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국내 생산량 늘려 물량 확보”7년전부터 대비… 중국 '희토류 공격' 안먹힐 듯
  •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류허 부총리와 함께 희토류 제조공장을 찾았다. ⓒ뉴시스 신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류허 부총리와 함께 희토류 제조공장을 찾았다. ⓒ뉴시스 신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중국이 희토류 수출제한 카드를 만지작거리자 국제 희토류 가격이 하룻밤 새 30% 급등했다. 세계 언론은 중국이 희토류 대미수출 금지 카드를 사용할 경우 미국이 적잖은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화학업체와 호주 광산업체가 텍사스 혼도 지역에 합작회사를 차려 희토류를 생산한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미국과 호주 업체가 희토류 정련공장을 만든다고 해도 준공 전까지는 이를 대체할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미국은 2010~12년 중국이 ‘희토류 수출 금지’를 어떻게 무기로 사용하는지 눈여겨보고 대응책을 마련했다. 당시 중국의 압박을 이겨낸 일본이 미국을 도울 수도 있다.

    언론 “중국, 지난해 세계 희토류 생산량 72% 차지…미국, 위험”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지난 20일 시진핑 국가주석이 대미무역협상대표인 류허 부총리와 함께 장시성 간저우시에 있는 희토류 생산업체를 시찰했다고 보도했다. 이를 미국에 ‘희토류 수출 금지 카드’를 쓸 수 있다는 경고로 풀이한 언론은 관련 내용을 정리해 보도했다.

    희토류란 보통 스칸듐·이트륨·란타넘·세륨·프라세오디뮴·네오디뮴·프로메튬·사마륨·유로퓸·가돌리늄·터븀·디스프로슘·홀뮴·어븀·툴륨·이터븀·루테튬 등 17개 희소원소를 말한다. 미 정부 통계에 따르면, 2018년 중국의 희토류 생산량은 12만t으로 세계 생산량의 72%가량을 차지했다. 2위는 2만t인 호주, 3위는 미국으로 1만5000t의 희토류를 생산했다.

    미국은 희토류 생산 시 발생하는 환경오염과 유독성 문제 때문에 지금까지는 중국에서 수입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지난 5년 동안 미국은 전체 희토류 수입 가운데 3분의 2를 중국에 의존했다. 미국은 중국과 무역분쟁에서도 이런 점을 고려해 중국산 희토류에는 25% 관세 대신 10% 관세를 부여했다.

    이를 보고 중국이 2010년 센카쿠열도를 두고 희토류 대일수출을 금지했을 때와 같은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예측하는 언론이 많다. '블룸버그통신'이 “중국산 희토류 수입이 줄어들면 미국이 부족분을 채울 수는 있지만 생산량을 늘리는 데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 것”이라며 “미국이 타격을 입는 게 불가피하다”고 지적한 이유다. 하지만 미국은 이미 오래 전부터 희토류 수급정책을 추진했다. 또한 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미국과 긴밀한 모습을 보이는 일본이 도와줄 수도 있다.
  • ▲ 2009년부터 2010년까지 중국은 센카쿠 열도 갈등을 이유로 일본에 희토류 수출을 제한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09년부터 2010년까지 중국은 센카쿠 열도 갈등을 이유로 일본에 희토류 수출을 제한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일본 ‘신 원소전략’ 수립…2년 만에 '중국 압박' 극복

    일본과 중국은 2009년 11월부터 2010년 10월까지 센카쿠열도를 둘러싸고 충돌했다. 이때 중국은 일본에 대한 희토류 수출을 40%가량 줄이는 쿼터제를 시행했다. 당시 일본은 희토류 수입의 85%를 중국에 의존했다. 때문에 일본이 수입하는 희토류 가격은 한때 최대 10배까지 치솟았다.

    이때 일본은 정부와 기업이 함께 희토류 대체재 개발에 착수하는 한편 새로운 희토류 생산지인 베트남·인도 등과 새로 거래를 텄다. 동시에 ‘신 원소전략’을 수립해 희토류가 필요 없는 제품 개발에 나섰다. 그 결과 2012년 일본의 희토류 중국의존도는 40% 아래로 떨어졌다. 중국 희토류 가격은 폭락했다. 중국은 일본을 압박할 수 없게 된 것은 물론 경제적 손해까지 보게 됐다.

    사실 일본은 중국에 직접적으로 ‘희토류 수출제한 공격’을 받기 전인 2007년 7월 이미 ‘원소전략’을 세워 중국산 희토류 의존도를 낮추고자 했다. 그러다 중국의 공격을 받은 뒤 2012년 7월 ‘신 원소전략’을 수립해 자석, 촉매·전지, 전기전자기기용 소재, 구조재료에서 희토류를 대체할 수 있는소재 또는 제품 개발에 돌입했다. 여기에 미국처럼 신소재 개발 속도를 높이기 위해 연산속도가 빠른 슈퍼컴퓨터와 원소 분석에 유용한 X선 자유전자 레이저 시설(SACLA) 등을 투입했다.

    일본은 2012년에 이미 희토류 중국의존도를 기존의 절반 이하로 떨어뜨렸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중국산 희토류에 얽매이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일·중 충돌 본 미국, 2012년부터 희토류 분쟁 대비

    미국정부는 이응 통해 ‘희토류’가 경제전쟁에서 무기로 쓰일 수 있다고 보고 대응책을 마련했다. 한국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이 2012년 10월 내놓은 국외정책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에너지부는 2010년 12월 ‘주요 원자재 전략(Critical Materials Strategy)’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희토류에 대한 분석·평가, 신·재생 에너지, 전기차, 고효율 조명 등에 사용되는 핵심 원소로 디스프로슘·네오디뮴·터븀·유로퓸·이트륨, 인디움을 꼽고, 이를 전략적으로 생산·비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 ▲ 미국 희토류 생산업체 '몰리코프'의 마운틴 패스 광산. '몰리코프'는 파산신청을 하기도 했지만 사업은 계속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영리 매체 '하이컨트리뉴스' 관련보도 화면캡쳐.
    ▲ 미국 희토류 생산업체 '몰리코프'의 마운틴 패스 광산. '몰리코프'는 파산신청을 하기도 했지만 사업은 계속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영리 매체 '하이컨트리뉴스' 관련보도 화면캡쳐.
    이어 미국 국가과학기술위원회는 2011년 6월 ‘원자재 게놈 구상(Materials Genome Initiative)’을 통해 희토류 소재를 대체할 신소재 개발부터 제조까지 공정 속도를 2배 높인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위원회는 소재 개발이 국가경쟁력 유지에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이후 미국은 ‘원소전략’을 수립한 뒤 희토류 대체물질을 개발해 왔다.

    이 같은 전략 추진 결과가 공표된 적은 없지만 그 내막을 엿볼 수 있는 보고서가 나온 적이 있다. <한국경제신문>은 2012년 7월27일 민간연구소인 국제전략자원연구원이 내놓은 보고서를 인용 보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은 같은 해 3월 “미국 제조업체들이 하이브리드 자동차부터 휴대전화를 만드는 데 필요한 희토류 수출을 중국이 제한했다”면서 “중국 희토류 수출제한은 국제무역규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미국은 EU·일본과 함께 세계무역기구(WTO)에 중국 희토류 수출제한 관련 분쟁 중재를 요청했다.

    보고서는 “희토류 가격이 정점을 찍었던 때는 2011년이었고, 올해(2012년) 들어서는 가격이 급격히 떨어졌다”면서 “(오바마 대통령이) 정작 비판했어야 할 때를 지나 뒤늦게 적극적으로 중국을 공격하고 나선 것은 희토류를 정치적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구원은 또한 눈길을 끄는 사실도 공개했다. 이 해 3월 미 국방부가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를 보면, 미국 희토류 생산업체 ‘몰리코프’의 생산량을 확대함으로써 산업부문에 필요한 물량뿐만 아니라 2013년 이전 방산업체에 필요한 희토류도 자급자족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연구원은 “또한 미국은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들어가는 초강력 영구자석 등 희토류가 필요한 부품은 주로 한국·중국·일본에서 반제품 또는 완제품으로 수입하고, 미국 브랜드 휴대전화는 전량 중국에서 생산되고 있다”며 “중국 희토류는 미국 자동차산업과 휴대전화 제조산업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상황이 이미 7년 전이다. 그 사이에 '몰리코프'는 2015년 파산보호신청을 했지만 사업은 계속한다. 또한 희토류 생산에 나선 다른 업체도 등장했다. 미국정부가 지난해 7월 중국 희토류에 10% 관세를 매긴 점도 이제는 중국이 ‘희토류’로 미국을 흔들기 어렵다는 사실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