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산입범위 기준도 노사합의 못해"… 정의·민중당은 '틈새' 노리고 노동계 구애
  •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월 3일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과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과 비공개 면담을 한 모습. ⓒ청와대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월 3일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과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과 비공개 면담을 한 모습. ⓒ청와대

    문재인 정부와 노동계의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온 모양새다. 현 정권이 노동계 핵심 현안인 '탄력근로제'를 놓고 '단위기간 확대'를 야당과 합의했기 때문이다. 노동계는 탄력근로제를 놓고 '단위기간 확대 반대'라는 입장을 줄곧 고수했다. 탄력근로제는 현 정권이 지난 7월부터 시행 중인 '주 52시간 근로제'의 보완책으로, 일정기간 근로시간을 늘리고 줄이는 게 가능하다. 

    정부와 노동계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를 놓고 서로간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는 이유는 이렇다.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이 확대되면, 정부가 시행하는 '주 52시간 근로' 취지는 무색해질 수 있다. 노동계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반대'를 강조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반면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주 52시간 근로를 따라야 할 시장은 환경변화에 따른 충격이 상당하다. 따라서 경영계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또는 '단위기간 차등적용' 등을 정부에 호소하고 있다.

    재계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요구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놓고 노사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정치권이 개입해 일종의 '통첩장'을 노동계에 보냈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등 여야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들은 지난 8일 "오는 20일까지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탄력근로제 관련 합의안을 내지 못한다면 국회가 올해 안으로 관련 법안을 처리할 것"이라고 합의한 것이다. 정부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를 호소한 경영계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국회가 개입한다면 탄력근로제 논의는 향후 신속하게 이뤄질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실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오는 22일과 23일, 27일 법안소위원회를 열어서 탄력근로제 확대 관련 법안 심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국회 환노위는 지난 5월 노사가 '최저임금 산입범위 기준'을 놓고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올해 안으로 범위 기준을 결정해 처리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다.

    노동 현안뿐 아니라, '집권당'인 민주당의 동의가 없으면 국회는 어떤 현안에도 개입해서 이렇다 할 입장을 밝힐 수 없다. 그래선지 현 정권을 바라보는 노동계의 시선은 차갑다. 경향신문의 지난 11일 보도에 따르면, 한국노동조합총연맹 관계자는 "20일까지 사회적 대화를 해서 결과를 가져오라는 것은 사실상 국회가 알아서 하겠다는 뜻 아닌가"라고 말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관계자는 "내년 1월 대위원대회에 경사노위 참여 안건을 올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정부가 받아들일 수 없는 정책을 계속 내놔 곤혹스럽다"라고 불편함을 호소했다.

    한노총·민노총, 文정권 향한 불만 호소

    노동계는 그동안 현 정권의 지지층으로 분류됐다. 하지만 현 정권이 경영계의 손을 들어주는 상황이 연이어 발생한다면, 노동계의 지지는 다른 정당으로 향할 수밖에 없다. 그런 노동계의 행보는 최근 곳곳에서 감지됐다.

    실제 민주노총은 오는 15일 민중당과 함께 국회 의원회관에서 현 정권이 추진하는 '광주형 일자리(적정 임금으로 기업투자를 유치하는 노사 상생모델)'의 문제점을 진단할 예정이다.

    민주노총은 지난 10일에는 '전태일 열사 정신 계승 2018 전국노동자대회'를 서울 중구 세종대로 등에서 진행했다. 노동자대회에는 정의당 노동이당당한나라본부가 가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당시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정부를 자임한 문재인 대통령이 박근혜 정부에 버금가는 노동개악 행보를 보인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오는 21일 노동계 총파업을 예고했다.

    정의·민중당은 '노동계 구애론' 펼쳐

    이런 분위기에서 정의당과 민중당은 노동계 입장을 강하게 강조하고 나섰다.

    정호진 정의당 대변인은 12일 현 정권의 탄력근로제 일방통행 행보에 대해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를 비롯해 탄력적 근로시간 확대는 소득 불평등과 사회 양극화를 해소하는 게 아니라, 역진 정책으로 '함께 잘 살자'는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기조와 상반된다"며 "지금이라도 탄력근로제 확대 추진을 중단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신창현 민중당 대변인은 지난 9일 논평을 통해 "노동시간 단축이 무력화 될 위기다. 정치권이 연말까지 탄력근로제를 확대한다고 나섰기 때문"이라며 "노동존중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노동자들이 정치세력화를 해야 한다. 노동자들이 직접 정치에 나서지 않는 한 최저임금 개악과 노동시간 단축 무력화 같은 사태는 반복될 것"이라고 노동계 구애론을 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