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청문회서 "황교안 당시 장관에게 보여줬다"… 몇 시간 뒤 "언급했을 뿐" 말 바꿔
  • ▲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27일 국회 인사청문회에 참석하며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27일 국회 인사청문회에 참석하며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의 성접대 의혹 영상이 담긴 CD를 황교안 당시 법무부장관에게 보여줬다는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장관 후보자의 발언이 진실공방으로 이어졌다. 한국당은 박 후보자를 허위사실 유포로 고발하는 방안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28일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어제 박영선 후보자는 저희 당 대표에게 김학의 관련 CD 영상을 보여준 것처럼 진술했다가 말을 바꾸기까지 했다. 기본 자질조차 갖추지 않은 박 후보자는 장관 후보직에서 사퇴해야 한다"며 “박 후보자를 고발하기로 했다. (혐의는) 청문회에서 요구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것도 있지만 김학의 CD와 연관된 내용이 포함될 것"이라고 밝혔다.

    민경욱 한국당 대변인도 "박영선 후보자가 장관 후보직에서 사퇴해야 한다"고 거세게 질타했다. 그는 "하루도 못 갈 박영선 후보자의 새빨간 거짓말을 보며, 장관 자질은커녕 정신감정이 필요한 환자 수준의 망상이 아닐까 우려스럽다"며 "국회법, 그 외 형사상 가능한 모든 법적 조치를 동원해 박 후보자가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사청문회에서 점화...어느 말이 진짜?

    이번 '김학의CD' 논란은 지난 27일 박영선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 점화됐다. 박 후보자는 이날 청문회에서 "황교안 당시 법무부장관에게 김 전 차관의 성접대 의혹이 담긴 CD를 꺼내 보여줬다"며 "김 전 차관의 임명을 만류했다"고 우회적으로 황교안 한국당 대표를 공격했다.

    박 후보자의 주장대로라면 황 대표가 법무부장관 시절 김 전 차관의 '별장 성접대 의혹' 사건을 알았다는 셈이다. 그러나 박 후보자는 그로부터 몇시간 뒤 기자들에게 "당시 황교안 장관에게 CD를 보여주진 않았고, 김 전 차관의 의혹을 언급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을 바꿨다.

    이에 한국당은 박 후보자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즉각 반박했다. 민경욱 대변인은 "2013년 6월17일 법사위 회의에서 박 후보자는 그날 이전에는 김학의 전 차관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며 자기 입으로 직접 실토했고, 해당 내용은 법사위 속기록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고 강조했다.

    민 대변인은 "황 대표는 3월11일에 장관이 됐고, 김학의 전 차관은 3월15일 차관에 임명돼 21일 사퇴했다"며 "2013년 3월 법사위는 4일과 22일, 두 번 있었다. 3월13일에 김학의 차관이 내정됐으니, 14일에 박 후보자가 얘기를 꺼냈다는 것인데 공교롭게도 그날은 법사위 전체회의가 열린 바 없다"고 덧붙였다.

    전후 관계를 따져봤을 때 박 후보자가 해당 내용을 언급할 물리적·시간적 가능성이 없었다는 것이다. 민 대변인은 "자신의 기억조차 조작해 진실로 믿고 말한 것인가. 심지어 CD를 황 대표 앞에 꺼내놨다고 하더니 바로 말을 바꿨다. 믿음이라고는 털끝만치도 없는 사람"이라고 꼬집었다.


  • ▲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이종현 기자
    ▲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이종현 기자
    "CD 입수 경위도 밝혀라" 반격 나선 한국당

    아울러 박 후보자가 해당 CD를 어떻게 입수했는지도 관심거리로 떠올랐다. 특히 27일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영선 후보자와 CD를 공유했다는 취지의 글을 게재하면서 논란은 거세졌다.

    박지원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2013년 3월, 경찰 고위관계자로부터 CD 동영상, 사진, 녹음파일 등을 받아서 이를 박영선 의원과 공유했다"며 "다만 이 자료를 황교안 당시 법무장관에게 이야기했는지 여부에 대해선 모른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그러나 28일 돌연 말을 바꿨다. 박 의원은 이날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박 후보자가) 황교안 장관한테 김학의 차관 만류를 얘기했더니 얼굴이 빨개지더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가만히 생각해 보니 박 후보자가 전화로 낄낄거리면서 그런 이야기를 하더라"고도 했다.

    이에 박지원 의원이 정확히 언제, 누구에게서 '김학의 CD'를 받았는지 밝혀야 한다는 주장도 쏟아졌다. 곽상도 한국당 의원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오늘자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경찰은 김학의 임명 후인 후인 19일 동영상을 확보했다고 보도됐는데, 김학의 임명 며칠 전 동영상을 받았다는 박지원 의원의 말과 경찰 주장 중 어떤 것이 사실인지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만희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박 후보자는 수사기관 첩보나 내사에 한발 앞서 알게 된 것인지, 사실상 수사에 영향을 미치거나 공작 수준까지 나갔던 건 아닌지 소상히 밝혀야 한다"며 "수사자료를 입수한 과정과 이를 돌려 본 경위 등 모든 사항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