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현진과 길환영은 달라" 한국당내 여론 파고들며 충남 천안갑 출마 여론 점증
  • ▲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지난 9일 오전 당사에서 영입인사 환영식을 갖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길환영 전 KBS 사장, 한국당 홍준표 대표, 배현진 전 MBC 아나운서.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지난 9일 오전 당사에서 영입인사 환영식을 갖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길환영 전 KBS 사장, 한국당 홍준표 대표, 배현진 전 MBC 아나운서.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성완종 리스트' 음모의 족쇄를 벗어던진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충남 천안갑 재선거 출마를 통해 명예회복과 정계의 중심으로의 복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겨냥하고 있다.

    충남 천안갑은 최근 자유한국당에 영입된 길환영 전 KBS 사장도 출마를 노리고 있지만, 한국당 내에서 "배현진 (전 MBC 아나운서)과 길환영 (전 사장)은 다르다"는 여론의 틈새를 파고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중진의원을 비롯한 한국당 내의 여러 관계자들은 최근 당이 재·보궐선거를 겨냥해 영입한 언론계 인사인 배현진 전 MBC 아나운서와 길환영 전 KBS 사장과 관련해, 온도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당 핵심관계자는 "배현진 아나운서는 방송밖에 모르던 여성이 좌파권력의 방송장악 음모에 의해 희생당한 대표적인 사례에 해당하지만, 길환영 사장은 좀 다르다"며 "(길환영 사장은) 이미 지난 총선 때 예비후보로 등록하는 등 꾸준히 정계 진출을 노렸던 인사라 결이 다르다"고 말했다.

    홍준표 대표 체제에 불만을 갖고 있는 당내 중진의원들도 대체로 배현진 전 아나운서의 서울 송파을 투입에는 이견이 없다.

    오히려 더불어민주당이 배현진 전 아나운서 전격 투입에 긴장감을 갖고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전 KBS 아나운서)이나 한정원 행정관(전 SBS 기자)을 차출해 여성 언론인으로 맞불을 놓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상황이다.

    반면 길환영 전 사장의 충남 천안갑 전략공천설과 관련해서는 여러 이견이 제기되고 있다.

    한 한국당 의원은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길환영 전 KBS 사장은 지난 총선 때 천안을에 예비후보로 등록을 했다가 지역에서 좋은 평을 받지 못하고 중도포기했던 인물"이라며 "(전략공천은) 적절치 않다는 의견들이 많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당 지도부에서 충청권을 대표하는 지위에 있는 김태흠 최고위원은 최근 홍준표 대표에게 '길환영 카드'가 지역에서 여러모로 부적절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점을 설명하며 "지금 제일 당선 가능성이 있는 카드는 이완구 전 총리"라고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배현진 전 아나운서와 길환영 전 사장을 '패키지'로 묶어갈 것이 아니라는 여론에, 이완구 전 총리의 등판 공간은 점차 넓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완구 전 총리는 지난해 12월 22일, 대법원으로부터 상고심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으면서 '성완종 리스트'의 멍에를 벗어던졌다.

    같은날 굴레로부터 벗어난 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지난해 5·9 대선에까지 출마하고, 그 이후에도 제1야당 대표로서 활발한 정치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총리로 지명되면서 한때 '충청대망론'을 등에 업고 대권까지도 바라봤던 이완구 전 총리의 입장에서도 큰 뜻을 품을 법하다는 관측이다.

  • ▲ 이완구 전 국무총리(사진 오른쪽)가 충청 정치의 복원을 위해 오는 6월 13일로 예정된 충남 천안갑 국회의원 재선거에 출마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15년 2월 총리 재임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실을 방문해 문재인 대통령의 말을 경청하고 있는 이완구 전 총리의 모습.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이완구 전 국무총리(사진 오른쪽)가 충청 정치의 복원을 위해 오는 6월 13일로 예정된 충남 천안갑 국회의원 재선거에 출마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15년 2월 총리 재임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실을 방문해 문재인 대통령의 말을 경청하고 있는 이완구 전 총리의 모습.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한국당 핵심관계자는 "이미 충남지사는 10년 전에 했기 때문에, 총리까지 지낸 양반이 다시 지사에 도전한다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도 않고 명예회복도 아니다"라며 "국회의원은 헌법기관이기 때문에 다르다"라고, 이완구 전 총리의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도전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이완구 전 총리도 당 안팎에서 쏠리는 기대감을 의식한 듯, 정치적으로 유의미한 행보를 잇달아 보이고 있다.

    이완구 전 총리는 전날 11대 조부인 이광윤 선생의 사당에 참배하기 위해 충남 홍성을 찾았다. 이광윤 선생은 임진왜란 때의 의병장으로, 왜군으로부터 청주성을 탈환하는 혁혁한 공로를 세운 뒤 제2차 금산 전투에서 순국했다.

    11대 조부인 이광윤 선생 사당에 술잔을 올린 이완구 전 총리는 이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정치권에서 (국회의원 재보선이 열릴 때까지의) 3개월은 긴 시간인데, 언론에서 너무 앞서가는 것 같다"며 "4월 초중순쯤 가야 그림이 그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전체적인 틀을 볼 때, 신중하게 보는 것이 맞다"며 "평소 좌우명대로 호시우행(虎視牛行)의 자세로 행동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한국당 지도부에 충남 천안갑을 섣불리 조급하게 전략공천으로 결정짓지 말아달라는 뜻을 우회적으로 당부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완구 전 총리가 16일에 미국 코네티컷으로 출국해 2주간 체류하는 것도 이같은 움직임의 일환으로 읽힌다. 지역에서 이완구 전 총리의 출마를 요청하는 목소리가 충분히 무르익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정치적 운신을 본격화하겠다는 의도라는 설명이다.

    이완구 전 총리는 15·16·19대 국회의원을 지낸 전직 3선 의원으로 이번 재·보선에서 당선될 경우, 4선 의원의 반열에 오른다. 게다가 국무총리와 충남도지사, 원내대표 등 당과 중앙·지방의 요직을 두루 거쳐 상당한 정치적 무게감을 갖게 될 전망이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불미스런 사태 연루로 인한 충청 정치의 진공 상태에 허탈감과 환멸을 느끼고 있는 지역민을 위해서라도 이번 충남 천안갑 재선거를 통해 정치적 명예회복을 이뤄야 한다는 게 지역 핵심 정치인들의 중론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당 이장우 전 최고위원은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이완구) 총리께서 어떠한 입장을 갖고 있는지가 문제"라며 "도민들이 충청 정치의 복원을 위해 나서달라는 여론을 갖고 있다면, 그에 답을 할 것인지의 판단은 총리가 갖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안희정 사태 이후 충청도의 명예와 긍지에 엄청난 훼손이 있어 충남도민들이 굉장히 좌절하고 가슴아파하고 있는데, 충청 정치를 빠르게 복원시켜 영남 정치·호남 정치와 균형을 맞춰가는 역할을 누군가 해야 한다면, 현재로 봐서 가장 가능성이 있는 분은 이완구 총리"라며 "이완구 총리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있을 때에는, 당 지도부도 당연히 그에 화답하는 게 맞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