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재선 14명, "재창당 수준 개혁 위해 백의종군"… "지도부가 사주" 음모론도
  • ▲ 자유한국당.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자유한국당.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자유한국당 소속 현역 국회의원 14명이 13일 당협위원장직 자진사퇴를 선언했다. 이들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창당 수준의 당 개혁을 위해서는 자기가 가진 것을 내려놓는 것이 먼저"라며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국민들께서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헤아리지 못해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받았다"며 "문재인 대통령과 집권여당의 있다른 정책실패로 국내외적 우려가 고조되어 가는 상황 속에서 비상대책위원회가 구성되어 여러가지 방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국민들의 마음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으로 참담하다"고 했다. 

    이어 "지금 자유한국당에 있어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출발점은 구성원들의 자기희생을 담은 뼈를 깍는 쇄신과 노력을 실천적으로 시작하고 보여주는 것"이라며 "개혁이든 혁신이든 그 시작은 자기가 가진 것을 내려놓는 것이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기희생을 담은 쇄신에 동의하는 의원들이 지방선거 패배에 대해 참회하고 반성하며, 재창당 수준의 당의 개혁과 새 출발을 위해 자기 희생을 담은 전면적 쇄신을 촉구한다"며 "실천적 노력으로 당협위원장직을 내려놓고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백의종군하고자 한다"고 했다. 

    아울러 "국민들과 당원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실용적 중도우파의 중심 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해 진정 필요한 것은 남을 탓하기 보다는 과거 잘못에 대해 끊임없이 성찰하고 반성해야 한다"면서 "오늘의 선언이 자유한국당 중심의 우파를 결집하는 재창당 수준의 혁신을 시작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갈 수 있는 출발점이 되기를 진심으로 소망한다"고 덧붙였다. 

    해당 성명서에는 재선의 김성찬 의원과 초선의 김성원, 김성태(비례대표), 문진국, 이양수, 이은권, 성일종, 김순례, 이종명, 김규환, 장석훈, 송언석, 임이자, 정유섭 의원 등 14명이 참여했다. 이중 문진국, 김순례, 이종명, 김규환, 임이자 의원은 현재 당협위원장이 아니다.

    일부 특권 내려놨지만, 불출마는 아니다

    당협위원장직은 2020년 총선과 직결돼 있다. 당협위원장을 유지하고 있어야 공천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당협위원장은 각 지역 당원을 조직적으로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갖고 있는 특권을 일부 내려놓았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현역 의원이 무조건 당협위원장을 맡는 기존의 정치적 관례를 깨고 경쟁의 장을 개방한 것은 고무적이지만, 최종 불출마 선언은 아니기 때문에 이번 결정은 선언적 의미에 그친다는 평가도 있다. 

    이날 성명에 동참한 이은권 의원도 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총선에 불출마 하는 것이냐고 묻자' "(당협위원장직 사퇴가) 총선 불출마는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이번 '당협위원장직 사퇴 운동'이 전체 의원들로 확대될지도 미지수다. 재선과 중진 의원의 동참을 끌어내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초선의원 20여 명은 전날 '사퇴' 문제를 놓고 비공개 사전모임을 가졌지만, 의견이 모아지지 않아 소득 없이 끝났다. 이에 한국당 초선 의원 42명 중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 13명(재선 1명 포함하면 14명)만 이번 성명에 참여한 것으로 보아 정치적 파급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지도부가 사주한 거 아니냐" 격한 반응도

    당시 모임에 참석한 일부도 이러한 움직임에 불만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의원들은 추석 명절 전후에 당무감사를 준비 중인 지도부가 이번 당협위원장직 사퇴 운동을 사주한 것 아니냐는 격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재선 의원은 뉴데일리 통화에서 "왜 자꾸 선수를 나눠 움직이는지 모르겠다"며 초선 의원들의 단체 행동에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