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전문 경력기자로 입사… 최승호 사장 부임 이후 한직 밀려나 인덱스 작업"
  • ▲ MBC 상암 사옥 앞에서 5일째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 김한석 기자. ⓒ뉴데일리
    ▲ MBC 상암 사옥 앞에서 5일째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 김한석 기자. ⓒ뉴데일리
    MBC 계약직 아나운서들에 이어 현직 기자가 사측을 상대로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화제의 인물은 MBC에서 스포츠 전문 기자로 활동하다 최승호 사장 부임 이후 한직으로 밀려난 김한석(사진) 기자다.

    취재 결과 고용노동부 서울서부지청이 최근 김 기자가 제기한 부당인사, 부당성과 등으로 인한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지난달 19일 공식 접수해 조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기자는 2017년 말 사측이 사전 협의 없이 자신을 '비취재부서'로 발령 내 2년째 '방치'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자신이 2017년 MBC 총파업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취재 경력과 전혀 무관한 부서로 배치받았다며 전보 자체의 부당함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

    이에 본지는 5일째 MBC 상암 사옥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 김 기자를 만나 자초지종을 들어봤다.

    - 언제부터 시위를 하고 계신 겁니까?

    ▲추석 연휴 전날인 9월 11일부터 시작해 (추석 연휴 기간을 제외하고) 오늘까지 5일째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 왜 하필 점심 시간에 나와서 시위를 하시나요? 식사는 하셨습니까?

    ▲워낙 회사가 비상식적으로 트집을 잡기 때문에 업무 시간이 아닌 점심 시간(12~1시)을 이용해 1인 시위를 하고 있습니다. 밥 먹을 시간이 없어 간단하게 초코바와 두유 한 잔만 마시고 나오는데요. 아직까지는 견딜만 합니다.

    - 지나가는 사람들이 좀 관심을 갖던가요?

    ▲제가 일반인의 입장에서 다른 시위자들을 바라봤을 때의 모습들이 생각나더라고요. 많이들 보시긴 하는데요. 선뜻 다가와서 물어보시는 분은 거의 없어요. 원래는 저희 건물 출입구를 바라보면서 시위를 하려 했는데요. 다들 11시 30분 정도에 밖으로 나가시더라고요. 그래서 이렇게 회사 건물을 등지고, 식사를 마치고 들어오는 분들이 보시라고 시위를 하고 있습니다.

    - 동료 선후배분들도 많이 보셨을 것 같은데요.

    ▲저를 보시고 힘내라는 격려의 말씀들을 많이 해주시는데요. 아마 그 분들도 저와 계속 얘기를 하시는 게 부담스러울 거예요. 청원 경찰들이 계속 지켜보고 있고…. 요즘 사내 분위기가 안좋거든요.

    - MBC에 입사하시기 전에는 어떤 회사에서 근무를 하셨나요?

    ▲스포츠조선에서 3년, OBS에서 5년 정도 근무를 하고 2012년 MBC 파업 때 경력직으로 입사를 했습니다. OBS에서 잠깐 사회 취재를 맡기도 했지만 대부분 스포츠 취재를 맡아왔습니다.

    - 2017년 12월 갑자기 다른 보직으로 발령을 받으셨다고 하셨는데요. 당시 회사 측에서 어떤 사유 때문에 전보 발령을 냈다고 설명을 해주던가요?

    ▲아무런 설명도 해주지 않았지만, 이유는 딱 한 가지죠. 제가 '파업불참자'라는 것. 어떠한 설명도 협의 과정도 없이 그냥 보도본부로 발령이 났어요. 원래는 제가 스포츠취재부 소속이었는데요. 갑자기 보도본부 내 스포츠국 스포츠기획사업부로 전보됐어요. 그리고 지난 8월에는 PD들로만 구성된 스포츠제작부로 발령났고, 얼마 전 비취재부서인 뉴스영상콘텐츠국 뉴스데이터팀으로 다시 전보됐습니다. 이곳에서 하는 일은 아침뉴스(뉴스투데이) 방송 분의 리포트와 인터뷰 영상을 정리해 디지털 색인 작업을 하고 저장 장치인 뉴스아카이브에 넣는 작업입니다.

    - 같이 계신 팀원들을 좀 소개해 주시겠습니까?

    ▲여기에는 보도본부장을 지내셨던 분이 계시고요. 뉴스센터장을 맡으셨던 선배님과 특파원을 지냈던 선배님 두 분도 계십니다. 상상을 초월하는 일이죠. 회사는 업무상 필요가 있어 저희들을 이곳에 보냈다고 말은 하지만, 정말 이 분들을 욕보이는 짓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 저와 함께 계신 분들은 대부분 연차가 20년 이상 되신 베테랑 기자들입니다. 저희들이 하고 있는 이런 인덱스 작업은 원래 메타데이터팀에서 하던 업무로 알고 있습니다. 절대로 취재기자들이 하던 업무가 아닙니다.

    - 뉴스데이터팀 사무실은 어디에 있나요?

    ▲미디어센터 11층에 뉴스데이터팀 사무실이 있습니다. 같은 층에 자산개발 사무실도 있는데요. 기자들이 머무는 그런 공간은 아니죠. 예전 MBC 경영진이 일부 기자들을 구로에도 보내고, 밖으로 내보내 일을 시킨 경우들이 있었는데요. 그런 부분에 있어 학습 효과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저 같은 기자들 대부분을 보도본부 안에 묶어 두고 있어요.

    하지만 절대로 취재업무는 주지 않고 있습니다. 2년간 마이크를 뺏었죠. 센터장까지 지낸 분에게 인덱스 작업을 시키다니 이게 말이 됩니까? 이러한 비취재부서에 교묘하게 기자들을 보내놓고 있는데요. 취재기자의 생명은 취재를 하고 인터뷰를 하는 것 아닙니까? 그런 업무를 전혀 주지 않고 있어요. 저는 수차례 스포츠취재부로 가고 싶다고 말했지만 갈 수 없다는 말을 들었고, 견디다 못해 결국 여기까지 오게 됐습니다.

    - 인사평가에서 두 차례나 '저성과자'로 낙인이 찍혔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이전에는 상반기와 하반기 두 차례 인사평가가 있었는데요. 2017년 말 최승호 사장이 부임한 이후 2018년 11월, 처음으로 인사평가가 진행됐어요. 그때 저는 '저성과자'란 평가를 받았죠. 보통 저성과자들에게는 6개월 동안 피드백 기간을 줍니다. 그리고 다시 '성과 개선'이냐, '성과 부진'이냐를 평가하게 되는데요. 그동안 저는 업무를 하나도 받질 못했어요. 지시 받은 일도 없는데 또 업무 성과가 부진하다는 평가를 받은 겁니다. 사실상 '성과 부진'을 2번 받은 셈이죠.

    나중에 담당 부장이 말하길, 자신도 저에게 업무를 준 적도 없고 당연히 성과가 없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평가를 안하려했는데, 인사부에서 무조건 '성과 부진'이나 '성과 개선' 중 하나를 택하라는 지시를 내려 부득불 '성과 부진'으로 평가하게 됐다고 털어놨어요. 블랙코미디가 따로 없는 거죠.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서 7월 16일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시행됐다는 소식을 듣고 국민신문고에 제 사연을 접수했어요. 그게 고용노동부로 가서 서울서부지청에 공식 접수됐습니다.

    - 이런 진정을 낸 것에 대해 회사 측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제가 직장 내 괴롭힘 진정서를 고용노동부 측에 제출하자, 그제서야 사측에서 인사부 직원 한 명을 제게 보내 옥상에서 한 번 면담을 했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이메일로 면담 결과를 통지했는데요. 관련 법이 시행된 이후인 8월 16일 저를 스포츠제작부로 전보시키고 업무를 부여했기 때문에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제가 부당전보를 받아 피해를 입은 건 2017년 말부터 지금까지 일관되고 지속적인 '연속성'을 갖고 있는 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법 시행 이전에 있었던 일에 대해선 문제를 삼을 수 없다는 사측의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철저한 진상 조사를 요구했지만 사측에선 그 조사로 충분하고 더 이상의 조사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일방적으로 조사를 종료한 것이죠. 지난 3일 고용노동부 서울서부지청에 출두해 진술서를 쓰고 왔고요. 사측에서도 법무담당이 와서 조사를 받았을 겁니다. 고용노동부에서 수시로 사측을 방문해 조사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앞으로 어떤 계획들을 갖고 계신지 말씀해주시겠습니까? 1인 시위는 계속 하실거죠?

    ▲우선 마음을 비우고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고요. △사측이 1년이 넘도록 직무를 부여하지 않은 것에 대해 진상 조사를 하고 △'직장 내 괴롭힘'을 한 것을 인정하고 △부당한 인사평가를 취소하고 △이에 대한 적절한 피해 보상을 하고 △저를 취재부서로 복귀시킬 때까지 투쟁을 계속 이어갈 생각입니다.

    또한 저를 포함해 총 6명의 기자들이 공동으로 지난주 MBC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부당전보 △부당 인사평가 △직장 내 괴롭힘 등으로 피해를 입힌 것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는 소장을 서울서부지법에 낸 건데요. 일단 손해배상금은 1000만원으로 책정했습니다.

    주변에선 제게 "정권이 바뀔 때까지 조용히 좀 있어라", "가만히 때를 기다려라"는 말들을 많이 하는데요. 저, 정말 힘들었습니다. 지금도 제가 해오던 것과 전혀 동떨어진 부서에 있습니다. 분노 조절이 안돼 정신과 치료도 받고 있습니다. 우울증 약으로 억지로 버티고 있어요.

    한 가지만 더 말씀드리겠습니다. 현 경영진은 전 정권 하에서 부당전보로 피해를 봤다고 주장해 대법원까지 가서 승소했잖아요?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립니까? 이건 아니잖아요? 누가봐도 불법행위잖아요. 저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80여명의 기자들이 있는데요. 다들 속으로 힘들 겁니다. 저도 처음엔 세상이 바뀔 때까지 쥐죽은 듯이 납작 엎드리자는 생각을 했었는데요. 이건 정말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자리를 박차고 나오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