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체조 그만하라" 했던 김정은, 결국 아동학대로 돈버는 김씨 왕조 악습 못버려
  • ▲ 2013년까지 열렸던 北아리랑 축전의 모습.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13년까지 열렸던 北아리랑 축전의 모습.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북한 ‘노동신문’은 얼마 전 북한 전역에서 39℃의 무더위가 지속되고 있다고 보도한바 있다. 이런 혹서(酷暑)에도 북한 김정은 정권은 외화벌이를 위해 북한 주민들, 특히 어린이들까지 집단 공연 연습에 내몰고 있다.

    북한은 오는 9월 9일 정권 수립 70주년을 맞아 체제 선전 겸 외화벌이를 위해 대규모 집단체조 종합공연 ‘빛나는 조국’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3년을 끝으로 사라졌던 ‘아리랑 축전’이 다시 부활한 것이다. 김정은 정권은 이를 위해 북한 주민들,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혹서 와중에도 동원하고 있다고 한다.

    북한은 ‘빛나는 조국’ 공연을 9월 9일부터 30일까지 평양 대동강변 ‘능라도 5.1 경기장’에서 진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공연 관람료는 최소 80유로(한화 약 10만 5,000원)부터 최고 1,810유로(한화 약 235만 3,000원)다. ‘능라도 5.1 경기장’의 수용 인원이 15만 명이라는 점을 바탕으로 만석이 될 경우 북한 정권은 최소한 매일 157억 5,000만 원, 20일 동안 3,150억 원의 수익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빛나는 조국’ 공연과 연계한 여행상품도 10여 가지를 준비하고 홍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행사를 통해 북한 정권이 벌어들이는 돈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 정권이 ‘빛나는 조국’ 공연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는 확실히 알기 어렵다. 그러나 과거 ‘아리랑 축전’을 토대로 예측할 수는 있다. ‘아리랑 축전’ 때는 보통 공연 6개월 전부터 집중적인 집체교육을 받는다. 대규모 카드 섹션과 집단 체조에서 실수가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7월 초순 평양에서 열린 남북통일농구대회 취재차 방북했던 한국 기자들이 “평양 곳곳에서 집단체조 연습을 위해 모여 있는 북한 주민들을 봤다”고 보도한 내용도 이를 뒷받침 한다.

    과거 ‘아리랑 축전’은 김일성 생일(4월 15일) 또는 김정일 생일(2월 16일)에 맞춰 연습을 했다. 때문에 북한 주민들은 추운 겨울날 집단 훈련을 하느라 고생했다. 이번 ‘빛나는 조국’은 9월 9일부터 공연을 하기 때문에 7월과 8월에 집중적으로 훈련을 해야 한다. 수천수만 명의 청소년과 어린이들이 질서정연하게 위험하고 어려운 동작을 일사분란하게 해내야 하기 때문에 연습 강도는 혹독한 수준이다. 김씨 일가가 참석하는 1호 행사는 더욱 그렇다. ‘아리랑 축전’ 때는 오전 7시부터 자정까지 그야말로 목숨을 걸고 연습을 했다. 이때 부상을 입거나 사망하는 어린이와 청소년까지 생긴다.
  • ▲ 2013년 '아리랑 축전' 당시 출연했던 어린이들의 모습. 몇 달 동안 쉬지 못하고 연습했다고 한다. ⓒ뉴시스-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13년 '아리랑 축전' 당시 출연했던 어린이들의 모습. 몇 달 동안 쉬지 못하고 연습했다고 한다. ⓒ뉴시스-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과거 북한 인민보안성(한국 경찰에 해당)에 근무하다 탈북한 김시연 씨는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아이들이 한여름 바깥에서 카드섹션 연습을 하다가 일사병으로 쓰러져 죽는 일도 있었다”고 증언했다. 실제로 ‘아리랑 축전’을 연습하는 과정에서 폭염에서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하고 연습하다 쓰러지는 아이들이 부지기수다.

    행사에서 카드섹션을 맡은 아이들은 물도 마시지 못한다. 대신 빈 물병을 준비하라고 지시한다. 화장실을 가지 않고 그 자리에서 볼일을 봐야 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아리랑 축전’ 때에는 행사가 시작되면 소변이 바닥에 흐르고 대변 냄새가 코를 찌른다. 아이들은 4시간 이상 한 곳에 앉아서 지휘자의 신호를 지켜봐야 한다. 지휘자를 못보고 다음 카드를 펼치지 못하면 공연 그림에 오점이 생긴다.

    카드섹션에서 김씨 일가의 얼굴이 그려진 부분을 맡은 청소년들은 더욱 긴장해야 한다. 만약 한 명이라도 카드를 제대로 펴지 못하면 ‘수령님의 얼굴’에 흠집이 난다. 이 모습을 김씨 일가가 직접 본다면 ‘정치범’이 될 수도 있다. 전 세계가 보는 가운데 북한 그 자체인 수령의 얼굴에 흠집을 낸 샘이기 때문이다.

    거짓말처럼 들리지만 탈북자들의 증언은 대동소이하다. 과거 종편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한 탈북 여성은 2002년 ‘아리랑 축전’에 참석했던 경험을 털어놨다. 그는 “4개월 동안 신발 뒷축이 다 닳아 없어질 정도로 훈련했다”며 치를 떨었다. 성인이나 다 큰 청소년들은 그렇다 치지만 열 살도 채 안 된 어린이들을 몇 달 동안 학교도 보내지 않고 땡볕에 하루 종일 세워놓고 훈련을 한다는 것은 사실상 아동학대다.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도 2014년 보고서를 통해 “어린이들을 한여름 뜨거운 햇볕 아래 콘크리드 바닥 위에서 강제적으로 연습을 시켜 기절하는 사례가 흔했다”면서 “급성 맹장염을 참으며 집단체조 연습을 하던 7~8세로 추정되는 어린이는 제때 병원 치료를 못 받아 사망했다”고 지적했다.

    태영호 前영국 대사관 공사의 증언에 따르면 김정은은 집권 이후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집단체조 때문에 고생하니 이것을 없애달라는 청원을 듣고 ‘아리랑 축전’을 중단시켰다고 한다. 그러나 김정은은 대북제재가 강화돼 외화가 부족해지자 다시 집단체조를 부활시킨 것이다. 주민들의 목숨보다 달러를 더 추구하는 선대 집권자들의 행태를 버리지 못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