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낙마로 정우택·정진석·오제세 부상… 홍문표·김태흠·이장우·정용기도 잠재력 충분
  • ▲ 차기 대권주자로 유력시되며 충청대망론의 현실화 가능성을 높여가던 안희정 충남도지사(사진
 가운데)는 성폭행 의혹을 폭로당하며 정치생명이 끊어졌다는 평을 받고 있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차기 대권주자로 유력시되며 충청대망론의 현실화 가능성을 높여가던 안희정 충남도지사(사진 가운데)는 성폭행 의혹을 폭로당하며 정치생명이 끊어졌다는 평을 받고 있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였던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낙마로, 충청대망론이 누구를 향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안희정 지사는 수행비서 성폭행 의혹이 폭로된 직후, 7일 현재까지 연락을 끊고 잠적해 있다. 그 사이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혐의로 고소가 이뤄졌다.

    법정 공방의 결과와 무관하게, 정치생명은 끝났다는 게 중론이다. 설령 위력간음 혐의에서 무죄 판결이 나더라도, 처자가 있는 몸인데도 공무 중에 부적절한 성관계를 맺었다는 부정행위로부터는 자유로울 수 없다.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였던 안희정 지사의 정치적 돌연사로 충청 정가는 허탈감에 빠진 상황이다.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30여 년만에 첫 충청권 출신 대통령에 가장 근접했던 잠룡이 갑자기 사라진 셈이기 때문이다.

    직선제 개헌 이후 우리나라의 대통령은 모두 영남과 호남에서만 배출됐다. 노태우·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은 대구·경북(TK) 출신이며, 김영삼·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은 부산·경남(PK) 출신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호남 출신이다. 충청 출신 대통령은 없다.

    이는 '호남은 푸대접, 충청은 무대접'이라는 충청홀대론과 결부되면서, 이제 충청권에서도 대통령이 한 번 나올 때가 됐다는 충청대망론을 키워가는 원동력이 됐다.

    지난해 대선 때 충북 음성·충주 출신인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한때 대두하고,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안희정 지사의 이른바 안풍(安風)이 불면서 충청대망론이 드디어 결실을 맺는가 하는 기대감이 있었으나 실망으로 끝났다.

    특히 반기문 전 총장이 불과 20일만에 대선 레이스에서 탈선하고, 비록 경선에서는 졌지만 가장 유력한 차기 주자 자리를 맡으며 '일보후퇴, 이보전진'하는 듯 했던 안희정 지사가 참담히 무너지면서, 이들에게 한때 열성적인 지지를 보냈던 지역민들에게는 환멸감과 상처만 남게 됐다는 평이다.

    하지만 안희정 지사의 정치적 돌연사로 충청대망론마저 마침표를 찍었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게 지역 정가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충청권 의원실 관계자는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충청이 커진 위상에 걸맞는 정치적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에는 변한 것이 없다"며 "오히려 지난 대선 과정에서 반기문 전 총장과 안희정 지사의 대두로 지역민들의 정치적 기대감이 부풀어오른 상황이기 때문에, 이러한 기대감은 반드시 누군가에게로 향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 자유한국당 정우택 전 원내대표는 충북 출신 4선의 중진의원으로, 경륜과 권력의지라는 측면에서 충청대망론의 차기 주인공 자리를 노려볼만하다는 평이 나온다. 사진은 지난 2016년 9월, 싱크탱크 더좋은나라 전략연구소를 창립하고 있는 모습.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자유한국당 정우택 전 원내대표는 충북 출신 4선의 중진의원으로, 경륜과 권력의지라는 측면에서 충청대망론의 차기 주인공 자리를 노려볼만하다는 평이 나온다. 사진은 지난 2016년 9월, 싱크탱크 더좋은나라 전략연구소를 창립하고 있는 모습.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그렇다면 누가 충청대망론의 햇살을 받는 차기 대권주자로 부각될 수 있을까.

    정치권에서는 자유한국당 정우택 전 원내대표(충북 청주)를 유력한 후보군으로 꼽고 있다. 그 외에 같은 4선 의원급으로는 민주당 오제세(충북 청주) 의원과 한국당 정진석(충남 공주·부여·청양) 전 원내대표도 잠재적인 후보군으로 분류된다.

    정우택 전 원내대표는 한국당 최고위원과 원내대표를 지낸 4선의 중진 정치인이다. 내각의 일원(해양수산부장관)으로서 중앙부처 행정을, 충북도지사로서 지방행정을 두루 경험해본 적이 있는 경륜을 자랑한다.

    부친 고 정운갑 전 의원이 1958년 치러진 4대 총선 때 고향인 충북 진천에서 당선된 것을 시작으로, 5선 의원을 지내며 농림부장관을 역임하는 등 부자(父子) 2대에 걸쳐 충북을 근거지로 정치를 하며 나란히 장관을 지내 지역민들 사이에서 신망이 매우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충청대망론의 주인공으로 부상하기 위한 필수요건인 권력의지라는 측면에서 볼 때도 정우택 전 원내대표는 모자람이 없다.

    정우택 전 원내대표는 지난 2016년 9월, 의원회관에서 자신의 싱크탱크인 '더좋은나라 전략연구소' 창립세미나를 하면서 대대적인 세(勢)몰이에 나섰다.

    당시 장내에는 '정우택과 함께 하는 청년지킴이' '정우택 팬클럽 정도령' 등의 단체 명의로 "더 좋은 나라를 부탁한다" "정우택 의원과 함께 꿈을 향해 달리자" "정우택 이사장, 아름다운 세상을 부탁한다" "언제나 정우택 의원을 응원한다" "당신과 함께 해서 너무 행복하다" 등의 현수막이 내걸렸다.

    또, 식전에 상영된 샌드아트에서는 태양이 지평선 너머에서 떠오르면서 하단에 '컨텐츠 있는 지도자 탄생'이라는 글씨가 흐르고, 정우택 전 원내대표가 밝은 미소를 띄고 있는 사진이 겹쳐보이는 연출이 이뤄지는 등 대권 출정식의 분위기가 완연했다는 평이다.

    사회를 맡았던 정용기 의원도 정우택 전 원내대표를 "4선 국회의원으로 해수부장관과 충북도지사, 정무위원장을 역임했으며, 중부권 대망론의 중심"이라고 소개했다.

    축사를 맡은 서청원 의원은 "샌드아트를 보며 순간적으로 느꼈는데, 큰그림을 그리는 것 아니냐. 이거 심상찮다"며 "더 좋은 나라를 추구하는 큰그림을 그리는데, 나한테 개인적으로 뭔가가 있는가 이야기를 해달라"고 추어올렸다.

    이처럼 사실상의 대권 출정식을 했을 정도로 뚜렷한 권력의지를 가지고 있으며, 큰그림을 그리는 만큼 평소 주변 관리를 철저히 해왔기 때문에 충청대망론의 조명을 받을 가치가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반기문 전 총장이 20일만에 주저앉으며 대권행보를 용두사미로 끝냈을 때, 지역민들 사이에서 환멸의 감정이 컸다"며 "충청대망론의 차기 주인공이 되기 위해서는 단호한 권력의지도 분명히 필요한 요소"라고 귀띔했다.

    2016년 당시에는 갑작스런 탄핵 정국과 분당(分黨) 위기 속에서 난파할 위기에 처한 당의 원내대표를 맡느라 대권의 꿈을 잠시 접어둘 수밖에 없었던 정우택 전 원내대표는 최근 정치적 보폭을 크게 넓히고 있다는 관측이다.

    홍준표 대표의 당 운영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며 4선 이상 중진의원들의 연판장 등 단체행동을 주도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당의 비전 제시와 대안 마련을 위해 같은 4선의 나경원·유기준 의원과 함께 새로운 보수의 미래를 고민하는 포럼 창설에 앞장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서는 정우택 전 원내대표가 6·13 지방선거 이후로 관측되는 전당대회에 대비해 차기 당권을 준비하고 있다는 설이 파다하다. 물론 궁극적인 종착역은 당권보다도 더 높은 지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를 위해서는 지방선거 이후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잡아 2020년 총선을 승리로 이끌어낼 수 있을지의 여부가 정치적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 충청권 재선의원은 "정우택 (전 원내)대표가 큰 꿈을 꾸고 있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며 "지역의 여론은 어떻든 간에 충청이 더욱 결속해야 한다는 방향"이라고 전했다.

  • ▲ 자유한국당 정진석 전 원내대표(사진 왼쪽)는 청와대 정무수석과 국회사무총장, 당 원내대표를 두루 거친 충남의 4선 중진의원으로, 최근 경제파탄특별대책위원장을 맡으며 당의 전면에 복귀, 홍준표 대표, 김무성 전 대표최고위원과 함께 삼두 체제로 당 리더십의 일익을 담당하게 됐다는 관측이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자유한국당 정진석 전 원내대표(사진 왼쪽)는 청와대 정무수석과 국회사무총장, 당 원내대표를 두루 거친 충남의 4선 중진의원으로, 최근 경제파탄특별대책위원장을 맡으며 당의 전면에 복귀, 홍준표 대표, 김무성 전 대표최고위원과 함께 삼두 체제로 당 리더십의 일익을 담당하게 됐다는 관측이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정진석 전 원내대표와 오제세 의원도 충청을 대표하는 4선 의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당 정진석 전 원내대표는 지난해 12월 일찌감치 충남도지사 불출마 선언을 하며 "보수우파를 살리는데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정진석 전 원내대표의 시선도 도백(道伯)보다 더 높은 곳을 향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충청 정치의 본류인 충남 출신의 유일한 야권 4선 의원으로 청와대 정무수석과 국회사무총장, 당 원내대표 등 다양한 직책을 맡으며 경륜을 쌓았다.

    한국일보 정치부 기자 시절부터 시작된 충청권의 정치적·정신적 지주 김종필 전 국무총리(JP)와의 두터운 인연도 빼놓을 수 없다. JP는 현역 정치인 중 정진석 전 원내대표를 가장 신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일에는 한국당 경제파탄대책특별위원장을 맡아 전면에 복귀했다. 같은날 북핵폐기추진특별위원장을 맡게 된 6선의 김무성 전 대표최고위원과 함께 사실상 홍준표·김무성·정진석의 삼두정치(三頭政治)로 6·13 지방선거 때까지 당 리더십의 일익을 담당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정진석 (전 원내)대표의 정치적 체급이 현재 충남에서 가장 큰 상황"이라며 "20대 총선 임기 중에 기회가 온다고 하면 당권이든 뭐든 도모하지 못할 까닭이 없다"고 전망했다.

    여권에서는 4선의 오제세 의원의 무게감이 무겁다.

    충북 청주 출신으로 경기고와 서울법대를 나와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청와대와 내무부, 충북도 등에서 다양한 행정경력을 쌓았다. 정계에 입문한 뒤에는 17대부터 20대 총선까지 단 한 번의 좌절도 경험하지 않은 채 내리 4선을 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다만 오제세 의원은 지난 1월 9일 충북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상황이다. 1949년생이라는 연령을 고려하면, 이번에 충북지사에 당선될 경우 고향을 위한 마지막 봉사를 하며 정치인생을 마무리하는 수순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이춘석 사무총장 등 지도부가 현역 의원의 지방선거 출마를 최소화한다는 방침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에, 이에 막혀 출마가 좌절될 경우 오히려 당권 도전 등 중앙정치에서의 보폭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선회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3선 의원 중에서는 한국당 홍문표 사무총장(충남 홍성·예산)이 중앙정치와 지역관리 양 측면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며 앞서가고 있다는 평이다.

    재선 의원 중에서는 한국당 전당대회 때마다 예상을 뛰어넘는 득표 파괴력을 보이며 충청을 대표하는 최고위원으로 당 지도부에 입성하고 있는 김태흠 최고위원(충남 보령·서천)과 이장우 전 최고위원(대전 동구)의 정치적 성장판이 한껏 열려 있다는 관측이다.

    또, 지난 1일 "분열된 우파를 하나로 모아 위기에 빠진 자유대한민국과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내기 위해 중앙정치무대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 헌신하겠다"고 사자후를 토한 한국당 정용기 의원도 불출마 선언을 한 대전시장을 대신해 중앙정치에서 더 큰 역할을 할 잠재력이 충분하다는 평가가 뒤따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