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적 당대표" 비판에 '친박 이탈' 조짐… 취임 100일, 황교안 리더십 시험대에
  •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이종현 기자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이종현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리더십이 취임 100일을 넘기면서 시험대에 올랐다. '막말' '공천 룰' 논란으로 친박계 일부 의원들이 반발 조짐을 보이는 데다 비박계 일부 의원마저 당 지도부 비판에 나섰다. 

    12일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숨만 쉬어도 막말이라고 한다. 황교안 대표가 막말 논란에 대해 너무 자주 사과를 하는 것 같다"며 "황 대표의 리더십에 반감을 가지고 있는 의원들이 상당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황 대표를 비판했다. 

    김 의원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황 대표 취임 후 당이 지난해에 비해 나아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런데 우파들 사이에서 대표가 너무 사과를 자주 한다는 이야기가 많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문 대통령은 김원봉이 국군 뿌리라고 하고,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야당은 다 도둑놈'이라고 했다. 그런 막말은 사과를 못 받으면서 왜 우리만 맨날 사과를 해야 하는가"라고 반발했다.

    명분은 다르지만, 비박계도 황 대표를 공격하고 나섰다. 대표적인 비박계인 장제원 의원은 이날 "당 지도부가 국회는 '올 스톱'시킨 채 제왕적 당대표와 원내대표 등 투톱 이미지 정치만 하고 있다"며 "싸우려면 똘똘 뭉쳐 장외로 나가 문 정권이 백기 들 때까지 싸우든지, 국회 문을 열어젖히고 원내투쟁을 하든지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입단속에서 시작된 불만, 계파논란까지 "가도 너무 갔다"

    최근 '황교안 리더십'에 대한 당내 일각의 비판은 '막말 차단'에서 비롯됐다. 당 지도부가 "말에 신중을 기하자"며 소속 의원들에게 책임을 묻기 시작하면부터서다. 한국당은 공천 배제라는 칼까지 빼들었다. 현재 당에서 '막말'과 관련해 단순경고 및 징계 등을 받은 전·현직 의원들은 이종명·김순례·김진태·차명진·정진석 등이다. 이에 김진태 의원이 공개적으로 당 지도부를 향한 불만을 표출하고 나선 것이다.

    김 의원은 "나는 아무런 말도 안 했는데 제명안까지 올라갔다"며 "정치란 건 어차피 말싸움이다. 좌파와 싸우려면 온 몸을 던져도 모자랄 판, 말 한마디에 징계를 하려고 하는가"라고 되물었다. 수위 높은 발언을 '막말'이라고 단속할 경우 야당의 '대여 비판'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우려다.

    김문수 전 경기지사 역시 황 대표의 입단속에 비판적 견해를 내놨다. 김 전 지사는 11일 페이스북에 "가뜩이나 초식동물 같은 한국당이 말조심 징계까지 계속하니 적막강산으로 바뀌었다"며 "누가 나서서 말 한마디 시원하게 할 사람이 사라졌다. 황 대표의 자업자득"이라고 꼬집었다.

    황 대표의 리더십 문제는 입단속 외에 다른 부분에서도 속속 불거진다. 장제원·윤상현 의원 등이 '국회 정상화'를 촉구하면서다. 이들 의원의 발언이 '내부 총질'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황 대표가 소속 의원들을 제대로 융합시키지 못한다는 일각의 지적도 나왔다.

    한국당 중진 의원은 12일 본지와 통화에서 "대표가 당론일치를 확고하게 못 시키니 이런 잡음이 터져 나오는 것 아니겠느냐"며 "좌파 독주를 막으려면 지금 똘똘 뭉쳐도 모자랄 판 아닌가. 강성 야당을 끌고 가야 하는 엄중한 시기에 불필요하게 소속 의원을 징계해 괜한 불만을 낳고 있다. 또 공천 룰 언급으로 벌써 계파갈등이 시작되고 있다"며 우려했다.

    이와 관련해 21대 총선 룰 개정작업에 착수한 신상진 한국당 신정치혁신특별위원장은 이날 오전 tbs 라디오에 출연해 "저는 친박을 학살한다 등의 말은 한 적 없다. 당 지지율이 바닥을 치는 상황에서는 현역 의원 책임이 있는 만큼 현역 의원 물갈이 폭이 클 것이라고 했을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