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연대 논의했던 국민의당 위기…보수정당 선택지도 좁아져
  • ▲ 문준용 씨 취업 특혜 의혹 증거 조작 사건으로 인해 국민의당이 위기에 빠졌다. 국민의당의 미래에 따라 바른정당 또한 위기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뉴데일리 DB
    ▲ 문준용 씨 취업 특혜 의혹 증거 조작 사건으로 인해 국민의당이 위기에 빠졌다. 국민의당의 미래에 따라 바른정당 또한 위기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뉴데일리 DB

    국민의당 당원 이유미 씨에서 시작한 '문준용 의혹 조작 파문'으로 국민의당발(發) 정계개편 가능성이 떠오르면서 바른정당 또한 고민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국민의당 일부 의원이 민주당에 흡수될 경우 바른정당으로써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캐스팅보트' 역할을 택할지, 자유한국당과의 통합을 통해 활로를 모색해야 할지 기로에 놓이게 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바른정당은 최근까지 '문준용 의혹 제보 조작 파문'으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는 국민의당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민의당의 상황이 급변하면 바른정당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당은 지난 19대 대선에서 당시 문재인 후보 아들 문준용씨가 한국고용정보원에 취업하는 과정에서 특혜가 있었다는 주장을 강하게 해왔다. 특히 지난 5월 5일에는 김인원 공명선거추진단 부단장이 준용씨와 함께 미국 파슨스 디자인스쿨 대학원을 다녔던 동료의 증언 음성파일을 공개했다. 해당 파일에는 준용씨가 문재인 후보의 지시로 고용정보원에 입사 원서를 냈으며 본인도 특혜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다는 취지의 주장이 담겨있었다.

    그러나 이후 이유미 씨가 제보해 공개된 이 파일은 조작된 것으로 밝혀졌다.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26일, 문준용 씨 관련 제보가 조작됐다며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열었다. 곧바로 책임 소재를 둘러싼 공방이 벌어졌다. 지난달 28일, 국민의당 이용주 의원은 "(조작된 의혹을 당에 제보한)이유미 씨가 검찰에서 단독범행이라고 진술했다"고 했지만, 이유미 씨는 검찰 조사에서 일관되게 "이준서 전 최고위원이 개입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당은 자체 진상 조사단을 편성, 조사를 벌인 끝에 이 씨의 단독범행으로 결론 내렸다. 당 차원에서 '공작정치'를 한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검찰은 구속 시한을 연장,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 안철수 전 대표, 박지원 전 대표 등 당 지도부가 의혹이 조작된 사실을 알고 있었냐는 '진실게임' 공방까지 함께 장기화 국면을 맞고 있는 것이다.

    이에 국민의당이 창당 이래 최대 위기에 빠졌다는 이야기가 정치권을 떠돌고 있다.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28일 "당이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면 이 당은 해체해야한다. 제가 앞장서서라도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하겠다"고 말한 바도 있다. 국민의당의 한 당직자는 "당사 앞으로 몰려와 유권자에 사과하라는 시민들을 여러 차례 만날 수 있었다"며 "당의 앞날이 우려스럽다"고 말하기도 했다.

    당장 지방선거가 1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처럼 국민의당이 휘청이자, 바른정당의 고민도 깊어졌다. 한때 통합과 연대를 논의했던 국민의당이 위기를 맞으면서 연대·통합을 모색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은 지난 5월 12일 주호영 원내대표와 주승용 원내대표가 회동을 통해 양당 통합·연대에 대한 의사를 확인한 바 있다. 양당은 모두 원내 '캐스팅 보트'를 지향함에도 적은 의석수로 '동병상련'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양당이 합당하면 60석 규모의 확실한 원내 '캐스팅 보트' 지위를 확보하게 돼 이같은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국민의당이 위기에 처하면서 이같은 구상은 물거품이 됐다. 국민의당은 여권세가 강한 호남을 지역구로 하는 의석이 상당수 있다. 국민의당이 흩어진다면 소속 의원들은 바른정당보다는 민주당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더 높다. 이렇게 되면 내년 지방 선거는 사실상 좌파진영이 통합되고 우파진영이 분열되는 구도로 굳어질 수밖에 없다. 보수 유권자로부터 통합 요구 압박이 거세질 수 있다.

    이미 자유한국당과 크게 각을 세워온 바른정당으로서는 고민이 깊어지는 대목이다. 실제로 바른정당은 자강론에도 불구, 대선 과정에서 소속 의원들이 한국당으로 입당하는 사태를 겪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신임대표 역시 바른정당을 별개의 정당으로 보지 않고 지방선거 전에 흡수통합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바도 있다. 바른정당의 선택에 따라 여전히 자유한국당과 합당 가능성은 열려있는 셈이다. 

    다만, 국민의당이 사라지면 3당이 돼 캐스팅보트로 역할이 오히려 커질 수 있다는 반론 제기도 만만치 않다. 바른정당은 지난 6·26 전당대회에서 '자강론'을 앞세운 이혜훈 의원을 당대표로 선출, 노선을 분명하게 정했다. 국민의당 일부 의원이 민주당으로 움직이면 바른정당이 원내 3당으로 올라서게 돼 원내 역할이 커진다는 것이다. '자강론'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이 함께 나오는 이유다.

    한 바른정당 관계자는 "국민의당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과거 양당제로 돌아가게 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국민에 신뢰받는 정당으로 거듭나려는 노력이 우선이라는 기조 하에 민생특위 20 가동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