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후보 당선 위해 선관위 경고 무시하고 집회 열어”재판 과정서 "국정원의 불법 사찰" 항변, 재판부 "통상적 선거법 위반 사례" 일축
  • ▲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와 주진우 시사인 기자가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뉴시스
    ▲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와 주진우 시사인 기자가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뉴시스

    19대 총선 당시 민주당 후보를 공개 지지하는 대규모 집회를 여는 등 불법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기소된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50)와 주진우 시사인 기자(45)가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2012년  기소된 뒤 약 6년만의 선고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는 2일 선고 공판을 열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씨와 주씨에게 각각 9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공직선거법은 벌금 100만원 이상의 확정 판결을 받을 경우 피선거권을 제한하도록 하고 있다.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진행자였던 김씨와 주씨는 19대 총선 직전인 2012년 4월 1일부터 10일까지 총 8차례에 걸쳐 당시 민주통합당 김용민 후보와 정동영 후보를 공개 지지한 혐의로, 같은해 9월 불구속 기소됐다.

    당시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는 검찰 고발에 앞서 김씨 등에 수차례 이메일 경고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주씨는 선거 기간 중 "이번 선거가 4년간의 이명박 정권을 심판하는 것"이라며, "투표를 통해 누구를 심판해야 하는지 보여주자"라고 발언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재판이 시작된 뒤 이들은 언론인의 선거운동을 금지하는 현행 법률 조항은 위헌이라며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내고, 법원도 이를 받아들였다. 이 사건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언론인의 선거운동을 금지하는 공직선거법 일부 조항은 선거 운동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위헌 결정을 내림에 따라, 검찰은 공소장을 일부 변경했다.

    검찰은 지난달 12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김씨 등은 선거일이 임박한 시기에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선거운동을 했고 선거관리위원회의 지속적 경고를 무시했다"며 벌금 각 200만원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김씨 등은 언론인으로서 상당한 영향력을 활용해 불특정 상대방을 대상으로 선거운동을 했다. 규정에 반하는 확성장치를 사용해 집회를 여는 등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고 판시했다.

    특히 재판부는 이들의 행위가 “김용민 후보를 당선되게 하거나 새누리당 후보를 떨어트리기 위한 목적과 의사를 가지고 있었음을 인정할 수 있다”며, “선거 공정성을 해칠 위험이 크고 공직선거법 입법 취지에 반해 책임이 가볍지 않다”고 강조했다. 

    다만 재판부는, 이들이 특정 정당 소속이 아니라는 점, 언론 활동의 연장선상에서 토크콘서트를 연 측면이 있다는 점 등을 일부 인정한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김씨와 주씨는 재판 과정에서 “국정원의 표적수사로 검찰이 공소권을 남용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들의 항변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국정원이 피고인들을 위법 사찰했다거나 의도적으로 표적 수사할 만한 자료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오히려 재판부는 “기록에 따르면 선관위가 먼저 자제를 요구한 뒤 검찰에 고발했다”며, “이는 통상적 선거법 위반 사건이기에 공소권 남용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선고 직후 피고인들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정원이 민간인을 사찰하고 우리의 뒤를 밟아서 그 중 일부만 골라 기소한 것”이라며,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이들은 “직업이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불만을 나타낸 뒤 자리를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