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노동당 창건일·정권 수립일에 선물 배급 안해... 조악한 품질로 '인기' 시들
  • ▲ 고난의 행군시기 식량배급을 타고 있는 북한주민들.ⓒ 연합
    ▲ 고난의 행군시기 식량배급을 타고 있는 북한주민들.ⓒ 연합

    북한이 김일성 시대부터 시행해 온 '명절 선물 공급'을 최근 중단한 것으로 관측되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본의 대북소식통인 '아시아프레스'는, 북한이 올해 노동당 창건 73주년인 10월 10일을 맞으며 전 국민에게 당연히 공급했어야 할 '수령의 선물' 특별공급을 하지 않았다고 17일 보도했다. 당 창건일 만큼이나 중요시하는 정권수립 70주년 9.9절에도 선물을 주지 않았다. 북한은 '민족 최대의 명절'인 김일성 생일(4월 15일)과 김정일 생일(2월 16일), 그리고 당 창건일과 정권수립일과 같은 정치적 의미가 부여된 명절에 전 국민에게 국가와 수령의 이름으로 특별공급을 실시해 왔다.

    북한에선 명절만 되면, 하루 전 당국에서 공급하는 소위 '선물'을 받으러 가는 분위기가 확산된다. 지역마다 차이가 있지만 명절 특별공급품은 대개 쌀과 고기, 기름, 간장, 된장, 절인 생선, 술 등이다. 

  • ▲ '세상에 부럼없어라'라고 적힌 북한산 과자세트. 2012년 김정일 생일에 아이들에게 배부된 것이다. 맛이 없다고 불평하고 시장에 파는 사람들이 속출했다. ⓒ 아시아프레스
    ▲ '세상에 부럼없어라'라고 적힌 북한산 과자세트. 2012년 김정일 생일에 아이들에게 배부된 것이다. 맛이 없다고 불평하고 시장에 파는 사람들이 속출했다. ⓒ 아시아프레스

    학생들, '명절' 때면 과자 받고 김일성·김정일에게 충성맹세 

    소학교(초등학교)까지의 전국 아이들에게는 김일성, 김정일 생일 때인 4월과 2월에 '세상에 부끄럼 없어라'라는 글이 씌여진 비닐 포장에 든 당과류 세트가 선물로 공급된다. 

    명절 전날, 일선 학교와 유치원, 탁아소는 '수령의 선물'을 하사하는 행사를 연다. 참가자들은 김일성과 김정일을 찬양하는 노래를 부른다. 

    학생들은 김일성, 김정일 초상화 앞에 서서 "경애하는 아버지 김일성 대원수님 고맙습니다", "친애하는 지도자 김정일 원수님 고맙습니다"를 목청껏 외치고 90도 배꼽 인사를 한다. 당과류 선물에는 여러 가지 모양의 밀가루 과자와 사탕, 흰 쌀 튀김 강정과 껌, 팥이 들어있는 호빵과 양갱이 들어있다.

    '명절 선물' 애물단지 전락

    하지만 1990년대 들어와 극심한 경제난으로 인해 당과류의 질과 맛, 양이 갈수록 형편없어졌고 암시장의 활성화로 질 좋은 중국, 일본 제품들이 유입되면서 '수령의 선물'은 애물단지 취급을 받았다. 북한 당국은 그러나 전통의 '명절 특별 선물'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이런 관행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아시아프레스는 북한 내 소식통을 인용해 "일반 주민들에게 '명절 배급'은 아무것도 없다. 축제 분위기도 매년 희박해지고 있다"고 했다.

  • ▲ 지난해 12월 북한 함경북도 청진의 장마당 풍경.ⓒ VOA
    ▲ 지난해 12월 북한 함경북도 청진의 장마당 풍경.ⓒ VOA

    '명절공급'이 중단된 이유에 대해 아시아프레스는 "국제사회의 엄격한 제재가 계속되어 경제 상황이 악화된 이유도 있겠지만 더 이상 정통적 통치방식이 주민들에게 먹혀들지 않는다는 것을 인식한 북한 당국 나름대로의 깨달음도 있었을 것"으로 분석했다. 비용 대비 효과를 따져 '명절 특별배급'을 포기했을 것이란 설명이다. 

    북한은 지난해부터 '공짜는 없다'는 정책을 내세워 철도, 버스 등 대중교통 이용요금과 전기세 등을 대폭 인상했다는 소식이다. 북한 내에 '자본주의적 사고'가 퍼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평양 시내에서 전철과 공공버스 요금은 2002년 경제관리조치가 있기 전 10전에서 현재 5원으로 대폭 인상됐다. 15년 새 50배가 뛰었다. 

    북한은 여전히 공식 매체를 통해 자본주의 제도를 비난하고 북한식 사회주의 체제의 우월성을 선전하고 있다. 그러나 '자본주의'는 점차 현실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