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현황-전략, 투자자에 보고" 약관에 명기… "우회상장도 이례적" 수사 필요성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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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국(54) 법무장관 후보자는 2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사모펀드 툰용사 이름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고 밝혔다. ⓒ정상윤 기자
조국(54) 법무부장관 후보자 일가가 전 재산보다 많은 70억원대 금액을 '몰빵' 투자한 사모펀드(PEF), 일명 '조국 펀드'와 관련해 불법 논란이 뜨겁다. 조 후보자는 2일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투자한 사모펀드 운용사 이름 자체를 이번에 처음 알았다'며 '운용 과정 등은 적법하게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블라인드 펀드라서 투자 내용도 모른다'고도 덧붙였다.그러나 이 같은 조 후보자의 해명에도 의혹은 해소되지 않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블라인드 펀드 특성상 투자할 회사가 정해지면 이를 투자자한테 공지한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기 때문이다. 조 후보자의 사모펀드는 현행법이 정한 펀드 운용 과정상의 불법적 요소가 의심된다는 전문가의 의견도 제기됐다.불법 판단 5대 기준= 횡령·배임·주가조작·내부정보·우회상장펀드 운용 과정상의 불법 여부는 크게 다섯 가지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다. △횡령 △배임 △주가조작 △내부정보를 이용한 투자 △우회상장을 통한 시세차익 등이 그것이다. 이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 등 현행법에 따른 것이다.현재까지 알려진 조 후보자 일가의 사모펀드 관련 의혹의 전말은 이렇다. 조 후보자와 부인 정모 교수, 두 자녀는 2017년 7월 사모펀드 운용사인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이하 코링크PE)에 재산(56억4000여 만원)보다 많은 74억5000여 만원을 투자약정했다. 실제로 투자한 금액은 부인과 두 자녀 명의의 10억5000만원이다. 이 돈은 코링크PE가 운용하는 '블루코어밸류업1호'(블루펀드)에 다시 들어갔다. 블루펀드가 투자한 곳은 '웰스씨앤티'라는 회사로, 가로등 자동점멸기 업체다.코링크PE 대표는 조 후보자 5촌 조카의 지인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조 후보자 5촌 조카가 실소유주라는 의혹을 받는다. 조 후보자 처남은 이 회사의 주요 주주다.여기서 문제된 부분은 ①문재인 정부 신성장사업 중 하나인 가로등 자동점멸기 사업을 '알고' 간접투자했는지(내부정보) ②웰스씨앤티가 서울시 등 관급공사를 수주하려 했는데 이 과정에서 당시 민정수석이던 조 후보자가 영향을 미쳤는지(내부정보) ③일종의 '가족펀드'를 통해 두 자녀에게 재산을 편법증여하려 했는지(증여세 탈루) ④코링크PE가 WFM(코스닥 상장사)과 웰스씨앤티(비상장사)를 인수·합병을 시도하면서 40배 이상 가치를 부풀린 전환사채를 발행했는데, 이것이 우회상장을 통한 시세차익을 노린 불법이 아닌지(우회상장) 등이다. ⑤펀드를 가장해 실제로는 '주식투자'를 한 것인지 여부도 중요한 문제다.(공직자윤리법 등 위반)① 내부정보… 불법 가능성 높아조 후보자 일가가 코링크PE에 투자한 시기는 2017년 7월이다. 조 후보자가 민정수석으로 일할 때다. 시기상 문제로 '조 후보자가 민정수석 때 다룬 내부정보를 알고 투자한 것 아니냐'는 일각의 의혹이 있다. 조 후보자가 내부정보를 이용해 투자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나온다. 웰스씨앤티가 관급공사를 수주하려 했다는 자료도 이를 뒷받침한다는 것이다.조 후보자는 2일 기자간담회에서 "(투자한 사모펀드는) 블라인드 펀드로, 어디에 투자되는지 투자자에게 알려주지 않도록 설계됐고, 알려주면 불법"이라며 사모펀드 구성이나 운영과정을 몰랐다고 해명했다.앞서 법무부 인사청문준비단도 해명자료를 통해 "사모펀드는 법률적 근거에 따라 통상 투자자의 개인정보 및 기타 관련된 내용을 공개하지 못하도록 돼 있고, 설립보고서에도 투자자 내역은 공개가 금지돼 있다"고 주장했다.그러나 업계 관계자나 학계의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블라인드 펀드라고 하더라도 실제로는 투자자가 사모펀드가 투자할 대상을 알 수 있다. 정치권에서 공개한 블루펀드 정관을 통해 이런 사실을 알 수 있다.김도읍 자유한국당 의원은 "해당 사모펀드의 정관에 '운용역은 전체 사원(투자자) 대상으로 운용 현황 및 전략 등 투자보고를 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며 조 후보자의 설명을 일축했다. 김 의원이 공개한 블루펀드 정관(2016년7월20일) 22조에 해당 내용이 기재돼 있다. 김 의원은 "코링크PE가 보고를 안 했다면, 그건 처음부터 코링크PE와 조 후보자 일가가 기획했기 때문에 보고받을 필요가 없었다고 보인다"고 의심했다.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블라인드 펀드는 사모펀드와 약정할 때만 '블라인드'이고, 그 다음 실제로 좋은 투자 대상이 생겨 투자할 때는 어떤 회사인지 등을 알려준다"며 "투자자가 가령 100만원을 약정한 뒤 이 중 50만원이 실제로 어떤 회사에 들어간다고 하면, 이 회사가 어디인지 투자자도 알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 ▲ 조국 후보자 일가가 투자한 사모펀드 의혹과 관련해, 법조계에서는 일부 사항에 한해 불법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정상윤 기자
투자전문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민정수석 시절 알게 된 내부정보를 이용해 투자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면서도 "실제로 조 후보자 일가의 투자가 손실을 봤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이 관계자는 "상장된 기업 내부정보라면 시세에 영향을 미쳐 시세차익을 얻게 되므로 엄연한 범죄행위"라며 "다만 조 후보자가 투자한 사모펀드는 사실 업계에서 보면 실패한 투자라서, (업계) 사람들이 보기에 '실패한 투자를 두고 내부정보를 이용했다고 한다'는 모순이 있긴 하다"고 설명했다.그러나 법조계에서는 민정수석 시절 이뤄진 일만으로도 현행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봤다. 조 후보자는 '펀드는 괜찮다'는 말을 듣고 투자했다지만, 괜찮다고 판단한 주체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2일 간담회에서 밝히지 않았다. "펀드를 통해 간접적으로 주식에 투자했다"는 의혹도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박주현 변호사(한변 청년위원장)는 "핵심은 공직자, 특히 민정수석이 사모펀드를 했다는 것"이라며 "이 사실 자체가 단순한 내부정보 문제가 아니라 공직자윤리법·부패방지법 위반과 관련이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검사 출신 변호사도 "민정수석이라는 공직자가 지위를 이용한 투자를 했다"는 의견을 냈다.② 우회상장… 시세차익 노렸다면 '편법''조국 펀드'의 문제 중 하나는 우회상장이다. 우회상장은 비상장기업이 상장기업을 인수·합병해 증권시장에 진입하는 방법을 말한다. 우회상장 자체가 불법은 아니다. 다만 우회상장 과정에서 비상장사의 가치를 근거 없이 부풀린 것은 탈법 수단으로 간주된다. 조 후보자 일가가 투자한 운용사는 시세차익을 노리고 우회상장했다는 의혹이 있다.유민봉 자유한국당 의원실은 지난달 30일 코링크PE의 2016년 내부문서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코링크PE는 코스닥 상장사 1곳을 200억원, 비상장사인 현대·기아차 1차 벤더를 1000억원에 인수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실제로 코링크PE는 2017년 8월 블루펀드를 통해 비상장사인 '웰스씨앤티'를 인수했다. 그해 11월, 한국배터리원천기술코어밸류업1호 펀드를 이용해 코스닥 상장사인 WFM(당시 에이원앤)을 인수했다.금융업계 관계자는 이 부분이 가장 의심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우회상장 자체가 불법은 아니지만, 사모펀드의 경우 공개적으로 회사를 인수하지 우회상장은 거의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 후보자 일가의 사모펀드 우회상장 과정이 통상적이지 않다는 것이다.김태준 동덕여대 교수도 "우회상장 자체가 불법은 아니고, 기업 간 M&A(인수·합병) 등을 위해 할 수 있는 수단"이라면서도 "이렇듯 순수한 의미에서의 우회상장이 아니라 엄청난 자본이득을 보려고 하는, 합법을 가장한 편법이라는 도덕적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검사 출신 A변호사도 웰스씨앤티 등의 인수를 통해 차익을 얻으려 한 정황을 근거로 조 후보자 사모펀드의 가장 큰 문제로 우회상장을 꼽았다.③ 조국 부부가 펀드 해지하면 자녀에게 귀속… 편법증여 의혹조 후보자 일가가 투자한 사모펀드가 남은 세 가지 기준, 즉 횡령이나 배임, 주가조작 등에 저촉됐다는 의혹은 현재까지 없다. 조 후보자의 해명대로 현행법상 고위 공직자 및 가족의 펀드 투자를 막는 규정도 없다.펀드는 주식투자와 달리 운용사가 알아서 투자하는 간접투자 방식이어서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다만 조 후보자 부부가 두 자녀에게 재산을 편법증여하려고 했는지, 향후 공직자 주식백지신탁 문제를 회피하기 위한 '꼼수 투자'가 아니었는지 등의 의혹은 남아있다.서울 모 대학 경영학부 교수는 "사실상 펀드를 통해 (웰스씨앤티라는) 회사 주식 매입을 알고 투자했다면 간접투자라기보다는 직접투자"라며 "사모펀드를 통해 살 게 아니라 직접 그 회사 주식을 샀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행법상 공직자는 3000만원 이상의 주식은 팔아야 하는 공직자 주식백지신탁 문제를 피하기 위한 '꼼수'일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명백히 불법적 요소가 드러나지 않더라도 '도의적 책임'은 져야 한다고도 했다.편법증여 의혹은 조 후보자가 향후 환매수수료를 내고 자신의 펀드를 해지할 경우 재점화할 수 있다. 사실상 ‘가족펀드’에 투자한 조 후보자 부부와 친척 등이 이 펀드를 해지하면 두 자녀에게 돈이 넘어가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주식 매매차익은 비과세다.한편 코링크PE는 지난달 16일 입장문을 내고 "조 후보자 배우자 투자 이후 추가 투자유치가 전혀 없었던 상황으로, ‘고위공직자 배우자임을 이용해’ 사모펀드 투자유치나 홍보에 이득을 본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금융위원회 설명에 따르면, 사모펀드는 소수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주식·채권 등 상품에 투자·운용하는 펀드다. 운용 대상에 제한이 없다. 공모펀드와 달리 한 주식에 10% 이상 투자할 수 있는 등 자유로운 운용이 가능하다. 주식형 사모펀드는 투자신탁회사에 투자금을 맡겨 특정기업의 주식을 집중적으로 사들일 수 있는 상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