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한상국 상사 아내 김한나씨 '영웅은 없었다' 출간… 남편 명예회복에 바친 16년 기록
  • ▲ 영웅은 없었다 -연평해전, 나의 전쟁 ⓒ도서출판 기파랑
    ▲ 영웅은 없었다 -연평해전, 나의 전쟁 ⓒ도서출판 기파랑

    우리나라의 6월은 아프다. 1950년에는 6·25 전쟁이, 1999년과 2002년에는 제1, 2연평해전이 있었다.

    2002년 6월 제2연평해전으로, 김한나 씨는 남편(故 한상국 상사)을 잃었다. 이후 16년의 세월은 김씨에게 ‘전쟁’이었다. 남편에 대한 그리움이나 그의 죽음에 대한 안타까움 때문이 아니었다. 국가는 전투 중 사망한 남편을 제대로 예우하지 않았다. 김씨가 직접 나서야 했다. 남편의 명예회복과 전사상자에 대한 예우 개선을 위해 김씨는 외롭고 기나긴 전쟁을 벌여왔다.

    그리고 그 오랜 ‘전쟁’의 서사를 한 권의 책에 담았다. <영웅은 없었다 -연평해전, 나의 전쟁>

    김씨는 책을 통해 남편의 명예를 회복하기까지 겪은 고난과 한국사회의 부조리를 가감없이 드러낸다. 그것은 우리 사회의 맨얼굴인 동시에 치부였다.

    “당신 남편 찾다 북한을 자극이라도 하면…”

    김씨의 남편인 한상국 상사는 제2연평해전 당시 참수리 357호의 조타장으로 복무했다. 한 상사는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방향타를 잡고 국방의 의무를 다했지만, 정부는 교전 후 41일이 지나서야 그를 차가운 서해에서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냈다.

    “당신 남편 찾으러 함정을 대거 투입했다가 북한을 자극하기라도 하면, 그러다 전쟁이라도 나면 당신이 책임질 거요?” (당시 김씨가 통화했던 청와대 직원의 발언, 38-39쪽)

    김씨는 정부가 남편의 시신이 인양되기도 전에 ‘실종자’였던 남편의 ‘사망보험금’을 지급했으며, 시신 인양에도 비협조적이었다고 밝혔다. ‘전사자’들은 ‘순직자’로 처리됐고 심지어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조문도 오지 않은 채 교전 바로 다음날 일본에서 붉은 넥타이를 매고 ‘월드컵 정상외교’에 몰두했다.

    전사자들에 대한 예우와 유가족에 대한 대응에서 목숨을 바친 군인에 대한 최소한의 존엄과 존중 정신도 찾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이에 김씨는 남편과 전사상자들의 명예회복을 위한 ‘전쟁’을 결심했다.

  • ▲ 지난해 6월 30일 본지와 인터뷰 중인 '영웅은 없었다 -연평해전, 나의 전쟁'의 저자 김한나 씨. ⓒ뉴데일리DB
    ▲ 지난해 6월 30일 본지와 인터뷰 중인 '영웅은 없었다 -연평해전, 나의 전쟁'의 저자 김한나 씨. ⓒ뉴데일리DB

    김씨는 국가가 자신의 ‘남편’이 아니라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남편이 ‘한 일’을 기억해줄 것을 바랐다. 김씨는 전사자들에 대한 합당한 예우로 ▲‘교전’에서 ‘해전’으로의 명칭 변경 ▲참수리호 실물의 용산 전쟁기념관 이전 및 전시 ▲제2연평해전 부상자에 대한 국가유공자 예우 ▲남편의 상사 추서 진급을 주장하며 긴 투쟁에 돌입했다.

    일부는 이런 김씨를 ‘돈에 눈이 멀었다’며 비난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씨는 “16년 동안 치러진 ‘나의 전쟁’의 목표는 군에 대한 명예와 존중 정신이 고양되고 전사상자가 ‘제대로 예우’받는 것, 오로지 그 하나뿐”이었다고 말한다. 그는 “제대로 된 예우가 꼭 더 많은 보상금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며, 이는 “말 한마디일 수도 있고, 벽돌 한 장, 한 번의 발걸음, 조화 한 바구니일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DJ, 교전 다음날 조문도 안 오고 '일본 출장'

    김씨는 오랜 투쟁으로 원하던 것을 이뤘다. 2008년 이명박 정부는 ‘서해교전’이라는 명칭을 ‘제2연평해전’으로 바꿨고, 6년 만에 제2연평해전 기념식을 국가행사로 격상시켰다. 또 2010년 6월 전쟁기념관에는 참수리 357 복제본이 전시되고 2015년 7월에는 남편 한씨가 ‘중사’에서 ‘상사’로 진급했다. 2017년에는 ‘제2연평해전 전사자 보상 특별법’에 따라 남편은 ‘전사자’ 예우를 받게 되었다. 15년 만이었다.

    “왜 우리나라에서는 희생만 강요하고 제대로 된 예우를 해주지 않는지... 군인·경찰·소방관을 각별히 예우하는 미국의 문화가 부럽다. 마트에서 줄을 길게 서 있어도 현역군인이 오면 맨 앞자리를 내준다는 이야기는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나도 식당에서 현역 병사들을 만나면 밥값을 내주고 격려와 감사의 뜻을 표시한다.”(216쪽)

    남편의 명예를 위한 전쟁은 끝났지만 김씨는 여전히 투쟁 중이다. NLL 수호의 중요성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싸운다. 군인을 비롯한 제복 입은 자를 존경하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싸운다.
     
    “나는 슬픔을 잊었지만 고 한상국 상사는 대한민국 국민에게 잊혀서는 안 되는 인물이다. 그는 우리의 바다 NLL을 지키고 적으로부터 우리 조국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쳐 전쟁을 치른 전사자이기 때문이다. 설사 한상국 상사 이름은 잊히더라도 그가 조국을 위해서 한 숭고한 희생은 절대 잊혀서는 안 된다.”(220쪽)

    기파랑출판사. 224쪽. 1만4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