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반 단체, 1시간 간격으로 같은 자리서 회견… 인권위 ‘여성 기본권 침해’공식 의견
  • ▲ '낙태죄 위헌 반대'를 주장하는 낙태죄폐지반대국민연합이 8일 오후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김현지 기자
    ▲ '낙태죄 위헌 반대'를 주장하는 낙태죄폐지반대국민연합이 8일 오후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김현지 기자
    “낙태는 살인행위다. 남성과 함께 처벌하도록 법이 강화돼야 한다.” (낙태죄폐지반대국민연합 기자회견 中)

    이달 말로 예정된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위헌 여부 판결을 앞두고 찬반 단체가 여성의 날인 8일, 같은 자리에서 1시간 간격을 두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낙태죄를 찬성하는 단체들은 낙태가 태아를 살해하는 행위라며 “남성도 낙태죄 처벌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낙태죄를 반대하는 측은 “임신과 출산은 여성의 권리”라며 ‘여성 인권’을 강조했다.

    "인권보다 생명 우선… 법 강화해야" 

    3월 8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여성의 날’이다. 올해로 111회를 맞은 ‘여성의 날’에 헌법재판소 앞에 수십여 명의 여성이 모여들었다. '낙태죄폐지반대국민연합' 등 40개 단체 회원들이었다. 이들은 '태아도 생명' '낙태죄 폐지 결사반대' 팻말을 들고 "태아도 생명이다. 인권보다 생명이다. 낙태죄 폐지 반대한다"고 외쳤다.

    발언자로 나선 최은정 씨는 "태아는 수정된 때부터 10개월 동안 살아서 우리는 이 태아를 '한 살'로 본다"며 "(여성)인권보다 생명이다. 낙태죄 폐지보다 법이 더 강화해야 하고, 남성에게도 법적 처벌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발언자 김혜윤 '건강과 가정을 위한 학부모 연합' 대표는 낙태죄 폐지를 옹호하는 것은 이기적 행위라며 태아의 생명권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자기결정권 중요하다며 생명 죽이는 일은 진정 인권을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들 단체는 낙태죄 폐지에 앞장서는 여성들을 향해 "생명을 잉태한 여성은 본능적으로 모성애를 갖게 된다. 원치 않은 임신이라는 이유로 생명을 살해하는 것은 야만스럽다"고 일갈했다. 

    민노총, 불꽃페미액션 등 22개 단체 "낙태죄 폐지 당연" 

    1시간여 뒤, 같은 자리에서는 정반대의 주장을 하는 여성들이 모였다
  • ▲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은 8일 오후 헌법재판소 앞에서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위헌을 촉구했다.ⓒ김현지 기자
    ▲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은 8일 오후 헌법재판소 앞에서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위헌을 촉구했다.ⓒ김현지 기자
    22개 단체로 구성된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은 이날 오후 1시30분께 기자회견을 했다. 이들은 '낙태죄를 폐지하라' '처벌도 허락도 거부한다'는 팻말을 들었다. 

    나영 공동행동 집행위원장은 "헌재의 (낙태죄) 위헌판결을 예상하고 여성만 처벌하는 것이 문제면 남성도 처벌하자고 한다"며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이유로든 임신, 임신중지를 강요당하지 않을 수 있는 차별 없는 사회로의 변화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문설희 공동행동 집행위원장은 "임신과 출산은 여성 고유의 권리"라면서 "경제위기로 인한 출산율 급감문제를 여성에게 책임전가하지 말라"고 주장했다. 

    공동행동은 여성의 건강권, 임신중절에 대한 비범죄화를 기초로 구체적인 의료보장과 사회 정책 등을 요구했다. 공동행동은 헌재에 낙태죄 위헌판결을 촉구하며 지난해 11월부터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앞서 헌재는 2012년 현행법상 낙태죄 처벌이 합헌이라고 판결했다. 형법 269조는 여성의 낙태행위에 대해서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했다. 형법 270조에는 의사⋅한의사 등도 부탁을 받고 낙태를 시술해도 2년 이하 징역에 처한다고  명시돼 있다.

    한편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날 '낙태죄 처벌이 여성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내용의 공식 의견서를 헌재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