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로 분칠한다고,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국민’들은 직시할 수 있는 혜안을 가졌고
  • 李 竹 / 時事論評家

      아래와 같은 상황을 적절하게 표현하는 한자(漢字) 사자성어(四字成語)는 무엇일까?

      “깜깜한 밤중에 아홉 구비 깊은 산 속 길에서 마주 오던 자동차가 충돌했다”

      평소 잘 쓰지 않던 한자에 대한 지식을 총동원해서 정답을 맞춰보려고 이리저리 짱구를 굴려보지만, 머릿속에서 가물가물하긴 하는데 확실하게 정답이 잡히지 않는 분들도 많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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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정상은 이번 발사에도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대화 궤도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하면서, 가능한 조기에 비핵화 협상을 재개하기 위한 방안에 관해 의견을 교환했다... 양 정상은 최근 WFP(유엔세계식량계획)·FAO(유엔식량농업기구)가 발표 한 북한 식량 실태 보고서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였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인도적 차원에서 북한에 식량을 제공하는 것이 매우 시의적절하며 긍정적인 조치가 될 것이라고 평가하고 이를 지지하였다...”

      엊그제 북녘에서 그 무슨 ‘발사체’인지 ‘미사일’인지를 여러 발 동해바다에다가 처박았단다. 그리고는 남녘의 ‘북악(北岳)산장’과 양키나라 ‘하얀집’의 세입자들 간에 전화 통화가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북악(北岳)산장’에서 발표한 전화 통화 내용이 ‘하얀집’의 그것과 다르다고 언론에서 보도하고 있다. 서로 간에 ‘풍(風)’에 대해 말씀을 나눴는데, 한쪽에서는 “바람”을, 또 한쪽에서는 “바담”을 읊었다는 식이다.
      ‘하얀집’에서는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 달성 방안을 논의”했다고 했지만, ‘북악(北岳)산장’에서는 그런 말을 빼먹었단다. 또한 ‘하얀집’ 측의 발표에서는 그 무슨 ‘대북 식량 지원’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고 한다.

      언론 보도를 접하는 국민들은 궁금하기는 하다. 어찌 된 영문인가, 왜 그런 일이 벌어졌는가... 하지만 북녘의 핵문제와 관련해서 이런 일이 벌써 여러 차례 있었기 때문인지, 심드렁하게 받아들이는 듯하다. 그리고 알만큼은 알고 있다. 그 이유가 비단 양측의 ‘아전인수’(我田引水) 차원만은 아니라는 것까지를 포함해서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녘 세습독재자가 직접 지휘한 ‘날아다니는 무기 동해바다에 처박기’에 대해 이 나라에서 논란이 분분하다. 알만큼 알고 있는 ‘국민’들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별별 말따먹기와 말싸움을 벌리고 있다.
      군사적 ‘도발’(挑發)이다, 아니다 부터 시작했다. ‘탄도미사일이냐, 아니냐’ 거나 ‘남북 군사합의를 위반했다, 아니다’를 따지면서 서로 물고 뜯는다. 북녘의 이번 ‘처박기’가 그만큼 시기적으로나, 방법 측면이나, 언론 플레이 등등에서 치밀하고 교묘하게 이루어졌다는 반증일지도 모른다. 그 교묘한 책동을 필설(筆舌)로 뒷받침하는 무리들이 남녘에서 활갯짓을 해대고 있고...

      그래서 그런지, 사태의 근원에서는 이미 멀어지고 있다고 느끼는 국민들이 많다.

      “이 나라 국민들 머리 위에 핵미사일을 얹고 있다”거나 “그 핵미사일이 머리 위로 날아다닌다”는 이 명백한 사실과 본질은 왜곡·오도(誤導)되고, 같잖은 시비나 가리면서 그 무슨 ‘대화’라는 것으로 분칠되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북녘의 핵포기’라는 딱 부러지는 언사는 어느새 사라지고, ‘비핵화를 위한 대화 궤도’ 또는 ‘비핵화 대화의 동력 유지’ 같은 노회한 사기성(詐欺性) 언술만 돋보인다. 글쎄, ‘비핵화’를 위한 대화가 아니라 ‘대화’를 위한 비핵화?

      더군다나 “한반도의 하늘·바다·땅에서 총성은 사라졌다”는 형이상학적인 주장도 외국 신문에 실리게 될 거라고 하니, ‘날아다니는 무기 동해바다에 처박기’는 가히 ‘평화를 위한 실질적인 군축(軍縮)’이라고 우겨도 무방할 듯하다. 하여, ‘식량지원’도 추진하고? 허긴 그간 여러 차례의 미사일 폭음으로 인해 멍해진 귀에 총소리 같은 건 여간해서 들리지도 않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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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0년대 ‘썰렁’ 퀴즈의 정답을 ‘깜깜한 밤중’이나 ‘아홉 구비 산속 길’이라는 미끼 성 문구에서 찾아서는 안 된다는 점을 이 나라 ‘국민’들은 너무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 정답을 찾는 혜안(慧眼)이 결코 흐려지지 말아야 할 텐데...

      그 ‘퀴즈’의 정답은... 바로 ‘교통사고’(交通事故)!!!


    <이 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