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진정서 수준의 제보를 보고서 형태로 가공 ②백원우 별동대원 자살… 이 2가지가 증거
-
- ▲ 조국(왼쪽) 전 법무부 장관과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뉴시스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지난해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찰에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표적수사를 하명(下命)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선거 개입' 논란이 일었다. 청와대는 일단 "법과 원칙에 따라 업무를 수행했다"는 견해를 밝힌 상태지만, 선거에 개입하려는 목적으로 하명수사를 지시했다면 조국 전 법무부장관과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등 주요 관련자들은 처벌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검찰은 이들이 선거에 개입하려는 목적이 있었는지 여부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김태은)는 김 전 시장에 대한 하명수사 의혹에 대해 살펴보고 있다. 지난해 지방선거를 전후해 김 전 시장에 대한 비위 첩보가 청와대로부터 경찰에 전달돼 하명수사가 진행됐고, 이에 따라 김 전 시장이 선거에서 친문(親文) 인사인 송철호 현 울산시장에게 패했다는 의혹이다. 검찰은 이와 관련해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현 대전지방경찰청장) 피고발사건을 넘겨받아 수사 중이다. 청와대가 내려보낸 첩보문건에는 김 전 시장 외에 울산지역 야당 의원들의 이름이 함께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핵심은 '선거 개입' 목적 있었나… 법조계 "입증 어렵지 않을 것"검찰은 청와대의 선거 개입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이들이 어떤 목적으로 첩보를 내려보냈는지 여부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가 지방선거에 개입할 목적으로 이 같은 첩보를 경찰에 내려보냈다면 조 전 장관과 백 전 비서관 등 당시 민정수석실의 주요 관련자들은 선거에 개입했다는 혐의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청와대가 제보자의 투서 등을 통해 해당 첩보를 확보했다면 문제가 없지만, 청와대 특별감찰반이나 관계자 등이 첩보를 생산하거나 혹은 생산하는 데 관여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면 선거 개입으로 판단할 여지가 있다. 또 생산자가 청와대 관계자가 아니더라도 첩보가 청와대를 거쳐 울산지방경찰청까지 전달되는 과정에서 누군가에 의해 가공된 사실이 있다면 이 역시 문제가 될 수 있다.청와대는 외부 제보를 받아 경찰에 전달했다는 견해를 밝힌 상태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문건은 외부 제보 없이 특감반이 자체생산한 다음 경찰에 지시해 수사하게 한 사실이 없다”며 “2017년 10월께 당시 민정비서관실 소속 A행정관이 제보자로부터 스마트폰 SNS를 통해 김 전 시장 및 측근에 대한 비리 의혹을 제보받았다”고 밝혔다.그러나 법조계에서는 검찰의 청와대 선거 개입 입증이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첩보가 내려간 시기가 지방선거를 앞둔 때라는 점 △첩보에 등장한 인사들이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자들이었다는 점 △첩보가 가공됐다는 정황이 드러난 점 △경찰 수사로 인해 실제로 선거 결과가 바뀌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검찰이 혐의 입증에 큰 어려움을 겪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법조계 관계자는 "첩보가 내려간 시기가 지방선거를 앞둔 시기인 데다, 선거 출마 후보자들에 대한 내용"이라면서 "또 선거 결과가 여론조사와 다르게 나온 정황들을 종합하면 충분히 선거 개입으로 의심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무엇보다 진정서 수준에 불과했던 최초 제보가 첩보 보고서 형식으로 가공됐다는 점, 또 그렇게 가공했다고 의심받는 '백원우 별동대'의 특감반원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검찰의 혐의 입증에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하명수사 했다면 '헌법'에 위배"… 공직선거법 위반, 직권남용하명수사가 사실로 드러난다면 청와대의 행위는 헌법에 위배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헌법 전문은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이념을 계승한다"고 명시했다. 4·19혁명은 제1공화국 자유당 정권의 3·15 부정선거에 분노한 국민이 궐기한 것으로, 뒤를 이은 제2공화국은 헌법에 4·19 정신을 계승한다고 명시하고 선거관리위원회를 독립기관으로 구성했다. 정부의 선거 개입이나 관권선거를 근본적으로 차단하겠다는 것이다.이헌 한변 공동대표는 "헌법은 전문에 4.19 민주이념을 계승한다고 명시해 국민의 저항권에 대한 이론적 기초를 제공하고 있다"면서 "선거제도는 민주주의의 근간이다. 청와대가 하명수사로 선거 결과를 바꾸는 등 부정선거를 했다면 민주주의를 흔들어 놓은 것으로 역사에 용서받지 못할 죄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또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명시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와 직권남용 혐의도 적용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공직선거법은 공무원이 지위를 이용해 선거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했다. 직권남용죄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권리행사를 방해한 때 적용된다. 직권남용은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