에 따라 이미 적법하게 압수해 조사 중"이라며 경찰의 신청을 받아주지 않았다. 

    이 같은 갈등은 결국 경찰의 집단 소환 거부로 번졌다. 검찰 일각에서는 경찰의 소환 거부를 두고 "경찰 윗선에서 출석을 방해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왔다. 황 청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작금의 상황을 사자성어로 표현하면 '적반하장'이 어울릴 듯하다"고 말했다. 황 청장은 "성실하게 정당한 직무수행을 한 경찰관들은 있지도 않은 하명수사니 선거 개입 수사니 하는 누명을 쓰고 검찰로부터 출석을 요구받고 있다"면서 "검찰은 여론몰이하며 억지로 꿰맞추는 데 익숙한 조직이지만, 이번 만큼은 뜻대로 안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선거 개입' 의혹 경찰, 여론전 들어갔나

    법조계에서는 격화하는 검·경 갈등을 두고 수사권 조정을 앞둔 상황에서 양측이 조금이라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는 전략이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경찰은 이날 "검찰의 휴대전화 압수수색영장 불청구는 자기모순"이라고 비판했다. 경찰 관계자는 "사망 경위 파악을 위해 필요하다"며 통신기록과 휴대전화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했는데, 통신영장은 발부됐다"며 "동일한 사유로 청구한 영장을 법원의 판단도 없이 검찰이 청구하지 않은 것은 우리가 볼 땐 자기모순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최근 국회에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 검찰의 수사지휘권이 폐지되더라도 수사 개시 통보와 수사 종결 여부 협의 등을 의무화해 경찰에 대한 사법통제 등 보완은 필요하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재난사고나 선거, 변사·살인사건 등 중요 범죄에 대해 수사공백이 생겨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이 휴대전화를 가져간 것이 마치 큰 문제가 있는 것처럼 얘기하는데, 문제는 유재수 감찰 중단과 김기현 하명수사와 관련된 증거이기 때문에 조사하는 것이고, 압수수색영장도 나온 것"이라면서 "본질을 흐리며 정치경찰로 가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면 오히려  수사권을 경찰에 주면 안 되겠다는 여론이 확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경찰이 조직적으로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는 상황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한편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심재철 자유한국당 신임 원내대표,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이날 문희상 국회의장실에서 회동하고 패스트트랙 3법(선거법·공수처법·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의 본회의 상정을 잠정보류했다. 그러나 패스트트랙 3법과 관련한 여야 간 견해차이는 여전한 상태이기 때문에 여당이 오는 10일 정기국회 종료 뒤 임시국회를 열어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에 나설 경우 재충돌이 예상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