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한 비핵화는 공화국 정부의 불변 입장" 등 김정은 발언 집중 부각
  • ▲ 통일부가 홈페이지에 올린 카드뉴스 가운데 한 대목. 사진 속 북한 노동신문 제목과 통일부의 설명이 서로 다르다. ⓒ통일부 홈페이지 캡쳐.
    ▲ 통일부가 홈페이지에 올린 카드뉴스 가운데 한 대목. 사진 속 북한 노동신문 제목과 통일부의 설명이 서로 다르다. ⓒ통일부 홈페이지 캡쳐.
    통일부가 최근 공개한  ‘카드뉴스’ 내용이 논란이다. 김정은의 말과 북한 선전매체 보도의 일부만 부각시켜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확실하다”고 홍보한 것이다.

    논란이 된 ‘카드뉴스’는 지난 21일 통일부 홈페이지에 게재됐다. 제목은 “북한이 비핵화하겠다는 약속을 믿을 수 있을까요?”로, 시종일관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높게 평가했다. 카드뉴스는 “2018년 북한의 비핵화 의지는 여러 차례 확인됐다. 북한은 남북, 북미정상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에 합의했다”라고 전하고 있다. 2018년 4월부터 9월까지 세 차례 이뤄진 남북정상회담,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미북 정상회담에서의 공동 선언을 함께 언급했다.  

    통일부는 특히 김정은이 지난해 9월 평양남북공동선언에서 “나는 문재인 대통령과 한반도를 핵무기도, 핵위협도 없는 평화의 땅으로 만들기 위해 적극 노력해 나가기로 확약했다”고 말한 대목과 2019년 신년사에서 “한반도의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완전한 비핵화로 나가려는 것은 우리 당과 공화국 정부의 불변한 입장이며 나의 확고한 의지”라고 주장한 점을 집중적으로 부각시켰다.

    그러나 통일부는 김정은이 올해 같은 신년사에서 “미국이 제재와 압박을 계속하고, 우리의 인내심에 대해 오판한다면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다”고 협박한 대목은 쏙 빼먹었다. 김정은의 신년사가 국제사회에 알려질 당시 ‘새로운 길’ 대목은 미국을 비롯한 서방 진영을 긴장케 만들었다.

    북한 "병진노선 위대한 승리" 통일부 "병진노선 버린 것" 곡해

    통일부는 이어 “북한이 입장을 바꾸고 핵·경제 병진노선을 폐기했다”고 주장했다. 2018년 4월 20일 북한이 노동당 집회에서 핵·경제 병진노선을 버렸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북한은 당시 핵·경제 병진노선을 버린 게 아니라 “목표를 달성한 뒤 다음 단계의 새로운 노선을 채택한다”고 밝혔다. 실제 통일부가 카드뉴스에 삽입한 <노동신문>의 제목도 그렇다. <노동신문>에는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김정은이 병진노선의 위대한 승리를 긍지높이 선언하고 당의 새로운 전략적 노선을 제시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외에도 북한 소식통들이 전하는 내부 선전을 확인하면 “미국이 보상해주기 전까지 비핵화는 없다”는 주장을 거듭 반복하고 있다.

    통일부는 이어 북한이 2018년부터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전혀 하지 않은 점, 김정은의 공개 활동 가운데 군사 분야는 대폭 줄어든 반면 경제 분야는 1.5배 증가한 것을 두고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진심’을 평가했다.

    그러나 김정은이 말한 비핵화가 ‘북한 비핵화’가 아닌 ‘한반도 비핵화’라는 점, ‘한반도 비핵화’에는 주한미군 철수와 일본, 괌까지 포함한 한반도 주변에서의 미군 전략자산 철수가 포함된다는 점,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밝히는 것과 동시에 미국 측에 ‘상응한 조치(보상)’을 요구하며 시간을 끌고 있다는 점은 통일부의 카드뉴스에 전혀 들어 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