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전 의원, 활동가 이름으로 유가족과 시위… 한국당, 유가족 비판에 당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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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교통안전 사고 피해자 부모들이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의원들의 소극적 법안 처리를 규탄하며 빠른 법안 처리를 눈물로 호소하고 있다. ⓒ뉴시스
'민식이법' 통과 불발을 두고 여야가 서로 책임을 미루는 가운데 민식이 부모 등 어린이보호구역 내 교통사고 피해 아동 유가족들이 감성에 호소하며 자유한국당을 탓하고 나섰다.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유가족이 한 정파의 편에 서는 것은 좋지 않다'는 지적과 함께 한국당의 의제 선정 능력을 문제삼았다. '민식이법'이라고 불리는 도로교통법 일부개정안의 문제점도 제기됐다.지난달 29일 국회 정론관에서 민식이 부모를 비롯한 어린이 교통사고 피해자 유가족들이 일제히 자유한국당과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를 비판하고 나섰다. 자유한국당이 '민식이법'을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 포함시켜 법안 통과가 난망하다는 주장이다.민식이 엄마 박초희 씨는 오열하며 "민식이가 왜 협상 조건이냐"며 "무릎까지 꿇었는데 나경원 원내대표는 사과해야 하고, (나는 사과를) 꼭 받아낼 것"이라며 격앙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일반인은 국회의원의 주선 없이는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할 수 없지만, 이날 홍익표 민주당 의원의 주최로 기자회견을 가졌다.'정치하는 엄마들'이라는 좌파 성향의 단체가 유가족들과 함께 기자회견장에 섰다. 이 가운데 활동가라는 이름으로 연단에 선 장하나 씨는 민주당의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 비례대표 국회의원 출신이다.여야 끊임없는 네 탓 공방…유가족은 일방적 한국당 비판이 날의 기자회견으로 한국당이 민식이법 통과를 선거법과 연동시키는 듯한 인상을 주자 한국당은 여론 진화를 위해 급하게 수습에 나섰다. 김정재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정론관에서 즉각 논평을 내고 "자유한국당은 민식이법 등 시급한 민생법안을 우선 통과시킨 후 합법적 필리버스터에 들어가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며 "민주당이 선거법에만 집중해 한국당이 필리버스터를 이용해 민생법안 처리를 막으려 한다는 어처구니 없는 억지까지 부린다"고 주장했다.민주당은 같은 날 '민생법안을 내팽개치는 한국당을 규탄한다'며 국회 본관에서 규탄대회를 열었다. 한국당을 민생법안까지 내팽개치는 정당으로 만들며 '민식이법'도 통과시켜주지 않는 정당이라고 비판한 것이다.나 원내대표도 즉각 반박 기자간담회를 열고 "민주당의 적반하장도 이런 적반하장이 없다"며 "필리버스터를 철회하지 않으면 민생법안 처리를 못하겠다면서 규탄대회를 하는 것이 말이 되나. (민주당이) 민생법안을 스톱시키고 본회의장에 나타나지도 않는다"고 개탄했다. 이어 "그래놓고 민주당과 민주당의 친한 사람들께서 우리한테 민생법안 안 한다고 한다"며 "본회의를 열어야 될 책임을 방기한 것은 국회의장의 국회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2일 논평을 내고 재차 나 원내대표를 비판했다. 그는 "나 원내대표가 비판이 쏟아지자 민식이법 필리버스터는 신청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맞는 말"이라면서도 "나 원내대표가 선거법을 상정하지 않는다면 민식이법을 통과해주겠다고 했던 것은 아이들의 부모님들이 지켜보고 있음에도 민식이법을 인질로 삼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유가족 정파색 띤 행보에… 여론은 동정→ 비판으로황태순 정치평론가는 "민식이법에 대한 주도권을 빼앗긴 것은 한국당의 정치적 기술이 떨어진다는 것을 그대로 노출한 것"이라고 혹평했다. 그는 "민식이법이 처음 이슈가 됐을 때 한국당이 먼저 강력하게 '선처리해야 한다'고 외치면서 '선 민식이법 처리, 후 선거법 논의'를 제안했으면 민주당에 공격받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한국당이 그럴 정도의 테크닉이 없다는 것이 아쉽지만, 그들에게는 다행스럽게도 국민들의 '떼법' 학습효과가 있어 민주당의 프레임이 많이 희석됐다"고 설명했다. -
- ▲ '민식이 엄마' 박초희 씨가 지난 30일 인스타그램에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비판하며 남긴 글. 박 씨는 게시물이 비판을 받자 현재 계정을 비공계로 전환된 상태다. ⓒ인스타그램 캡쳐
여야가 민식이법을 두고 책임공방을 벌이는 사이 유가족이 일방적으로 한국당에 책임을 묻자 동정적이던 여론에도 변화가 감지됏다. 지난 30일에는 민식이 엄마 박씨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나경원 말 바꾸지 마. 너도 엄마라고 속상하다고 내 앞에서 얘기했어"라며 "우리가 다 있는 거 알면서 한 아이 한 아이 호명하면서 협상 카드를 내밀어? 오늘 니 앞에서 혀 깨물고 죽지 못한 내가 후회스럽다"고 비난했다. 이 게시물에는 "민주당이 민식이법 통과 안 시켜주는데 왜 나경원을 욕하냐"는 취지의 글이 다수 달렸다. 논란이 일자 박씨는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비공개로 전환했다.온라인에서도 "오히려 어머니가 민식이를 이용하라고 민주당한테 말하는 것 같다" "적당히 좀 해라. 보기 안 좋다" "안타깝지만 정치에 이용당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는 글이 다수 달렸다. 동정여론이 점차 부정여론으로 이동하는 것이다.법안 자체도 형평성 논란…"국회의원들 여론만 쫓아"민식이법에 대한 법안 자체의 문제점도 제기됐다. 강훈식 민주당 의원이 지난 11월 발의한 이 법은 ▲어린이보호구역 내 신호등과 과속단속카메라 설치 의무화 ▲어린이보호구역 내 교통사고 사망사고 발생 시 3년 이상 징역 부과 ▲12대 중과실 교통사고 사망 발생 시 최대 무기징역까지 부과한다는 내용이 주요 골자다.박주현 황금률 대표변호사는 "국민정서법에 의존한 법 개정이나 법 절차는 매우 위험한 법안을 생성할 가능성이 있다"며 "물론 법감정에 충실하는 것도 좋지만 입법자는 국민의 마음을 잘 다스리면서도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지 않도록 법을 잘 만들어야 할 의무도 있다"고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그러면서 "국민이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가 될 경우도 고려해야 하는 것이 입법자의 책무"라고 부연했다.홍세욱 변호사도 "민식이법을 제정하는 것이 지나치게 여론에 편승해 빠르게 가는 것은 법을 만드는 것에서도 입법만능주의라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며 "형량을 무조건 높이는 것보다 현실에서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황태순 평론가는 "유가족들의 마음을 이해하지만, 한 정파에 서서 민식이법에 대한 진의를 스스로 왜곡하는 것은 좋지 않다"며 "현재 민식이법이 통과되지 않는 것은 여야 누구의 책임이라고 하기도 모호하다. 법이라는 것이 대통령 앞에 가서 울면서 호소한다고 바로 통과된다면 법안은 누더기가 될 것"이라고 경계했다. 이어 "입법은 깎고 다듬고 숙의가 되는 과정이 있어야 하고, 민식이법은 예산 추계와 다양한 검토가 필요한 법안"이라며 "그런데 감성적인 국회의원들이 여론만 쫓고 있다"고 일갈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