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6월 28일에 정책실장이 보고"… 청와대 핵심 ‘文고리’들은 “못받았다” 주장 갈려
  • ▲ 문재인 대통령과 송영무 국방부 장관. ⓒ뉴데일리 DB
    ▲ 문재인 대통령과 송영무 국방부 장관. ⓒ뉴데일리 DB

    국군기무사령부의 소위 ‘계엄령 문건 논란’이 점점 확산되는 모양새다. 논란의 불씨는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폈다. 이철희 의원은 지난 5일 ‘전시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이라는 '기무사 문건'을 공개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를 ‘기무사의 촛불세력 진압 계엄령 모의’로 부각시켰고, 결국 문재인 대통령의 기무사를 겨냥한 ‘독립수사단 특별 지시’로 이어지게 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번 논란을 둘러싼 청와대와 국방부간 ‘보고(報告)’ 관련 엇박자 발언이 잇달아 터졌다. 국방부는 ‘수차례 보고했다’, 청와대는 ‘받은 적 없다’ 및 ‘송영무 장관의 보고가 모호했다’로 요약된다.  '계엄령 모의'에 대한 진의여부가 아니라, 보고 여부를 두고 ‘진실게임’으로 논란의 불씨가 옮겨간 셈이다.

    보고를 받고도 묵살한 '청와대 참모진의 판단 오류'인지 '국방부의 보고 누락'인지에 대한 진실게임은 현재진행형이다. 그리고 진실게임 결말에는 청와대와 국방부 어느 한쪽도 웃을 수 없다는 게 정치권 중론이다. 청와대와 국방부가 그동안 선보인 엇박자 발언 논란을 일자별로 보면 다음과 같다.

    #1. 2018년 4월 30일: 송영무 “청와대에 문건의 존재와 내용 보고했다”

    청와대와 국방부 관계자 발언을 종합하면 ‘기무사 문건’은 지난해 3월3일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당시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이 한민구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했고, 한민구 장관은 정치적 파급력이 상당하다고 판단, ‘논의 중단’ 결정을 내린다.

    “한민구 전 장관은 2017년 3월 3일 국방부 고위정책조정회의 때 조현천 당시 기무사령관으로부터 ‘계엄’ 문건을 보고 받았고 ‘논의 중단’ 지시를 했다.” - 퇴직한 한민구 전 장관 측근, 2018년 7월 11일 언론과의 인터뷰 때.

    시간이 흘러 송영무 장관은 2018년 3월 16일 이석구 기무사령관으로부터 이 문건을 보고받는다. 이에 송영무 장관은 ‘문건을 두고 가라’고 지시했고, 청와대에 문건 존재 여부를 ‘4월 30일’ 보고한다. 당시 청와대에서는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과 조국 민정수석비서관 등이 참석해 ‘기무사 개혁’ 관련 논의가 이뤄졌다.

    “(4·30 기무사 개혁 회의 때)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과 조국 민정수석비서관 등이 (청와대 관계자로) 참석했다. 당시 청와대에는 (송영무 장관이) 문건 원본을 배포하지 않았다.” - 청와대 핵심관계자, 2018년 7월 16일 춘추관에서 취재진과 만나. 

    “(4·30 기무사 개혁 회의 때) 과거 정부 시절, 기무사 정치개입 사례 중 하나로 촛불집회 관련 계엄 검토 문건의 존재와 내용을 간략히 언급했다.” - 송영무 국방부 장관, 2018년 7월 16일 입장 브리핑 때.

    청와대가 문건의 존재를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다면 ‘늑장대응’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그래서일까. 청와대는 송영무 장관의 보고가 ‘모호했다’는 해명을 한다.

    “송영무 장관의 보고를 ‘칼로 두부 자르듯’ 말할 수 없었다. ‘회색지대’ 같은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 2018년 7월 11일 브리핑 때.

    #2. 2018년 6월 28일: 국방부 “청와대에 공식적으로 기무사 문건 보고”

    2018년 6월 28일. 청와대와 국방부 관계자 발언을 종합하면 ‘국방부가 공식으로 기무사 문건을 보고한 날’이 이날이다. 다만 국방부가 이 문건을 ‘어떤 방식으로 청와대에 보고했느냐’를 두고 혼선이 발생했다. 

    국방부에 따르면, 국방부 정책실장이 당시 청와대 정책실과 안보실 등에 계엄령 문건 관련 보고를 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국방부 정책실장의 보고는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과 장하성 정책실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등 청와대 핵심인사들에게도 전달됐다.

    이번 논란으로부터 거리를 두기 위한 포석일까. 조국 민정수석비서관은 기무사 문건 관련 언론보도가 쏟아진 7월 5일 이전에 문건을 받은 적이 없음을 알렸다. 대신 국방부 정책실장이 조국 민정수석에게 기무사 보고를 한 6월 28일에는 ‘요약본 형태의 보고’였고, 때문에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게 청와대 측 주장이다. 이에 국방부는 해명 대신 수긍하는 모습을 보였다.

    “민정수석실은 기무사가 국군기무사령부령에 따라 수집하는 방산비리와 테러, 간첩 등 범죄정보와 군 인사 검증용 자료 등을 보고 받고 있다. 단 계엄령 문건은 최근 언론 보도가 되기 전까지 보고 받은 적 없다.” - 조국 민정수석비서관, 2018년 7월 13일 청와대 출입기자단에 보낸 문자메시지.

    “국방부 정책실장이 청와대 정책실장 등 관계자들에게 문건 (내용을) 보고했으나, 문건 자체를 제출한 것은 아니다. 이후 7월 4일쯤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이철희 의원에게 문건을 제공했다.” -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 2018년 7월 16일 브리핑 때.

    #3. 2018년 7월 5일: '기무사 문건' 언론에 공개

    2018년 7월 5일. '기무사 문건'이 언론을 통해 공개된 날이다. 이철희 의원은 당시 보도자료를 통해 기무사가 작성한 ‘전시 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 방안’이라는 문건의 존재를 알렸다. 

    뉴데일리가 해당 문건을 확인한 결과, 문건은 계엄령 모의가 아니라 지난해 3월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벌어졌던 촛불과 태극기 시위 모두의 상황에 대해 진단하고 대비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민주당 지도부는 기무사 문건에 대해 ‘촛불세력 탄압을 위한 쿠데타 모의’라고 주장했다. '쿠데타'라는 단어가 오르내리자 여론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촛불 시민들을 대상으로 기무사가 위수령과 계엄령을 모의한 행위는 헌정질서와 민주주의를 위협한 행위로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 -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2018년 7월 9일 최고위원회의 때.

    #4. 2018년 7월 10일: 문 대통령 ‘기무사 수사’ 특별 지시

    2018년 7월 10일. 문재인 대통령은 인도 순방 중 갑자기 송영무 장관에게 ‘독립수사단’을 구성해 기무사를 수사할 것을 특별히 지시했다. 이때부터 기무사 문건 논란은 새로운 국면으로 번지기 시작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촛불집회 당시 기무사가 계엄령 검토 문건을 작성한 것 관련 독립수사단을 구성해 공정하게 수사할 것을 송영무 국방부 장관에게 지시했다.” -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 2018년 7월 10일 브리핑 때.

    청와대와 국방부 관계자 발언을 종합하면 문재인 대통령은 7월 5일부터 7월 9일 안팎으로 기무사 문건을 인지했다. 그 시점을 기준으로 청와대 참모진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문건 내용을 보고했다는 게 청와대 측 주장이다.

    다만 청와대 참모진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즉각 문건 내용을 보고하지 못한 것은 지난 6월 진행된 ‘러시아 순방’과 연관이 깊다. 여권 관계자는 17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국방부 정책실장이 계엄령 문건을 보고한 6월 28일은 문재인 대통령이 감기몸살로 모든 보고를 받지 않겠다고 한 날”이라고 밝혔다.

    실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월 21일 2박4일 일정으로 러시아를 국빈방문했다. 러시아에서 돌아온 문 대통령은 러시아 국빈방문 후 '피로누적으로 인한 몸살감기'로 6월 28일·29일 이틀 간 연가를 냈다. 

    “문재인 대통령은 (몸살감기로 인해) 이틀 연가를 냈다. 28일과 29일 쉬는 동안에 어떤 보고도 하지 않기로 결정을 내렸다. 일체 메모 형태도 올리지 않기로 했다.” -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 2018년 6월 28일 브리핑 때.

    #5. 2018년 7월 16일: 문 대통령 ‘계엄령 관련 모든 문서 즉시 제출’ 지시

    2018년 7월 16일. 문재인 대통령은 국방부 등을 향해 ‘계엄령 문건’ 관련 모든 문서와 보고를 자신에게 즉시 제출할 것을 지시했다. 문 대통령이 7월 10일 이미 ‘독립수사단’ 지시를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재차 문건 논란 관련 지시를 내린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일각에선 송영무 장관을 향한 질책성 지시라는 분석이 나온다. 송영무 장관은 지난 3월 계엄령 문건 보고를 받은 후 관련 내용을 청와대에 보고만 했을 뿐 문건 원본을 청와대에 제출하진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계엄령 문건’ 관련 국방부·기무사·각 부대에서 오고간 모든 문서와 보고를 대통령에게 즉시 제출할 것을 지시했다. 제출 기관은 국방부와 기무사, 육군본부, 수도방위사령부, 특전사 등 예하부대다.” -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 2018년 7월 16일 브리핑 때. 

    “대통령은 군 통수권자로서 실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계엄령 문건이 실행까지 준비가 되었는지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 문재인 대통령, 2018년 7월 16일 ‘계엄령 문건’ 즉시 제출 지시 때.

    “국방부 비공개 방침에 따라 계엄령 문건을 (청와대에) 전달하지는 않았다.” - 송영무 국방부 장관, 2018년 7월 16일 입장 브리핑 때.

    #6. 남은 문제: 청와대의 '10일간 침묵한 이유'와 '정확한 문건 인지시점' 

    '기무사 문건'을 둘러싼 청와대와 군 사이에 벌어진 보고 논란을 ▲4·30 ▲6·28 ▲7·5 ▲7·10 ▲7·16 등 주요일자별로 살펴보면, 돋보이는 의문 하나를 발견할 수 있다. 

    바로 6·28부터 7·10까지의 시점이다. 6·28은 청와대가 국방부로부터 관련 문건을 보고 받은 시점이며, 7·10은 문재인 대통령이 기무사 수사 특별 지시를 내린 날이다. 기무사 문건에 대해 청와대가 대응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는 얘기다. 

    이 문건이 여당의 주장처럼 소위 '계엄령 모의'에 관한 것이었다면 국기와 관련된 이같은 '중대 사안'에 대해, 무려 12일 동안 청와대가 즉각 대응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 상식적으로 의구심을 나타낼 수 밖에 없다.   

    뿐만 아니다. 임종석 비서실장과 조국 민정수석 등 청와대 참모진이 ‘정확히 문건을 인지한 시점’도 베일에 싸인 상태다. ‘언론보도 전 기무사 문건 보고가 없었다’는 조국 민정수석 입장과 ‘6월 28일에 국방부 정책실장이 청와대에 보고했다’는 국방부 입장이 상충된 부분이 대표적이다. 청와대는 모호한 답변만 할 뿐 구체적인 해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17일 ‘조국 민정수석 입장과 국방부 입장이 상충된 것’과 관련 “조국 민정수석의 (계엄령 문건 입장) 발표는 포괄적인 것 아니겠나”라면서 “(다만) 조국 민정수석이 구체적으로 몇 월, 며칠, 몇 시에 계엄령 보고를 받았는지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핵심관계자는 ‘6·28 당시 청와대의 누가 문건에 대한 보고를 받았는지’에 대해서도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비서실장과 정책실장, 안보실장 등 3실장에게 보고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명시적인 답변은 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