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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여만에 한·중·일 3국이 함께 만났으나 북한의 핵을 바라보는 시각은 여전히 서로 달랐다.
- ▲ 한중일 3국 정상. 왼쪽부터 리커창 중국 총리, 아베신조 일본 총리,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제공
일본은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한 비핵화를 위한 노력 외에도 모든 대량살상무기 폐기를 촉구했으나, 중국은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는 비핵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특히 중국의 경우 북한을 염두에 둔 듯 한중일 3국 외 다른 나라와 협력을 강조, 비핵화보다 대북제재 완화 등에 무게를 싣는 모습이다. 미북간의 여전한 이견이 재확인되면서, '중재자'의 역할을 맡은 문재인 정부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일본 도쿄에서 9일 열린 한·중·일 3국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의 기반을 마련했다"며 "우리가 세계에서 마지막 남은 냉전 구도를 해체하여 세계에 평화를 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일·중 양국이 일관되게 경지하면서 남북대화를 전폭으로 성원해 주신 것이 큰 힘이 됐다"며 "3국 협력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했다.
이어 "전 세계가 지금 한반도와 동북아를 주목하고 있다"며 "이번 회의는 시기적으로도 매우 중요하다. 오늘 회의를 통해 (중국과 일본이) 다시 한 번 뜻을 모으고 지혜를 나눠 주시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한중일 3국 정상회담은 남북정상회담과 미북정상회담의 사이의 미묘한 시기에 열렸다. 자연히 3국 정상회담의 의제 역시 북핵 폐기 문제의 해법에 집중됐다. 각국은 상호 치밀한 사전 교감을 통해 입장을 정리한 듯 보인다. 마이크 폼페이오 신임 미국 국무장관은 전날 도쿄에 머물렀고, 중국은 시진핑 국가 주석이 지난 7일과 8일 북한 김정은을 만났다. 우리 정부 역시 판문점 선언 지지에 관한 내용을 담은 특별성명 채택에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문인지 일본과 중국은 북핵에 대해 큰 온도차를 보였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강조하면서 "안보리 결의에 따라 북한의 모든 대량살상무기, 탄도미사일 무기,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를 위한 노력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한 반면, 리커창 총리는 모두발언에서 비핵화에 대해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리커창 총리는 "중국은 선의와 성의를 가지고 왔다"며 "우리는 한․일 양국과 함께 3자 협력을 통해 지역의 안정을 수호하고, 3자 발전을 촉진하고, 세계 평화와 번영 위해 마땅한 기여를 하겠다"고만 말했다. 다만 공동발표문에는 비핵화에 대해 "우리는 한반도 핵문제의 해결을 환영한다"며 "북한의 비핵화 방향을 환영하고, 그리고 대화로 풀어 나가기를 바라고 있다"고 했다.
나아가 리 총리는 북한과의 경제협력을 염두에 둔 듯 "우리는 동북아 안정과 평화의 환경이 필요하다"며 "중․한․일+1, 그리고 +(X) 형식으로 협력한다면 더 많은 발전을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역시 강한 대북제재 국면이 이어지고 있는 현 상황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미국 백악관은 현지시각으로 8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통화를 통해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영구 폐기할때까지 대북 제재를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다는데 의견을 함께 했다고 밝혔다.
외교당국은 리 총리의 발언에 대해 "특정한 나라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3국이 특정 산업에서 협력한다고 가정하면 3국 협력으로 3국외 나라에 진출하는 방식으로도 협력을 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중국과 일본의 비핵화를 둘러싼 입장차가 재확인됨에 따라 '중재자'의 역할을 맡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의 고심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당사국인 미국과 북한은 물론 주변국의 입장도 조율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이 다시 한 번 드러났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날 3국의 일반공동성명은 중국과 일본의 과거사 관련 문구에 대한 입장차 때문에 현 시점까지 발표가 지연되고 있다. 이역시 우리 정부는 어느정도 양해한 수준으로 조율, 대조를 이뤘다.
우리 정부는 먼저 5월말~6월초 사이 미북정상회담을 통해 북핵 해법을 도출한뒤, 이후 주변국에 결과를 공유하는 순서로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미북정상회담의 날짜가 정해지지 않는 등 양측의 입장차가 여전한 상황이다. 미국은 최근 북한에 영구적이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대량살상무기 폐기(PVID)를 요구하는가 하면, "이란 핵협정으로는 핵무기를 막을 수 없다"며 이란 핵 협정 탈퇴를 선언하기도 했다.
청와대는 한중일 3국 정상회담에 대해 "판문점 선언에서 '완전한 비핵화' 목표를 확인한 것을 환영하고, 미북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기대하며,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이 동북아 평화와 안정에 기여할 수 있도록 3국이 공동의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문 대통령은 특히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의 폐기를 국제사회에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밝힌 것은 미북정상회담의 성공을 위한 의지를 잘 보여준 것'이라고 강조했다"며 "한국은 일본·중국과 전략적 소통과 협조를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한·중·일 3국 정상회담에서 북핵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폐기 (CVID)에 대한 입장이 포함되지 않은 것을 두고 우려를 나타냈다.
자유한국당 정태옥 대변인은 한중일 정상회담 공동언론발표에 대해 "동북아의 책임있는 당사자인 한중일 3국 정상이 함께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합의한 것은 다행"이라면서도 "그러나 북핵의 완전한 비핵화 원칙인 CVID에 대한 입장이 포함되지 않은 것을 크게 우려하고 유감"이라고 평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