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한국당은 정신적으로 죽은 정당… 촛불에 타죽지 않으려면 체제수호 투쟁 나서야"
  • ▲ 자유한국당 소속 김문수 전 경기지사.ⓒ뉴데일리 이기륭 기자
    ▲ 자유한국당 소속 김문수 전 경기지사.ⓒ뉴데일리 이기륭 기자
    "문재인 정권은 자유민주주의 체제 부정세력이 틀림없다. 한국당의 제1 목표는 이른바 '촛불혁명'에 맞선 체제 수호 투쟁이 되어야 한다."

    자유한국당 소속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66)가 단호하게 내뱉은 말이다. 서울 숭례문 옆에 자리한 <뉴데일리> 편집국에서 김문수 전 경기지사와 인터뷰를 가졌다. 남색 체크무늬 정장을 입고 나타난 김 전 지사는 "4호선을 타니 금방 도착했다"며 "매일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시민들의 목소리를 듣는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지하철을 타면 저를 보고 아는체 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는데, 요즘은 젊은이들이 먼저 다가와서 인사를 한다. 저를 보고 반가워하니 기분은 좋지만, 매일같이 못살겠다고 어려움을 하소연하는 시민들을 만날 때마다 정치인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인터뷰를 위해 뉴데일리 사무실을 방문한 김 전 지사는 "이제는 특검까지도 녹아버렸다"며 드루킹 특검 연장 불발 이야기로 말문을 열었다. 그는 "드루킹 사건은 '정치사건'이다. 그런데 정치범이 아닌 잡범만 잡아 들이고 수사를 끝낸 '잡범 특검'이 됐다"며 "특검만 망한 게 아니고 대한민국 법치가 무너지고, 자유한국당의 존재 가치도 없어진 날이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대한민국 법치 무너뜨린 '특검'

    김문수 전 지사는 "전 정부 인사들의 소위 적폐수사를 맡은 특검은 '별건수사'를 통해 박근혜 전 대통령과 그 측근들을 감옥에 보내고, 구속을 연장시켜 가며 지금까지도 악착같이 수사를 하는데 이게 참…"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제는 정말 대한민국의 법치가 무너졌다고 봐야 한다. 지금 소위 '촛불혁명'이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이제 촛불에 타 죽든지 아니면 김정은을 지도자로 모셔놓고 맞아 죽든지 둘 중 하나만 남은 것 같다. 보트를 타고 도망이라도 가야 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나는 이른바 '촛불혁명'의 끝은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전복'이라고 확신한다."

    문재인 정부의 정체성에 대한 거침없는 비판을 가하고 있는 김문수 전 경기지사가 처음부터 '자유민주주의 세력' 편에 섰던 것은 아니다. 

    심상정 정의당 전 대표에 말을 빌리면 그는 '노동운동계의 황태자'였다. 1970~1980년, 심장이 여름의 열기처럼 뜨거웠던 20대 청년 김문수는 계급 이론에 심취해 프롤레타리아(무산·노동자 계급)가 지배하는 세상이 와야 한다고 믿던 사회주의 혁명가이자 노동운동가였다. 서울대 경영학과에 입학한 후에 두 차례 제적되었고, 두 번의 수감 생활도 했다.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현재 한국당 내에서 헌법과 자유민주주의체제 수호를 위해 목소리를 내며 '종북 좌파'들과 온몸으로 맞서 싸우는 몇 안되는 인물 중 한 명이다. 그는 조기종전 선언을 추진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를 향해 '자유민주의 체제 부정세력'이자 '김정은의 기쁨조'라고 비판했다.

    "대한민국 건국일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체제부정이 아니면 무엇인가. 문 정부는 국정원을 무력화하고, 간첩 잡는 기무사를 해체하고, 휴전선 GP를 철수하고, 헌법에서 자유를 빼려하고, 교과서에서 자유민주의를 빼고, 북한인권재단 출범을 미루고 있다. 이승만-박정희-노태우-이명박-박근혜 정부를 적폐로 모는 것이 바로 대한민국 자체를 부정하겠다는 의미다. 이런 일을 누가 가장 좋아할 지는 국민들이 이미 다 알고 있지 않는가."

    ◆국정원 무력화, 기무사 해체, GP 철수, 자유 삭제

    김 전 지사는"주한 미군 철수와 한미동맹 해체로 이어지는 게 뻔한 조기 종전선언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겠냐"며 "바로 김정은이 가장 좋아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더구나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월 평창동계올립핌 리셉션장에서 북에서 온 김여정과 김영남에게 신영복씨 사상을 존경한다고 말했다. 통혁당 사건으로 20년간 감옥 생활을 한 신영복 사상은 간첩사상이자 김일성 주의다. 이런 사람을 대한민국 대통령이 전 세계에 존경한다고 선언한 것이다. 경악할 일이 아닐 수 없다. " 
  • ▲ 자유한국당 소속 김문수 전 경기지사.ⓒ뉴데일리 이기륭 기자
    ▲ 자유한국당 소속 김문수 전 경기지사.ⓒ뉴데일리 이기륭 기자

    김 전 지사는 청와대 참모진이 고용악화와 경제실정(失政)을 보고도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전환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특정 사상'에 경도됐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장하성은 그의 저술에서 한국 자본주의를 재벌 중심의 '천민자본주의'라고 비판했다"며 "이런 그의 사상을 통해 문재인 정부가 지금 취하고 있는 경제정책 방향을 읽을 수 있는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지사는 "장하성 같은 이들은 경제 정의가 실현되고, 모두가 평등하고,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건설해야 한다는 생각에 빠져있기 때문에 전통적인 경제 이론과 경제 현실을 잘 인정하지 않는다"며 "정통 경제 관료 출신인 김동연 경제부총리와는 서로 생각이나 방향이 맞지 않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문수 전 지사는 "사상전향은 담배를 끊는 것보다 어려운 것"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의 좌우에 경도된 사상에 심취한 사람들이 둘러싸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스탈린 독재의 극단적인 형태가 북한의 독제체제가 된 '수령론'이다. 수령론은 봉건 세습 독재까지 인정한 가장 악질적인 '변종 공산주의'다. 주사파는 북한 김일성의 주체사상을 지도이념과 행동지침으로 삼아 남한의 북한식 사회주의화를 추구하는 세력을 뜻한다. 이런 사상을 추종하고 있는 사람들이 청와대를 비롯해 우리 사회 곳곳에 들어가지 않은 곳이 없다. 정당, 정부, 법조, 문화, 예술, 출판계를 장악한 이들이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이들이 연대해 연방제를 꿈꾸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추구하는 '인민 중심'의 사회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이들은 모든 것을 '우리민족끼리'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니 김정은만 보면 그저 좋아 죽으려 하고, 북한에 한없이 관대할 수 있는 것이다." 
  • ▲ 자유한국당 소속 김문수 전 경기지사.ⓒ뉴데일리 이기륭 기자
    ◆'노무현 정신' 떠받드는 김병준… 기대할 것 없다

    김문수 전 지사는 "자유한국당이 지금 가장 집중해야 할 것은 바로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지키기 위한 투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바람과 다르게 한국당은 지난 6·13 지방선거 패배후 '시대에 맞는 새로운 보수의 가치'를 찾기 위한 여정에 나섰다.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지방선거 참패 후 "수구 냉전, 반공주의에 매몰된 낡은 주장을 스스로 혁파해 정로운 보수의 새 트렌드를 만들어나가겠다"고 선언했고, 한국당의 구원투수로 김병준 노무현 대통령 정책실장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영입했다. 

    김병준 위원장은 비대위원장을 맡자마자 "새로운 시대, 탈국가주의 시대를 열 때가 됐다”며 한국당 계열 정당 사상 두 번째로 봉하마을에 있는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는 등 좌우를 넘나드는 '광폭 행보'를 보였다. 

    김문수 전 지사는 이에 대해 "정신적으로 한국당은 끝났다"며 "노무현 찬송가만 부르는 '노무현 2중대'가 되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최근 '노무현 정신'을 언급한 김병준 위원장을 겨냥해 "자유한국당의 가치와 정신은 김대중과 노무현이 아니라 이승만과 박정희에 있다"며 "어떤 궤변을 늘어놓아도 김병준의 '노무현 정신'이 우리 당의 정신이 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병준은 자신이 말하는 '노무현 정신'은 문재인 대통령이 말하는 문재인 정신과는 다르다고 하지만, 노무현의 좌파가 문 대통령이고 우파가 김병준일 뿐 둘 다 똑같은 노무현 주의"라며 "문재인의 장하성 같은 사람이 바로 노무현의 김병준이었다. 그런 사람에게 당이 기대할 것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뉴데일리도 이승만 기리는데 한국당이 왜 못하나?   

    김 전 지사는 또 "자유한국당은 의리가 없는 웰빙정당"이라며 혹평을 가했다. 

    "자기 당 소속 대통령을 탄핵한 것도 모자라, 뇌물 한푼 받은 게 없는 것으로 밝혀진 대통령을 어떻게 출당까지 시킬 수 있느냐. 정치는 기본적으로 의리가 있어야 한다. 지금 한국당 의원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석방하라'는 말 한마디 하지 못한다. 이처럼 의리도 없고 용기도 없는 집단이기 때문에 기껏 하는 짓이 노무현의 사람을 데려다 비대위원장을 시키는 것이다. 정당이 단순히 표를 얻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면, 김병준보다는 호감도 70%가 넘는 김정은을 모셔오는 게 더 낫지 않겠느냐."

    김 전 지사는 "저쪽(민주당)은 죽으나 사나 김대중·노무현을 떠받드는데 한국당은 이승만·박정희의 가치를 계승할 아무런 노력도  생각도 하지 않는다"며 "저들이 받드는 김대중과 노무현이 감히 세계적인 정치인인 이승만·박정희와 비교나 할 수 있는 인물이냐"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건국 70주년을 맞았는데도 한국당은 관련 기념식조차 주관하지 않았다. 심재철 의원 같은 몇 분이 개인적으로 건국 70주년을 기리는 행사를 개최했다. 이승만 없이 어떻게 건국을 논할 수 있겠는가. <뉴데일리>에는 이승만 연구소가 있는 것으로 아는데, 이처럼 언론사도 하는 일을 왜 이승만·박정희의 가치를 계승하고 있는 한국당이 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이런 한심한 정당이 무슨 보수적 가치를 지키는 정당인가?"

  • ◆한국당은 노무현 2중대

    김 전 지사가 생각하는 한국당 재건의 해법은 '기본'에 있다. 한국당의 정신적 토대인 '자유민주주의 체제 수호'와 야당이 당연히 가져야할 '강한 투쟁' 정신만 지키면 된다는 것이다. 실례로 그는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의 경중에 비해 한국당이 투쟁력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드루킹 사건의 몸통은 고사하고, 곁가지에 불과한 김경수 경남지사 하나도 구속하지 못했다. 김경수가 자기 때문에 그런 짓을 벌였겠는가. 드루킹 사건에 대해 한국당은 투쟁할 생각도 없고 별로 답답함도 느끼지 못한 것 같다. 한마디로 '헝그리 정신'이 없는 것이다. 최순실 사건 특검 때 더불어민주당 사람들은 그야말로 할 수 있는 온갖 일을 다 했다. 한국당은 조사는 특검에 맡겨 놓고 자기들은 나몰라라 했다. 이건 '웰빙당'이지 야당이라고 할 수가 없다. 한편으로 보면 한국당 의원들은 의원직 그만둬도 별로 아쉬운 게 없는 사람들이니 그럴만도 하겠다."

    김 전 시사는 "야당이 침도 없고, 독도 없는 데 싸울줄도 모르는 것은 한마디로 '자살 행위'"라며 "국민들도 그런 맥없는 야당은 절대로 뽑아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김문수 전 지사에게 만약 당 대표가 된다면 어떤 변화를 가장 먼저 꾀하겠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내가 당 대표가 된다고 하면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다. 우선 우리 당의 가장 큰 문제는 회의하고 토론하고, 토론 결과를 집행하는 시스템과 문화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당이 제대로 되려면 토론하고, 합의하고, 실행하고 다시 반성하고 점검하는 것을 반복해야 한다. 그래야 조직력이 살아나고, 어떤 사안이 발생하면 집중된 전투력을 발휘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