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철 서울고법 부장판사 "피의사실 관련없는 이메일 자료 등 압색… 별건 압수로 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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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직 부장판사가 검찰의 '사법농단 의혹' 수사 과정에서 위법성이 있다는 의견을 냈다. 피의사실과 관련이 없는 법관의 이메일 자료 등을 압수수색하는 등 이른바 ‘별건 압수’를 했다는 지적이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시철(53·사법연수원 19기)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는 이날 법원 내부 전산망에 올린 글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의혹 수사에 관하여 법원 가족들께 드리는 글'에서 검찰이 법관의 이메일을 압수수색하면서 피의사실과 관련이 없는 자료를 별건 압수했다고 지적했다. 

    김 부장판사가 지적한 검찰의 '절차상 위법행위'는 지난 8일 검찰이 대법원 전산정보센터에서 2015년 7월부터 2016년 2월 말 김 부장판사와 A 전 재판연구원이 주고받은 이메일 자료를 추출한 것이다. 김 부장판사에 따르면 검찰은 이 가운데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의 피의사실과 관련된 내용이 있는지 수색했지만 동향 파악 문건과 관련한 이메일은 1건도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검찰은 대신 김 부장판사가 재판부 내부 구성원들과 사건을 검토·논의하는 과정에서 주고받은 125건의 이메일과 첨부 파일을 압수했다. 김 부장판사는 “피의사실과 아무런 관련이 없어 압수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명백히 이의를 제기했지만 검사가 그대로 압수했다”며 “이는 별건 압수”라고 비판했다.

    김 부장판사는 또 검찰이 지난 11일 자신에게 제시한 영장으로 대법원 전산정보센터에서 법원 전 직원의 이메일 자료를 추출했다고 주장했다. 

    김 부장판사는 “검찰은 11일자 영장이 이미 집행이 종료돼 실효된 게 명백한데도 영장 유효기간이 남아있다고 해서 다시 법원 가족 전체의 이메일을 대상으로 불법적인 수색을 했다”고 지적했다.

    김 부장판사는 2015년 7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서울고법 형사7부 재판장으로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댓글조작 사건 파기환송심을 심리했다. 당시 양승태 사법부는 서울고법 형사7부에 관한 동향파악 문건 등 원세훈 전 원장 사건과 관련한 6건의 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김 부장판사의 주장에 대해 “법관을 상대로 영장을 집행하는데 절차를 안 지키겠느냐”며 반박했다. 적법한 절차에 따랐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메일 추출 과정에 워낙 시간이 많이 걸려 압수수색 진행이 늦어진 것”이라며 “영장 유효기간은 10월31일까지라서 전혀 문제 없다”고 말했다.

    한편 법조계에선 검찰의 해명이 궁색하다고 했다. 한 법조인은 "김 부장판사는 정확한 날짜와 내용을 언급했는데 검찰은 명확하게 반박한 게 아니라 궁색한 변명을 내놨다"며 "별건 수사를 진행하는 게 다반사인 만큼 검찰의 변명에 귀 기울일 법조인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