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의원 "경찰이 8~9차례 내 통신 조회"… '범여권 의원'은 한 명도 내사 안 받아
  • ▲ '김기현(60) 전 울산시장 첩보 문건'에 울산 지역 야당 의원들도 거론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뉴데일리 DB
    ▲ '김기현(60) 전 울산시장 첩보 문건'에 울산 지역 야당 의원들도 거론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뉴데일리 DB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이 확산했다. '김기현(60) 전 울산시장 첩보문건'에 울산지역 야당 의원들도 거론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같은 지역의 범여권 인사들 명단은 문건에 담기지 않았다. 청와대가 지난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특정지역 야권 인사들을 겨냥한 문건을 만들었다는 의혹이 커지는 이유다.   

    3일 정치권과 검찰 등에 따르면, '김기현 첩보' 문건에는 울산지역 야당 국회의원 3~4명의 이름이 오르내렸다. 이 문건은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2017년 11월 경찰청에 하달한 것으로, 당초 김 전 시장만을 겨냥한 문건으로 알려졌다. 울산경찰이 지난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김 전 시장 측근에 대한 수사를 시작한 계기가 이 문건이어서다. 

    문건에는 그러나 김 전 시장뿐 아니라, 중진급 국회의원 4~5명 관련 내용도 포함됐다. 2010~12년 당시 한나라당·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의원이던 이들의 정치자금법 위반 소지에 대한 내용이다. 

    요지는 이렇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이 일부 교직원 동의 없이 개인 명의로 이들 의원에게 정치자금을 보내도록 압박했다는 것, 이는 결국 강압적 정치자금 모금이라는 게 골자다. 

    이 문건에 거론된 중진급 의원 4~5명 중 3~4명은 현재 울산지역 한국당·무소속 의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자유한국당 '친문게이트진상조사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곽상도(59) 의원은 "울산지역 야당 의원으로 거론된 이들은 우리 당 4명이 전부"라고 말했다.  

    울산지역 의원 6명 중 야권 인사가 4명 

    울산의 지역구 의원은 모두 6명이다. 야권 인사로는 자유한국당 정갑윤(69·울산 중구)·이채익(64·울산 남구갑)·박맹우(67·울산 남구을) 의원, 그리고 한국당 소속이었던 강길부(77·울산 울주군) 무소속 의원이 있다. 곽 의원이 말한 '4명'이다. 범여권 인사는 이상헌(65·울산 북구)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종훈(55·울산 동구) 민중당 의원 등 2명이다. '김기현 문건'에 오르내린 인사들에는 범여권 진영의 의원은 한 명도 포함되지 않은 셈이다. 

    울산경찰청 지능범죄수사팀은 실제로 2018년 4월 이 문건을 근거로 야권 의원들에 대한 내사를 진행했다고 알려졌다. 김 전 시장이 공천받은 같은 해 3월16일, 수사팀이 울산시청 등 5곳을 압수수색하며 김 전 시장 관련 수사를 시작한 터였다. 경찰은 선거 후 이 사건을 무혐의 처분했다고 전해졌다. 

    울산지역의 한 야당 의원은 3일 본지와 통화에서 "'김기현 문건'에 울산지역 야당 의원들이 거론됐는지는 알지 못했다"면서도 "다만 2017년 말쯤, 서울중앙지검과 울산지방경찰청에서 내 통신 조회를 모두 8~9차례 정도 했고, 항의하니 '다른 사람을 수사하다 보게 됐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그러면서 "굳이 김 전 시장 사건이 아니어도 당시 울산지역에서는 황운하 전 청장이 적폐청산, 토착비리를 척결한다고 하고 다녔다"고 전했다. "'울산과학기술대학원 쪼개기 후원금'과 관련해서는 해당 사항이 내게 없었다"는 말도 보탰다. 다른 의원도 "문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실 자체를 몰랐다"고 부연했다. 

    "2017년 말쯤 검·경이 통신조회"

    '김기현 문건'에 야권 인사들의 이름도 오르면서, '청와대 하명수사' 파문은 확산할 전망이다. 검찰이 11월27일 '울산경찰이 6·13지방선거를 약 세 달 앞둔 지난해 3월 김기현 전 울산시장과 관련한 비위 첩보를 청와대 민정수석실로부터 넘겨받아 수사에 착수했다'는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청와대가 김 전 시장 등 야권 인사는 표적수사를, 유재수(55)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등 여권 인사 비위는 감찰을 무마했다는 의혹을 받는 이유다. 

    한편 검찰은 2일 오후 '백원우 특감반' 소속 검찰수사관 A씨의 휴대전화와 유서 등을 확보하기 위해 서초경찰서를 압수수색했다. A씨는 1일 오후 검찰의 참고인 조사를 3시간 앞두고 사망했다. '백원우 특감반'은 김 전 시장 수사 상황 등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울산에 직접 내려가 김 전 시장 수사 상황을 직점 점검했다고 지목된 인물이다.

    김도읍(55)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따르면, 백 전 비서관은 대통령 친·인척과 주변 인사를 관리하는 팀, 일종의 '해결사' 역할을 하는 팀 등을 따로 운영했다. 백 전 비서관의 각종 지시사항을 이행했다는 '해결사' 역할의 팀에는 A씨와 경찰 출신 총경 등 2명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