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회의장서 '황', '홍' 큰 글자로 메모해가며 대화… 헌재 판결에 집중해도 모자른 판에
  • ▲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가 지난 2일 박맹우 사무총장과 대화를 나누며 적은 메모지가 논란을 낳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가 지난 2일 박맹우 사무총장과 대화를 나누며 적은 메모지가 논란을 낳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가 박맹우 사무총장과 대화를 나눈 메모지가 논란을 낳고 있다.

    헌재 판결을 앞둔 엄중한 시점에 황교안 권한대행과 홍준표 경남도지사를 대선 경선에 올리자는 의미로 해석되는 내용이 담겨서다.

    정우택 원내대표와 박맹우 사무총장은 지난 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메모해가며 대화를 나눴다. 해당 메모는 여러 언론사 사진기자에 잡혔다. '황'과 '홍'이 큰 글씨로 쓰였고, 여러 차례 동그라미가 덧칠돼 있었다.

    이같은 내용의 메모가 공개되자 정치권에서는 당 지도부가 황 권한대행과 홍준표 경남도지사를 자유한국당의 대선 경선 후보로 올리려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황교안 권한대행과 홍준표 지사의 2파전 경선 구도를 염두에 둔 메모라는 설명이다.

    특히 정우택 원내대표는 황교안 권한대행에게 출마를 압박하며 대선판을 임의로 그리려는 모습을 보였다. 정 원내대표는 같은 날 MBC 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황교안 대통령 권한 대행이 대선 전에 출마해야 임팩트가 있다"면서 "차라리 지금 출마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

    정 원내대표는 홍준표 경남도지사에 대해서도 "우리 보수를 대표하는 분명한 정치인 중 한 사람"이라며 "날카로운 판단력 또는 비판력을 갖고 있어 자유한국당 대선 주자로서 자격이 충분하다"고 추켜세웠다. 메모의 내용과 결이 크게 다르지 않은 셈이다.

    또한 같은 메모에는 작은 글씨로 유승민, '金'이라는 글씨도 보였다. 이는 바른정당과 통합 경선을 고려하는 것으로 해석됐다. '金' 메모는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황교안 대행과 홍준표 지사의 경선을 통해 흥행을 이끈 뒤, 김무성 의원과 교감을 통해 유승민 의원과의 단일화를 꾀하겠다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은 일찌감치 '보수 후보 단일화'를 꺼내들면서 "자유한국당과도 함께 할 수 있다"는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앞서 나온 해석의 신빙성을 더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서는 자유한국당 지도부가 이같은 논의를 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탄핵 소추안이 발의돼 헌재의 판결을 앞두고 있는 엄중한 시기에 선거만 고려한 발상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황교안 권한대행은 현재 국정 운영을 담당하고 있다. 황 권한대행에 대한 출마 종용은 자칫 그를 난감한 상황으로 만들 수 있다. 헌재의 '탄핵 소추안 인용' 판결을 가정한 행보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정 원내대표도 이 부분에 대해 같은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탄핵 최종 결정이 안 된 상태에서 출마 의사를 구체적으로 밝히고 경선이나 대권 행보에 가는 것이 어렵지 않겠느냐"고 토로한 바 있다.

    더군다나 당내에서는 탄핵 소추안 판결 여부에 당력을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태극기집회에 처음부터 참석했던 김진태 의원 등은 물론, 당초 비박계로 분류됐던 김문수 경기도지사 역시 "태극기 민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면서 탄핵 기각을 당론으로 정할 것을 거듭 요구하는 상황이다. 이를 외면한 행동이었다는 비판이 뒤따른다.

    때문에 정 원내대표가 박맹우 사무총장과 나눈 중요한 필담을 언론에 노출한 것은 의도된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자유한국당의 한 의원실 관계자는 "그렇다고 (대선 경선) 논의를 안할 수는 없지 않느냐"면서도 "대선 경선을 공정하게 준비해야 할 정우택 원내대표가 자칫 특정 후보로 판을 짜는 것으로 비찰 수 있다"고 아쉬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