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단기로는 삼성전자 이익… 장기로는 중국과 함께 경기침체” 예상
  • ▲ 미 상무부가 화웨이에 대한 제재를 90일 유예한다고 밝혔지만, 미중 무역분쟁이 끝나지 않으면 그 후 화웨이 스마트폰은 '벽돌폰'이 될 가능성이 높다. 구글의 안드로이드를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미 상무부가 화웨이에 대한 제재를 90일 유예한다고 밝혔지만, 미중 무역분쟁이 끝나지 않으면 그 후 화웨이 스마트폰은 '벽돌폰'이 될 가능성이 높다. 구글의 안드로이드를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미 상무부가 20일(현지시간) “중국 화웨이와 그 계열사에 대한 제재를 90일 동안 유예한다”고 밝혔다. 앞서 19일 구글이 중국 화웨이에 대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및 구글 앱 서비스 관련 기술지원을 중단한다고 밝혔고, 인텔·퀄컴·브로드컴·자일링스 등도 화웨이와 거래 중단을 발표했다. 

    미 상무부가 화웨이에 대한 제재를 유예한다고 했지만 미·중 무역분쟁이 끝나기 전까지는 미국기업들이 이전 수준의 거래를 유지할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미국기업들이 화웨이와 거래를 중단할 경우 삼성전자가 유럽과 남미 모바일시장에서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기대 섞인 관측이 나왔다.

    美기술전문매체 “화웨이, 제품 생산 타격 클 것”

    미국의 '블룸버그통신'과 영국의 '로이터통신' 등은 19일 “구글이 화웨이에 대한 앱스토어 및 안드로이드 서비스 접근 권한, 기술지원 제공을 중단했다”면서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15일 미국 IT 기술 보호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16일 상무부가 화웨이와 계열사 68개를 거래제한기업 명단에 올린 데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버지> <엔가젯> 등 기술전문매체들은 이번 조치로 화웨이가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내다봤다. 인텔과 퀄컴은 스마트폰과 미디어 패드의 CPU(중앙연산장치)에 해당하는 AP(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를 생산한다. 사람들의 귀에 익숙한 ‘아톰’과 ‘오크트레일(인텔)’ ‘스냅드래곤(퀄컴)’ 등이 이런 AP에 해당한다. 두 회사는 또한 통신 모뎀용 칩셋도 생산한다. 화웨이는 이들 업체로부터 스마트폰과 미디어패드 핵심 부품을 살 수 없게 됐다.

    브로드컴은 광대역 통신용 집적회로 생산업체로, 한때는 퀄컴을 112조원에 적대적 인수합병하려 했던 반도체업계의 공룡이다. 각종 모뎀과 서버, 네트워킹 소자, 휴대용 송수신 칩셋, 고속 암호화 보조기기 등을 생산한다. 자일링스는 통신·자동차·방위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널리 사용되는 FGPA 반도체 생산업체다. FPGA 칩은 설계자가 개발 과정에서 자유롭게 설계를 변경할 수 있는 반도체로, 다양한 분야의 개발에 사용된다. 브로드컴과 자일링스는 화웨이에 대한 무선통신용 칩셋 공급을 중단하기로 했다.

    이 같은 미국기업들의 거래중단 조치에 대해 경제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삼성전자가 모바일 시장에서 반사이익을 얻을 것으로 내다봤다.
  • ▲ 한국투자증권 등이 정리한 2018년도 주요 스마트폰 브랜드 제품 출하량과 화웨이의 지역별 제품 출하량 그래프.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국투자증권 등이 정리한 2018년도 주요 스마트폰 브랜드 제품 출하량과 화웨이의 지역별 제품 출하량 그래프.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종우 삼성증권 애널리스트 “삼성전자 단기적 반사이익”

    이종우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단기적 전망”이라고 전제하고 “화웨이 제품에 대한 수요가 일부 위축되는 경향과 함께 유럽과 남미시장에서 삼성전자가 반사이익을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가 세계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1위라는 점에 주목했다.

    이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유럽 스마트폰시장에서 화웨이의 점유율은 20% 정도다. 화웨이가 미국기업들로부터 통신용 칩셋이나 AP 칩셋을 공급받지 못해 생산이 어려워질 경우 이 가운데 30%가량을 삼성이, 나머지를 중국업체를 비롯한 다른 스마트폰업체들이 나눠 가질 것이라고 이 애널리스트는 분석했다.

    그는 “유럽 고객이 저렴한 제품을 원한다면 2년 전에 진출한 샤오미나 1년 전에 진출한 오포 제품을 선택할 수 있고, 이름 있는 제품을 원한다면 삼성을 선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남미시장의 경우 유럽시장의 3분의 1 규모에 불과하지만, 여기서도 삼성은 시장점유율이 30%로 1등이다 보니 화웨이가 사라진 시장에서 반사이익을 얻을 것으로 내다봤다. 남미시장에서 2등은 모토롤라, 3등은 LG전자가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이 애널리스트는 “하지만 현재 미·중 무역분쟁이 얼마나 갈지, 어떻게 진행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므로 이 같은 분석은 단기적 전망”이라고 강조했다.

    “화웨이, 구글 서비스 안 되면 소비자 외면할 것”

    하이투자증권 고의영 애널리스트는 “화웨이 제품이 구글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게 될 경우 삼성전자가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 애널리스트는 최근 내놓은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부품 수급제한정책이 화웨이 스마트폰사업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겠지만 구글 서비스 이용이 제한되는 것은 소비자의 선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전혀 다른 이야기”라며 “그 영향은 중국과 해외로 나눠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화웨이가 미국의 규제를 받더라도 일단 자국 내에서의 점유율은 지킬 수 있을 것으로 봤다. 화웨이 외에도 바이두·텐센터 등이 구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게 이유다. 반면 해외에서는 유튜브·구글플레이·지메일·앱스토어 등 구글의 핵심 서비스가 제한될 경우 소비자들을 끌어들이는 매력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 ▲ 바람에 펄럭이는 태극기와 삼성전자 깃발. 미국의 화웨이 제재는 마냥 좋아할 일만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바람에 펄럭이는 태극기와 삼성전자 깃발. 미국의 화웨이 제재는 마냥 좋아할 일만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고 애널리스트는 이런 이유로 화웨이의 제품 출하가 급격히 감소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2018년 기준 화웨이 스마트폰 출하량 가운데 48.9%인 1억 대가 중국 이외 지역에서 출하됐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 이익은 단기…장기적으로는 위험” 

    이동근 현대경제연구원장은 이번 화웨이 사태와 관련해 “단기적으로는 삼성전자에 반사이익을 줄 수 있겠으나 미·중 무역분쟁이 장기화하면 부담이 될 것이므로 마냥 좋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화웨이 사태도 미·중 무역분쟁의 하나인데, 양국이 계속 싸우면 무역거래가 감소하는 것은 물론 세계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 중국정부가 스마트폰과 PC, 통신장비에 필수인 희토류 수출 통제를 무기로 삼으려는 움직임을 보여 삼성전자로서는 고민이 될 것이라고 이동근 원장은 지적했다.

    이 원장은 “우리나라로서도 미국이나 중국, 어느 나라도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라 섣불리 한쪽 편만 들었다가는 거센 반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가장 좋은 답은 미·중 무역협상이 잘 진행돼 양국 경제는 물론 세계경제의 부담을 더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창원 노무라증권 애널리스트는 “미 상무부에서 화웨이 제재를 90일 임시 유예한다는 발표가 나왔는데 시장에서는 양측이 극단적 대립을 피하려는 것으로 본다”면서도 “미국이 화웨이에 대한 제재를 예고한 대로 가하는 등 무역분쟁이 지속될 경우 삼성전자 등이 단기적인 반사이익을 볼 수도 있겠지만 한국경제 전체적으로 본다면 거시적 위험(Macrorisk)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압박으로 중국의 수출이 줄어들고, 이것이 다시 중국의 구매력 감소로 이어질 경우 세계경제에서 수요 축소가 일어날 수 있다.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기 위해 중국이 각국에서 원자재와 중간재를 수입하는 규모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어서 이것이 줄어들면 세계적 경기침체에 직면할 수 있다. 특히 중국에 각종 부품 등 중간재를 많이 수출하는 한국으로서는 적지 않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 정 애널리스트의 설명이다.

    한국투자증권 테크팀의 조철희·유종우·김정환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지만 화웨이가 큰 거래처인 일부 기업은 부정적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들은 화웨이에 메모리 반도체를 수출하는 SK하이닉스, 스마트폰용 플렉서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을 수출하는 LG 디스플레이가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