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쟁 중심 민노총보다 "대화와 협상 중시" 한국노총 선택… 500명 전국노동자대회 참석
  • ▲ 한국노총 산하 삼성전자 노조가 16일 공식 출범했다. 삼성전자는 50년간 '무노조 경영'을 고수해왔다. ⓒ뉴시스
    ▲ 한국노총 산하 삼성전자 노조가 16일 공식 출범했다. 삼성전자는 50년간 '무노조 경영'을 고수해왔다. ⓒ뉴시스
    한국노총 산하 삼성전자노조가 16일 공식 출범했다. 삼성전자노조는 첫 일정으로 한국노총 전국노동자대회에 참석했다. 이들이 민주노총이 아닌 한국노총을 선택한 이유는 ‘대화와 협상’을 전제로 한 사측과 관계를 염두에 뒀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노조는 11일 노조설립신고서를 고용노동부에 제출했고, 이틀 뒤인 13일 신고증을 교부받아 합법 노조로 인정받았다. 고용부 관계자는 “삼성전자노조가 제출한 설립신고서에 법적으로 특별한 문제가 없었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노총 선택 이유는 “싸울 땐 싸우더라도 대화와 협상이 기본”

    삼성전자는 설립 이후 50년간 ‘무노조경영’을 고수했다. 삼성그룹 각 계열사에서는 노조 설립을 두고 갈등을 빚었다. 실제로 삼성전자서비스와 삼성물산 등은 민주노총 계열 노조 설립을 막기 위해 불법행위를 저지른 혐의로 재판을 받는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삼성전자노조가 상급단체로 민주노총이 아닌 한국노총을 선택한 이유는 조합원의 정서뿐 아니라 사측과 관계까지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민주노총이 삼성전자서비스노조 등을 통해 삼성전자 반도체직업병투쟁 등에 앞장선 반면 한국노총은 ‘대화와 협상’ 기조를 유지하는 점 등을 고려했다는 것이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이나 목표는 같은데 접근하는 방법이 다른 것”이라면서 “내부에서도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중 어디에 가입할까’ 투표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노총은 싸울 때 싸우더라도 대화와 협상을 기본적으로 가져가기 때문에 삼성전자노조 집행부뿐만 아니라 직원들에게도 강점으로 부각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노조는 16일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조 출범을 공식적으로 알렸다. 삼성전자에는 지난해부터 노조가 하나둘씩 결성돼 현재 각각 조합원 수 명이 모인 3개의 소규모 노조가 있지만, 양대 노총 산하에 가입한 노조가 세워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노조는 이날 오후 한국노총 주최로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전국노동자대회 참석으로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이들은 무대 맨 앞에서 ‘한국노총 금속노련 전국 삼성전자노동조합’이라고 적힌 푸른색 깃발을 휘날렸다.

    첫 공식 행사로 전국노동자대회 참석

    진윤석 삼성전자노조위원장은 “삼성전자의 영광은 청춘과 인생을 바친 선배들과, 밤낮없이 일하는 동료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며 “하지만 회사는 모든 성공을 경영진의 혜안과 경영능력에 의한 신화로만 포장하며 그들만의 축제를 벌였다”고 지적했다. 진 위원장은 “많은 급여를 주는 삼성전자를 다니면서 왜 노조를 하느냐고 하지만, (노조를 구성할) 권리는 이유 없이 마땅히 누려야 하는 것”이라며 “직원 의견을 무시하는 일방적 경영을 변화시켜 임직원 10만 명을 대변하는 노조로 만들겠다. 가장 멋진 노조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 한국노총은 삼성전자 노조가 한국노총 산하로 가입한 것에 대해
    ▲ 한국노총은 삼성전자 노조가 한국노총 산하로 가입한 것에 대해 "대화와 협상을 기본으로 하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뉴데일리 DB
    한국노총은 “금속노련 전자업종협의회 연대를 통해 삼성전자노조를 지원하겠다”며 “홈페이지와 SNS를 통해 온라인 홍보도 하면서 조직화사업을 전개하고, 일정규모의 조직화 이후 삼성전자 사측을 대상으로 교섭을 요구하겠다”고 앞으로의 방침을 설명했다.

    한국노총 대변인실 최종환 국장은 본지와 통화에서 “문어적 경영사업장에 노조가 만들어졌고, 처음으로 상급단체 산하 노조라는 의미가 있다”며 “지금까지 노조가 조합원 수를 늘릴 때 어려움이 있었다면, 상급단체와 연대를 통해 큰 힘이 될 것이고 삼성전자뿐 아니라 다른 계열사까지도 노조 문이 열리는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 국장은 “삼성전자노조에 따르면, 급여나 인사, 성과급 산정 시 (삼성전자가) 노동자들에게 아무 근거자료를 제시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해왔다고 한다. (노조 출범을 통해 앞으로) 정확한 기준을 세울 수 있을 것”이라며 “아직 삼성전자 측에서 노조 설립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는 않은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노조 조합원은 500명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18일 오후 5시부터 삼성전자 각 사업장 앞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선전전을 진행한다. 이들을 화성을 중심으로 기흥·평택·아산·구미·광주지역 사업장 앞에서 노조 출범을 알리고 삼성전자 직원들을 대상으로 노조 가입을 독려할 예정이다. 노조는 조합원 1만 명 달성을 1차 목표로 삼고, 조합원 수가 일정규모에 달하면 사측에 정식 교섭을 요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