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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인터뷰] 최재혁 전 제주MBC 사장 "언론노조, 전리품 나누듯 했다"

[탐사취재 'MBC의 눈물']③ 지방 MBC 사장들 줄소송... "노조 활동한 사람에게만 기회 주고, 일 열심히 한 사람은 내쫓아"

법조탐사팀 조광형·양원석 기자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입력 2018-06-07 14:05 | 수정 2018-06-07 15:22
지난연말~올 3월까지 무더기 해임된 MBC 지방 계열사 사장 중에는 한때 아나운서 국장을 역임했던 최재혁(57·사진) 전 제주MBC 사장도 포함돼 있다. 지난해 3월 그가 제주MBC 임원으로 부임하자 MBC 본사 아나운서 16명은 "사측의 적극적인 하수인 역할을 한 대가로 제주MBC사장이 된 인물"이라며 최 전 사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기명 성명을 냈다. 

이들은 최 전 사장에 대해 "부당전보를 통해 파업에 참가한 아나운서들을 프로그램에서 배제시킨 장본인"이라고 주장했다. 최 전 사장은 후배 아나운서들에 의해 '아나운서국의 몰락'을 불러온 적폐인사로 간주돼, 결국 부임 1년 만에 옷을 벗었다. 최 전 사장과 함께 이전 경영진에 줄을 선 '부역자'로 낙인 찍힌 신동호 아나운서 국장도 6개월의 정직 징계를 받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저들이 말하는 '정상화'가 완성된 순간이었다. 

정치적인 잣대로 이뤄진 대량 해임·해고는 법적 문제로 비화됐다. 각 계열사 주총에서 뚜렷한 이유 없이 해임 처분된 지역사 사장들이 사측을 상대로 잇달아 소송전에 돌입하고 있는 것이다. 3개월 전까지 제주MBC의 수장이었던 최 전 사장도 마찬가지다. 그는 "지난 1년간 제주MBC가 국민 신뢰를 실추시키도록 경영한 적이 없고, 귀책 사유로 불릴 만한 일도 발생하지 않았다"면서 해임의 부당함과 정당한 퇴직금 지급을 호소하는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서울에 올라온 그를 5일 만났다.


"언론노조, 집 앞까지 찾아와 연일 농성"

"지난 3월 열린 주주총회에서는 저에 대한 해임안이 부결됐었습니다. 제주MBC를 위해 누구보다도 열심히 일해왔다는 사실을 주주들이 잘 알고 있었던 것이죠. 그런데 2주 만에 다시 주총이 열렸어요. 그 주총에서 해임 처분이 내려졌습니다. 저희 제주MBC는 47%를 '남창기업'이 갖고 있고, 나머지 53%를 본사가 갖고 있는 구조인데요. 저를 해임시키기 위해 사측과 언론노조에서 '2대 주주'에게 어떤 압력을 행사했고, 그 결과가 주총에 반영됐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지난 3월 29일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해임된 최 전 사장은 5일 뉴데일리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그동안 언론노조는 저희 집 앞과 2대 주주가 사는 집 앞에 집회 신고를 낸 뒤, 연일 저를 겨냥한 '퇴진 촉구' 농성을 벌여왔다"고 말했다. 

"주주 중 한 분은 목사님이신데요. 언론노조는 그 분이 사역하시는 교회 앞까지 집회 신고를 하는 집요함을 보였습니다."

최 전 사장은 "제주MBC에는 창업주가 따로 있다"고 말했다. 그는 "창업주에게는 관행적으로 차량이나 장례비 등이 지원돼왔는데, 언론노조는 이것을 갖고 제가 업무상 배임을 저질렀다며 저를 고소하겠다고 밝혔다"면서 "본사에서 내려온 한 직원은, 저에게 '제주MBC에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말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1968년 설립된 남양방송이 제주MBC의 전신입니다. 제주MBC의 창업주가 남양방송인 것이죠. 이 분들은 군사정권 때 언론통폐합으로 회사를 빼앗긴 아픈 과거를 갖고 있어요. 그래서 지금껏 창업주 일가에 대한 예우를 해왔던 겁니다. 창업주의 자녀에게 상무이사 자리를 주고 차량을 지급했던 것도 이같은 보상 차원의 예우였던 거죠."

창업자에 대한 관행적 예우를 업무상 배임으로 몰아

최 전 사장은 "창업주 일가가 빼앗긴 것에 비하면 관행적으로 지급해오고 있는 이같은 대우는 '조족지혈'에 불과하다"며 "제가 부임하기 훨씬 전부터 행해져왔던 관행을 두고 언론노조가 저와 2대 주주인 남창기업에 소송을 걸겠다는 협박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모든 것은 제가 독단으로 결정한 게 아니라, 이사회의 결의에 의해 지급된 것입니다. 그런데 저들은 마치 내가 회사돈을 어떻게 한 것처럼 몰아갔어요. 자신들이 적폐라고 믿고 있는 사람들을 몰아내기 위해선 이렇게 거짓말을 해도 좋다는 건가요? 정말 소름끼칩니다."

최 전 사장은 "배임 행위를 저질렀다면 마땅히 형사 고발을 해야지, 왜 지금까지 소송을 걸겠다는 엄포만 놨겠느냐"며 "저쪽에서 소송을 제기하지 않고 있는 것 자체가 저의 무고함을 입증하는 방증"이라고 주장했다.

"정기 주총에서 부결됐는데 2주 만에 번복된 예는 아마도 찾아보기 힘들 겁니다. 1년 남짓 사장직을 수행하면서 제가 해임될 만한 일은 단 한 번도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2대 주주도 제게 경영을 잘했다며 교체될 이유가 전혀 없다고 했었어요. 그런데 주총에서 해임안이 부결되자 본사에서 곧장 사람을 내려보내 제주MBC 2대 주주와 노조 관계자들을 만나더라고요." 

미디어오늘 보도에 따르면 언론노조 제주 MBC지부는 지난 3월 29일 제주MBC 주총에서 최재혁 사장과 최기화·백종문 이사 등에 대한 '해임안'이 가결되자, "그동안 2대 주주에 대해 추진해오던, 고소를 위한 법률 검토와 규탄 집회 등을 모두 중단하기로 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언론노조 제주 MBC지부는 앞서 최재혁 사장과 제주MBC 2대 주주, 백종문·최기화 이사 등이 업무상 배임을 저지른 정황을 파악했다며 이에 대한 형사 고발을 실제 검토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3월 22일 배포된 보도자료를 살펴보면 언론노조 제주MBC지부는 "남창기업 임원이자 제주MBC 비상임 고문인 박OO 고문이 제수용품을 지원받고 회사 차량을 사용하는 등 전횡을 일삼은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형사 고발을 통해 책임을 묻고, 수십 년 동안 관행적으로 이뤄진 부당한 혜택을 이참에 뿌리 뽑을 계획"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해임안 부결되자, 2주 뒤 다시 주총 열어 해임 의결

최 전 사장은 "지난 1년 동안 아무런 해임 사유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도 사측에선 제가 회사 명예를 실추시켰고 경영능력이 부족하다며 해임에 대한 당위성을 강조했다"면서 "해임안이 부결된 후 2주 동안 대체 무슨일이 있었는지 진심으로 사측과 언론노조 측에 묻고 싶다"고 밝혔다.

최 전 사장은 "배임 의혹 외에도 사측과 언론노조 측에선 저에게 장기간 방송 파행이 일어난 데 대한 직접적인 책임이 있고, 조직 통할 능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방송 파행'은 언론노조가 시작한 전국적인 파업의 결과였다"며 "이같은 사태를 조직 통할 능력 부족으로 돌린 점은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언론노조는 총파업 직전 일반 사원은 물론이고 보직 간부들에게까지 보직사퇴와 파업동참을 요구하며 이를 어길 시에는 부역자로 나중에 큰 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파업 참여를 종용했습니다. 지난 파업 당시엔 주조정실과 편성 광고 경영근무자들은 물론 인사 회계 예산부문의 노조원까지 압박하고 동참시켰습니다."
"문지애-오상진 본인에게 물어보시라, 내가 반대 했는지"

최 전 사장은 "1년간 72일의 파업이 있었지만 제주MBC는 전국 최상위권의 시청률을 유지하며 경쟁사를 연중 내내 압도했다"면서 "경영상의 여러 지표도 전국 계열사 중 평균을 조금 웃돌고 있어 노조의 장기간 전면파업과 경기침체 속에서 나름 선방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사측에선 각종 허위 의혹으로 저를 깎아내리며 거듭 해임을 요구해왔다"고 주장했다.

"언론노조에서는 저를 두고 김재철 사장 시절인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아나운서 국장으로 일하면서 '아나운서국의 몰락'을 불러온 사람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2012년에는 170일 파업이 있었는데, 이 사태가 끝난 직후 아나운서들을 이른바 유배지인 경인지사·사회공헌실·미래전략실 등으로 부당전보하고, 파업에 참가한 아나운서들을 프로그램에서 배제시킨 사람도 저라는 겁니다."

최 전 사장은 "언론노조는 제가 아나운서국의 몰락을 불러왔다고 말하고 있지만, MBC 아나운서국의 르네상스 시대를 연 사람이 바로 저"라면서 "'네버엔딩스토리'나 '신입사원(아나운서 공개 채용 프로그램)' 같은 프로그램을 직접 기획했고, 그밖의 많은 프로그램을 통해 후배 아나운서들이 좀 더 주목받을 수 있도록 노력했었다"고 말했다.

"저는 7년간 아나운서국 부장과 국장 보직을 맡으면서 한 번도 방송에 출연한 적이 없어요. 한 명이라도 더 후배들을 프로그램에 출연시키기 위해 발로 뛰었습니다. 제가 국장으로 있을 때 역대 가장 많은 아나운서들이 MBC 프로그램에 출연했을 겁니다. 오상진·문지애·손정은·최현정·서현진 아나운서들이 바로 그런 케이스였죠. 이때 아나운서들이 제작에까지 관여하고, 주체가 되는 그런 프로그램들이 많이 만들어졌죠."

최 전 사장은 "언론노조에선 제가 문지애·오상진 아나운서의 특정 프로그램 출연을 막았다는 주장도 했었다"면서 "그런데 프로그램 출연자를 국장이 정하지도 못하지만, 한 사람이라도 더 출연시키려고 애썼지 누구를 빼려고 했다는 건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특정 아나운서의 MC 기용을 당시 아나운서국에서 반대해 기용하지 않았다는 얘기가 나왔어요. 그런데 반대한 장본인이 바로 저라는 겁니다. 허위 사실입니다. 지금도 문지애·오상진 아나운서에게 전화를 해보시면 사실이 아니라는 걸 대번에 아실 겁니다. 2012년 장기파업이 끝나고 아나운서들을 다시 보내달라고 사측에 요청을 했어요. 당시 사측에서 하는 말이 '노조가 사내 투쟁을 계속하겠다고 선언하고 들어왔으니 순차적으로 복귀를 시키겠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저는 사측이 말한대로 순서대로 다 들어온 줄 알았어요."

건강 안좋은 후배, 집 근처로 발령내줬더니...

최 전 사장은 "언론노조는 제가 MBC를 망친 그 대가로 제주MBC 사장 자리를 꿰찼다고 말하고 있는데, 장기파업 사태가 마무리된 후 저는 '용인 MBC 드라미아'와 'MBC 일산 드림센터'를 전전했다"며 "만약 정말로 공을 세웠다면 정기 인사철도 아닌데 왜 유배지로 발령을 받았겠느냐"고 반문했다.

"장기파업 사태 이후 이른바 유배지로 불리는 '용인 MBC 드라미아'로 발령을 받았고요. 두 번째로 'MBC 일산 미래방송연구실'로 자리를 옮겼어요. '용인 드라미아'에 갔더니 건강이 굉장히 안좋은 아나운서 후배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어려운 일이었지만 집근처인 일산 사회공헌실로 출퇴근할 수 있도록 전보 발령를 내줬던 적이 있습니다. 거기는 절대로 유배지가 아니에요. 당시 무단 결근도 좀 있었는데 과감히 눈감아줬어요. 아프다고 하니…. 나중에 이 친구가 성명서를 써서 제가 후배 아나운서들을 일선에서 배제시켰다는 얘기가 불거진 겁니다."

최 전 사장은 "이외에도 '용인 드라미아'로 발령 받았던 후배 2명도 서울에서 출퇴근할 수 있도록 근무지를 재조정해줬다"며 "지금껏 후배들을 직원이 아닌 후배로 대해왔고, 지금도 그 소신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건강 문제 때문에 제가 전보시켜줬던 그 후배 아나운서는 저한테 은인이라고, 평생 은혜를 잊지 않겠다고 했었죠. 그런데 세상이 바뀌자, 저에 대한 성명서를 만들고 후배들 도장을 받아서 이를 공개했어요. 이 친구가 아나운서협회장을 맡았었던 김OO 아나운서예요."

최 전 사장은 "저는 파업 이후 후배들 자리 마련하느라 동분서주했던 기억 밖에 없는데, 지난해 파업이 끝난 뒤 후배들 모양새를 보니 돌아와서 제일 먼저 한 일이 자기 자리를 챙기는 일이더라"고 개탄했다.

"마치 전리품 나누듯이, 언론노조 활동 열심히 한 사람에게는 더 많은 출연 기회를 주고, 열심히 일한 신입사원(계약직 아나운서)들은 다 내쫓고. 이게 뭡니까? 그 친구들 아주 유능한 후배들입니다. 모두 정규직 사원이 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정말로 회사 경영 체제가 잘못돼서 많은 후배들이 나간 거라면, 지금은 다시 불러와야 된다고 생각해요. 박혜진·서현진·최현정·문지애·김경화·박소현, 전부 저와 함께 열심히 일했던 후배들인데요. 이 친구들을 재입사 시키든지 다시 프로그램을 줘야죠. 왜 안부릅니까?"

최 전 사장은 "90년대 계약직 아나운서로 들어온 3명의 후배가 있는데 당시 제가 앞장서서 정사원으로 만들어줬다"며 "그런데 지금은 부장급으로 올라선 이들이 후배 계약직 아나운서들을 '부역자들이 뽑은 사람'이라는 이유로 다 나가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부당전보 낸 사실 없어..언론노조가 거짓말"

최 전 사장은 "파업 참가 아나운서들을 일선에서 배제시켰다는 주장 외에도 언론노조는 제가 백종문 부사장과 점심을 먹으러 나왔다가 갑자기 카메라를 들고 들이닥친 기자들을 제지했던 것을 두고도 '호위무사'에 비유하는 등 터무니없는 비난·비방을 이어가고 있다"며 "언론노조가 유포한 허위사실들로 만신창이가 된 상태"라고 토로했다.

후배들의 입장을 고려해 그동안 말문을 아껴왔다는 최 전 사장은 "앞으로는 이같은 비방 행위에 대해 강력한 법적 대응을 할 계획"이라며, 단호한 말투로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취재 = 조광형 기자
사진 = 이종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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