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투입 후 재산권·자율성 훼손… 헌법적 판단 요구되는 중대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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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동네에 오래된 개인 병원이 하나 있다. 소아과부터 내과까지, 큰 병원을 안 가도 될만한 건강 문제는 다 이 병원의 진료 대상이다. 이 병원 정문 앞의 작은 주차공간에는 원장이 타고 다니는 외제 차가 한 대 서 있다. 아마 오랜 세월, 병원을 운영해서 번 돈으로 장만한 자가용일 것이다. 그런데 아무도 이 동네 병원 원장에게 왜 비싼 외제 차를 샀느냐 따지지는 않는다. 그런데 요즘 사립 유치원 문제는 유치원 원장에게 왜 유치원에서 번 돈으로 비싼 핸드백을 샀느냐고 따지는 격이다. 일부 유치원이 경쟁력이 있어서 입소문 빠른 학부모들이 그 유치원을 선택했고, 그 결과 돈을 벌어서 원장이 명품 백을 샀다면 그것이 그리 여론의 비난을 받아야 할 일인가? 열심히 해서 부를 축적하고, 서로 경쟁하면서 지식을 축적하고, 더 능력이 있는 사람은 사업체를 창업하고 키워서 더 큰 부를 이루는 것이 자율적으로 허용되는 사회, 그것이 우리가 사는 자유주의 사회다. 그리고 한국의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유지되는 가장 소중한 원리는 재산권을 소중히 여기는 것, 이를 위해 민중이 아닌 법치의 원리로 정치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개인 병원이 환자로부터 받는 진료비는 본인부담금과 건강보험공단의 보험급여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개인 병원도 공적 자금이 투입되는 기관이다. 만약 정부가 동네 개인 병원에 대해서 “공적 자금이 투입되고 있으므로 모든 수입, 지출, 그리고 이익금의 사용에 대해 국가 회계시스템을 설치해서 감독하겠다.”고 한다면, 어쩌면 현재 한국에서 일고 있는 유치원 문제처럼 개인 병원을 다 포기하겠다는 사태가 날지도 모른다.

    개별 기관 문제 적발해놓고 여론몰이로 통제
    현재 유치원 문제의 시작은 에듀파인이라는 국가가 관리하는 회계시스템을 개인 유치원도 사용하여 회계를 투명하게 하고 감독을 받으라는 요구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공적 자금이 투입되었으므로, 또 감사 결과 일부 유치원에서 회계원칙에 맞지 않는 관행이 있었다는 이유로 국가의 회계시스템을 써서 일괄 통제하겠다는 정책은 한편으로는 그럴듯해 보이지만 생각할 점이 많은 주장이다. 지원금이니 보조금이니 국민의 세금을 투입해 놓고 개별 기관의 재산권과 자율성을 해치는 일이 사회에 만연하게 되면, 그것이 바로 사회주의로 가는 길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개별 기관의 문제를 적발해 놓고, 그것을 내세워 여론몰이하여 개인의 자유를 일괄적으로 통제하려는 정책은 위험하고, 문제 있는 기관을 법에 따라 처벌하는 방식이 맞다. 반면에 지금과 같이 규제적 제도를 일률로 적용하게 되면 오랜 기간에 걸쳐 자연스럽게 형성된 질서가 교란되는데, 그 결과는 대개 사회에 부정적인 결과로 나타난다.

    사립 유치원의 경우 개인 병원이 보험공단으로부터 의료비의 많은 부분을 지원받는 것과 유사하게, 국가가 학부모에게 지원하는 바우처 형식의 지원비 월 29만 원 외에 개인부담금 약 20여 만원을 보태 유치원에 지급한다. 이에 비해 국공립 유치원은 1~2만 원만 부모가 부담하고, 유치원 비용의 거의 전액을 국고에서 지원하므로 부모로서는 사립이 훨씬 비싸다. 그런데도 학부모들이 사립 유치원에 보내는 것은 자녀를 위해 사립 유치원이 제공하는 교육 프로그램이 더 다양하고 가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학부모들은 단지 비용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아이들을 누리과정의 틀에 꽉 짜인 과정에 보낼 것인지 개별 유치원이 머리를 짜내고 노하우를 개발해 제공하는 각종 프로그램이 가미된 과정에 보낼 것인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오늘날 전체 원아의 70% 이상을 사립유치원이 소화하는 ‘시장 질서’가 형성되었다.

    사립유치원 경쟁력 무시해선 안돼
    국공립 유치원에 원아 일 인당 지원되는 국고는 120만 원이나 된다. 사립 유치원은 인당 대략 50여 만원 정도로 국공립유치원과 경쟁할만한 운영을 하는 것이므로 사회적으로 보면 칭찬할 만한 일이다. 사립유치원은 반도 안 되는 원가를 들여 비등한 서비스, 혹은 더 나은 서비스를 창출하고 있으니 사회적 자본을 국공립 유치원과 비교하면 대폭 절약하고 있다. 사립 유치원의 경쟁력으로 인해 국가 전체적으로는 막대한 비용을 국방이든 공공 인프라 건설이든, 혹은 기업체로부터 걷어야 하는 법인세 부담을 줄이든 다른 쪽에 쓸 여력이 생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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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면 왜 교육 당국이 사립유치원 문제에 이리도 집착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교육 당국은 더 효율적인 사립유치원이 다 없어지고 전체를 국공립처럼 만들어 세금으로 운영하고 싶은 것일까? 중고등 학교 교육을 평준화라는 명분으로 사학의 자율권, 학부모의 학교 선택권, 학교의 학생 선발권 모두를 봉쇄하더니 그나마 경쟁력 있는 것으로 보이는 유치원마저 평준화하고 싶은 것일까? 유치원마저 경쟁과 다양성을 배제하고 국가가 정해준 누리과정으로 아이들을 똑같이 가르쳐야 하는데 개별 유치원이 서로 경쟁하면서 추가로 색다른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 문제라는 것인지, 무엇이 문제라는 것인지 솔직하게 국민에게 설명했으면 좋겠다.

    교육부 장관이 “유치원은 치킨집 운영이 아니다.”라고 일갈한 것이 방송에 나왔지만, 이 말도 생각해볼 점이 많다. 유치원 원장이라고 하늘이 점지해 줘서 유치원 원장으로 태어난 것은 아닐 것이다. 학원 등으로 경험도 좀 쌓고 하다가 여러 여건이 유치원 운영으로 마음이 쏠리고, 유치원 운영을 통해 교육과정의 설계와 교사의 인사관리 같은 경영 노하우가 생기면서 나름대로 실패의 위험도 감수하면서 그 동안 번 돈으로 땅도 마련하고 건물도 짓고 해서 유치원을 경영하게 된 것이다. 어찌어찌 해서 경쟁력 있는 유치원이 되면 비로소 운영비 빼고 이익금이 조금씩 생기는 것인데, 이것을 정부가 감독하는 회계 시스템으로 입출금 내역을 감독하겠다고 할 때, 유치원 원장으로서는 그동안 자신이 영위해온 유치원 경영에 매력을 잃게 되었을 것으로 짐작이 간다. 유치원 원장들이 그 동안 쌓아 온 유치원 경영의 노하우와, 에듀파인 회계 시스템으로 입력하고 결산, 보고하는 일과는 너무나 거리가 먼 점도 그들이 어려워하는 이유 중의 하나인 듯하다. 에듀파인을 나이 든 원장이 배워서 직접 운영하기에는 벅차고 어쩌면 회계 담당 직원을 추가로 고용해야 될지도 모른다. 그러면 지금까지 근근이 맞추어 놓은 원가구조가 무너질 것이 뻔하다. 

    그러나 다른 무엇보다도, 내가 일구어 내 노하우로 운영하는 유치원에 정부가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싫은 것이 유치원 원장들의 솔직한 심정인 것이다. 사실 이렇게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 진정한 자유시민이다. 얼마나 싫었으면 유치원 그만 하고 폐원하겠다는 소리가 나왔겠는가? 그러나 교육 당국은 유치원을 폐원하려면 학부모 2/3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압박했다. 이 국면에 가장 무시된 것은 아무래도 개인의 재산권으로 보이므로, 이런 법규도 말이 되는지는 헌법적 판단이 요구되는 중대한 사례가 아닌가 싶다.

    비극과 가난의 베네수엘라, 타산지석 삼아야
    ‘사립유치원의 횡포’를 규탄한다고 시위하는 엄마들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들 대부분은 아이를 볼모로 투쟁에 나선 사립유치원 원장은 도덕적으로 나쁜 사람이라며 분노하고 있다. 유치원은 치킨집이 아니라며 그들의 재산권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정부 관료의 말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학부모들이여, 정부가 내세우는 대의가 아무리 나에게는 좋아 보여도 국민의 재산권과 자유를 지켜주는 것이 정부의 존재 이유라는 것을 늘 잊지 마시기 바란다. 개별 기관의 자유를 억압하고 통제하려는 시도가 사회의 각 분야에 만연할 때 우리가 사는 사회는 점차 자유가 숨을 쉴 수 없는 전체주의 체제, 즉 사회주의 체제로 한 걸음씩 다가가고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국가 안보는 꼭 핵무기로만 무너지는 것이 아니다. 이렇게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인 재산권을 우습게 여기는 분위기가 만연하고, 정부의 절제되지 않은 강제를 오히려 잘한다고 착각하는 국민이 많아질 때, 그 사회는 점차 전체주의로 빠지게 된다. 누군가 “그런 식으로 해도 잘 살 수 있지 않느냐?”고 묻는다면 오늘날 세계적 비극과 가난의 현장인 베네수엘라나 북한을 생각해 보라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