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철 판사, 28일 '이례적' 입장문 내고 언론보도 반박…서울고법, ‘검찰 위법수집증거’ 배제
  • ▲ 김시철(54·사법연수원 19기) 부장판사가 28일 입장문을 통해 검찰의 별건 압수수색을 비판했다.ⓒ정상윤 기자
    ▲ 김시철(54·사법연수원 19기) 부장판사가 28일 입장문을 통해 검찰의 별건 압수수색을 비판했다.ⓒ정상윤 기자
    현직 부장판사가 검찰의 ‘별건 압수수색’ 문제를 지적하고 나섰다. 최근 검찰이 영장에 기재된 혐의와 관계 없는 증거를 확보하는, 이른바 ‘별건 압수수색’ 문제가 사법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다.

    김시철(54·사법연수원19기)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28일 입장문을 통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과 관련한 일부 언론 보도를 반박하는 과정에서 검찰의 별건 압수수색 문제를 제기했다.

    앞서 일부 언론들은 ‘사법농단 사건에 연루된 김시철 서울고법 부장판사’ ‘김시철 부장판사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대선 여론조작 사건 항소심 재판장으로, 당시 법원행정처와 교감했다는 사실이 검찰의 법원행정처 이메일 압수수색으로 드러났다’ 등의 내용을 보도했다.

    김 부장판사는 “검찰이 이 사건에 관해 내 이메일·사무실 등을 7차례 압수수색을 실시했다”며 “하지만 그 당시 검찰이 제시한 각 압수수색영장 범죄사실에 기재된 피의자는 모두 제가 아닌 다른 사람들”이라고 지적했다.

    “檢, 7차례 압수수색 했는데도 이메일 발견 못해”

    이어 그는 “그 중에는 국정원 관련 사건 범죄사실의 기수(범죄 행위가 완전히 성립되는 것을 의미함) 시점은 2015년 2월 8일 내지 같은해 2월 11일”이라며 “그런데, 그로부터 5개월 이상 지난 2015년 7월 20일 관련 사건을 배당받은 저는 행정처에서 수개월 전에 발생한 일과는 상관이 없다”고 주장했다.

    김 부장판사는 △원세훈 전 원장의 재판 당시 행정처 담당자와 관련 사건에 대해 이메일을 주고받은 적이 전혀 없고 △재판부 외부의 직권남용 의혹 행위가 국정원 사건 재판에 영향을 미친적도 없다고도 했다.

    그는 특히 “검찰이 7차례 압수수색에도 행정처 담당자와 제가 관련 사건에 관해 주고받은 이메일을 단 1건도 압수하지 못한 것은 당연한 결과”라며 검찰의 이메일 압수수색이 ‘별건 압수’라고 비판했다.

    김 부장판사는 “관련 사건에 관해 검찰이 압수했던 이메일은 모두 재판부 내부구성원들이 재판 심리를 위해 주고받은 것으로, 별건압수에 해당한다”며 “행정처와의 교감 사실이 검찰의 이메일 압수수색으로 드러났다는 보도 내용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강조했다.

    또 “검찰은 7차례 압수수색을 한 이후에도 내게 피의자가 아닌 참고인으로서 임의수사에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다”며 "아직 수사를 종료하지 않은 검찰의 일방적 주장이나 통고만으로 비위사실이 인정될 수 없고 나에 대한 징계청구가 이뤄진 적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보도 내용은 잘못된 사실관계, 공소장일본주의에 어긋나는 위법한 공소 등에 따른 것”이라며 “아무런 근거 없는 잘못된 보도”라고 재차 강조했다. 
  • ▲ '강원랜드 채용 비리' 혐의에 대해 최근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뉴데일리 DB
    ▲ '강원랜드 채용 비리' 혐의에 대해 최근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뉴데일리 DB
    앞서 검찰은 지난해 대법원에 보낸 법관 징계 사실 통보 명단에 김 부장판사를 포함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장판사가 원세훈 전 국정원장 댓글 조작 항소심 사건을 지연했다는 의혹이 있다는 것이었다.

    ‘위법수집증거 배제’ 등 주장 잇따라

    김 부장판사는 지난 26일 서울고법·서울중앙지법에 근무하는 판사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도 위법 수집 증거 능력을 인정해선 안된다고 했다.

    그는 이메일에서 “영장주의에 관한 헌법 원칙을 기준으로 한 사법적 심사가 충실하게 이행돼야 한다”며 “이 헌법 원칙이 제대로 준수됐다는 사실이 증명되지 못하면 위법 수집 증거 배제 원칙에 따라 해당 증거의 증거능력을 배제해야 한다”고 했다.

    김 부장판사는 이메일에 ‘강원랜드 채용 비리’ 혐의로 1심에서 무죄 선고받은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의 판결문을 첨부하기도 했다. 권 의원은 고교동창을 강원랜드 사외이사로 지명하도록 산업통상자원부에 압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이순형 부장판사)는 지난 24일 검찰이 제출한 일부 증거가 위법하게 수집됐다며 권 의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제출한 옛 산업통상자원부의 업무인계서는 적법하게 수집된 증거라는 사실이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라고 했다. 범죄 혐의사실과 무관하게 별개 증거로 압수한 자료여서, 원칙적으로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27일에도 검찰의 위법 압수수색에 대해 사법부가 제동을 거는 판결이 있었다. 서울고법 형사2부(차문호 부장판사) 이날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방위사업체 직원들에게 전부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이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의 증거능력을 부정한다’는 것이 무죄를 선고한 이유였다. 영장에 기재된 혐의와 관련 없는 증거를 압수수색 과정에서 확보하는 ‘검찰의 별건 압수수색’이 위법하다는 취지의 판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