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문제에 중국 끼어들기 현실화… '한미일-북중러' 구도, 6자 회담 재현 우려
  • ▲ 중국 시진핑 국가 주석과 북한 김정은이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DB
    ▲ 중국 시진핑 국가 주석과 북한 김정은이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DB
    지난 27일 북한 김정은과 중국 시진핑 주석이 만난 것으로 확인되면서 한반도 외교지형에 변수가 생길 전망이다.

    향후 외교 지형이 한미일-북중러 구도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아진 셈으로, 6자 회담에서 두차례의 실패를 지켜본 문재인 대통령의 고민도 깊어지게 됐다.

    중국 정부는 북한 김정은이 지난 26일부터 중국을 방문해 지도부와 비공개 회담을 한 사실을 28일 공개했다. 청와대 곧바로 중국이 이같은 사실을 통보했다고 확인했다.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 속 한반도 정세가 요동치는 모양새다.

    김정은의 중국 방문은 그간 소원했던 중·북 관계를 개선, 미국과의 협상을 앞두고 지렛대로 사용하기 위함으로 해석된다. 중국 역시 차이나 패싱 우려에서 벗어날 수 있어 이해관계에서 맞아 떨어진다는 것이 외교가의 설명이다.

    이는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환영사에서도 잘 드러난다. 시 주석은 중국과 북한 사이가 가까움을 강조했다. 시 주석은 "전통적인 중조 친선은 두 당, 두 나라 영도자들께서 친히 마련하시고 품을 들여 키우신 것"이라며 "전통적인 중조친선은 피로서 맺어진 친선으로 세상에 유일무이한 것이며 뿌리깊고 잎이 우거진 나무와 영원히 마르지 않는 샘줄기처럼 우리 두 당과 두 나라 인민에 행복을 마련해주고 있다"고 했다.

    시 주석은 "국제 및 지역 정세가 어떻게 변하더라도 우리 쌍방은 세계 발전의 큰 흐름과 중조관계발전의 전반적 국면을 튼튼히 틀어쥐며 고위급왕래를 강화하고 전략적 의사소통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같은 변화는 향후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 지형이 한미일-북중러로 굳어질 수 있어 문 대통령에게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은 평창 동계 올림픽을 계기로 북한과 대화의 속도를 내면서 미국·북한을 직접 마주치게 하는 방식을 택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때인 지난 2003년과 2007년 '6자회담'과는 다른 접근법을 사용하고 있다. 6자회담이 각국의 이해관계가 서로 엇갈리면서 시간만 끌다 파행으로 끝났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실제로 4월말 남북정상회담 - 5월말 미북정상회담을 밀어붙였다. 먼저 양국 간 일정을 정한 뒤 관련 내용을 설명하기 위해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서훈 국정원장을 주변국에 특사 자격으로 파견하기도 했다. 그런데 중국이 본격적으로 한반도 문제에 끼어들기로 한 것이다.

    청와대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가운데, 일단 중국의 태도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베트남-UAE 순방을 마치고 이날 오전 귀국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양제츠 중국 정치국 위원이 내일 오전 방한할 예정"이라며 "시 주석의 특별 대표자격으로 방한해 정의용 안보실장과 회담·만찬을 할 예정이고 문재인 대통령과도 예방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수석은 "양제츠 위원이 북중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자세히 설명할 예정"이라며 "한반도 비핵화 등 여러 현안들에 대해 협의가 있을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양제츠 중국 정치국 위원은 당초 지난 16일 방한할 예정이었으나 일정을 돌연바꿨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양제츠 국무위원의 방문 일정 변경 사실은 저희와 협의했지만, 구체적인 변경 이유에 대해서 저희들에게 통보해준 것은 없다"며 "지금 상황은 우리가 예상했던 상황을 뛰어넘는 범위에서 진행되고 있어,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이 상황을 지켜봐야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 김정은이 특별열차를 타고 중국을 방문했다는 사실을 우리 정부가 인지한 시점에 대해 "정확히 말씀드릴 수 없다"며 "통보받은 것은 맞지만 언제인지 구체적으로 언급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귀국 직후인) 오전 9시부터 비서실장 주재 현안점검회의가 진행중"이라며 "1주일 간 국내외 현안에 대한 정책실장, 안보실장 등 보고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순방을 위해 출국했던 지난 22일과 달라진 외교지형에 대해서 심도있게 의논할 것임을 암시하는 부분으로 보인다.

    한편 청와대는 양제츠 정치국위원에 대한 답방형식으로 중국에 특사 파견도 검토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뒤틀리는 동북아 외교지형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운전대를 계속 잡기 위해서라도 주도권 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