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졸 운전기사 김종백 씨를 '감사실장'에 임명… '감사 경력 3년' 요건 삭제해 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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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기도의료원 본부가 위치한 수원병원. ⓒ연합뉴스
경기도의료원이 언론에 "다스의 실소유주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라고 제보한 김종백(43) 씨를 감사실장으로 채용하면서 '맞춤형 공고'를 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본지 취재 결과 경기도의료원은 2019년 10월 감사실장 채용공고를 내면서 '4급 공무원으로, 감사업무로 3년 이상 근무'라는 조건을 삭제하는 등 기존 공고 대비 자격요건을 대폭 낮췄다. 이를 두고 경기도의료원이 이상은 다스 회장의 운전기사 출신인 김씨를 감사실장으로 채용하기 위해 조치를 취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경기도의료원은 경기 도립 의료원이다. 현 정일용 원장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임명했다.이재명 경기지사가 인사권 가진 경기 도립 의료원22일 경기도의료원에 따르면 이 병원은 지난달 15일 채용공고를 내고 김씨를 감사실장으로 채용했다. 김씨는 지난 19일 합격 사실을 통보받았으며, 12월1일부터 정식 출근할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의료원 감사실장은 경기도의료원 본부는 물론 산하 수원·의정부·파주·포천·이천·안성 등 6개 병원의 감사를 총괄하는 자리다. 연봉은 7100만원 수준이며, 3급 공무원으로 보해진다.경기도의료원은 이번 채용공고에서 감사실장의 자격요건으로 '다음 어느 하나의 자격 또는 능력이 있는 자'로 정하고, 그 능력을 △감사업무 수행 역량과 전략을 갖춘 자 △의료원 업무에 대한 이해와 풍부한 경험을 갖춘 자 △청렴성·도덕성·준법성 등 건전한 윤리의식을 갖춘 자로 제시했다. 감사업무나 의료원 업무, 윤리의식 중 하나의 능력만 갖춰도 지원할 수 있다는 것으로, 3급 공무원의 자격요건으로는 어렵지 않은 조건이다.경기도의료원, 4개월 전 감사실장 정관 변경특이할 만한 점은 경기도의료원이 이번 공고를 내기 불과 4개월 전인 지난 5월 감사실장 채용과 관련해 자체 정관을 수정했다는 점이다.경기도의료원의 감사실장 자리는 2017년 1월 신설됐다. 신설 당시 정관에서는 "감사실장은 전문지식과 실무경험을 갖춘 개방형 직위로 임명할 수 있다"고 정했다. 2017년 3월에 진행된 감사실장 채용공고에서도 경기도의료원은 자격요건으로 △중앙 또는 지방자치단체에서 감사 관련 업무를 3년 이상 담당한 사람으로서 4급 이상 공무원으로 근무한 경력이 있는 사람 △공공기관 또는 상장기업체에서 임원급 이상 근무하고 감사 관련 업무를 3년 이상 담당한 사람 △이와 동등한 자격이 있다고 인정되는 자(공공기관의 경영에 관한 전문적인 식견과 능력이 있는 자)를 제시했다. 2019년 공고와 비교하면 자격요건의 수준이 높다.다스 회장 운전기사 그만두고 세차장 운영2017년 공고에 따르면 김씨의 감사실장 취업은 불가능하다. 측근에 따르면 김씨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97년 3월 산업체 특례(방위)로 다스에 입사했다. 이후 2015년 1월까지 18년간 일하면서 그의 주된 업무는 이상은 다스 회장의 운전기사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스 퇴사 후에는 경주에 소재한 청하요양병원에 총무과장으로 입사했지만, 1년여가 지난 2016년 10월께 다시 퇴사하고 같은 지역에서 세차장을 운영했다.김씨는 그러다 2017년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고 '적폐청산' 수사가 시작될 기미가 보이자 언론에 다스의 실소유주가 이 전 대통령이라는 제보를 했다. 김씨는 2017년 4~6월께 지인을 통해 주진우 '시사인' 기자를 만나, 퇴사 후에도 별도로 보관하던 다스 내부 문건을 전달했다.그의 제보에 따라 검찰은 2018년 1월부터 다스와 서울 서초동 영포빌딩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들어갔고, 이 전 대통령은 다스 자금 횡령과 삼성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고 항소해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김종백 씨 '개인사업 부도'… 자리 만들어줬나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경기도의료원이 김씨의 자리를 만들어주기 위해 감사실장의 자격요건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정관을 변경한 것 아니냐는 의심의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김씨는 지난 1월 '2018년 참여연대 의인상'을 수상하면서 "공익제보자이기 때문에 (그동안) 개인사업이 부도났고, 취업도 쉽지 않았다"고 밝혔다. "취업이 안 돼 생활이 곤궁해졌던 김씨에게 경기도의료원이 감사실장 자리를 내준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정일용 경기도의료원장은 2018년 9월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임명했다. 정관 수정은 경기도의료원 이사회의 결의와 경기도지사의 승인만으로 가능하다. 정 원장은 이 지사의 핵심 보건정책 중 하나인 '수술실 CCTV 설치'와 관련해 지난 5월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 주제발표자로 나서기도 했다. 김씨의 제보를 받은 주 기자 역시 이 지사와 절친한 사이로 잘 알려졌다.경기도의료원 측은 2017년 대비 2019년 채용공고에서 자격요건을 대폭 완화한 이유를 "채용 자격요건은 인사팀에서 최종결정하는데, 인력풀을 넓게 가져가자는 차원에서 그렇게 한 것으로 안다. 지원자는 5~6명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경기도의료원은 "블라인드 채용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세부적인 보직이 무엇이었는지 확인이 안 됐다. 이력서에는 운전기사가 총무과 출신이면 '총무과에서 몇 년 근무'로만 적혀 있다"고 말했다.경기도의료원 측의 설명에도 전문성이 없는 인물이 공공 의료기관의 감사를 담당하는 것이 맞는지, 여전히 의문이 제기된다. 또 다른 공공 의료기관인 서울의료원 측은 "의료원 감사실장은 병원 전반의 감사업무를 총괄하는 사람으로, 감사업무에 대한 지식은 물론이고 의료와 병원 시스템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고 말했다김종백 씨는 본지에 "채용공고의 자격요건을 보고 지원했고, 거기에 맞춰서 합격한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