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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탄핵’이 노무현 탄핵과 다른 점 3가지

증인 채택 결과 보면, 대략적인 심판일정 알 수 있을 듯

입력 2016-12-15 23:26 수정 2016-12-17 18:08

▲ 서울 안국동 헌법재판소 정문. ⓒ 사진 연합뉴스


헌법재판소가 현직 대통령의 ‘파면’ 여부를 판단할 책임을 떠안으면서, 탄핵심판 절차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뒤 헌법재판소법이 개정됐고, 국회가 밝힌 탄핵소추이유도 크게 달라, 2004년의 탄핵심판을 바탕으로 이번 사건의 흐름이나 결과를 예단할 수는 없다.

오히려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이, 12년 전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그것과, 절차는 물론 결과에서도 사뭇 다른 모습을 보일 것이란 견해가 힘을 얻고 있다.

2004년의 탄핵심판이 법리보다는 여론의 흐름에 상당한 영향을 받았듯, 이번에도 ‘광장의 촛불’을 의식한 정치색 짙은 결정이 나올 것이란 전망도 존재한다.

2004년과 올해 탄핵심판은 ①탄핵소추이유 ②심판의 전제가 되는 사실관계의 특정 및 피소추자의 반응 ③법률 개정에 따른 소수의견 및 재판관 실명 공개 등에서 큰 차이를 드러낸다.


탄핵소추이유 2004년엔 3가지, 올해는 9가지

이달 9일 국회가 의결한 박 대통령 탄핵소추이유는 헌법위배 5건, 법률위배 4건 등 아래와 같이 모두 9가지이다.


헌법위배

① 비선실세 국정농단
최순실에게 공무상 비밀을 담고 있는 정책 및 인사문건을 청와대 직원을 통해 전달, 누설하고 최순실과 그 친적, 그와 친분있는 주변인이 ‘비설실세’로서 국가정책 및 고위공무원 인사에 관여하거나 이를 좌지우지하도록 한 점. 최순실에게 국무회의 심의가 필요한 사항을 미리 알려주고, 최씨가 심의에 영향력을 행사토록 한 점. 최순실 등의 사익을 위해 대통령의 권력을 남용, 기업들로 하여금 수십억에서 수백억원을 갹출하고, 기업들이 최씨 등에게 특혜를 주도록 강요한 점.

② 고위직 인사 개입 등
청와대 간부와 문화체육관광부 장차관 등을 최순실 등이 추천하거나 비호하는 사람으로 임명한 점. 이들이 최순실 등의 사익추구를 방조하거나 조장토록 한 점. 이로 인해 국가재정의 낭비를 초래한 점.

③ 기업 금품 출연 및 임원 인사 강요 등
청와대 수석비서관 안종범 등을 통해 최순실 등을 위한 기업 금품 출연을 강요하고, 사기업의 임원인사에 간섭한 점.

④ 언론 탄압 및 언론사 사장 사직 강요
최순실 등 비선실세의 국정농단 및 사익추구를 통제해야 할 대통령과 대통령비서실 건부들이, 최씨의 전횡을 보도한 언론을 탄압하고 언론사주에게 압력을 가해 신문사 사장을 퇴임하게 한 점(세계일보 사장 사직 등).

⑤ 세월호 7시간 의혹
헌법 제10조, 생명권 보호 의무 위반.

법률위배

㉮ 재단법인 미르, 재단법인 케이스포츠 설립·모금 관련 범죄
㉯ 롯데그룹 추가 출연금 관련 범죄(70억 출연 후 반환)
㉰ 최순실 등에 대한 각종 특혜 제공 관련 범죄
㉱ 문서 유출 및 공무상 취득한 비밀 누설 관련 범죄

탄핵소추이유를 헌법의 편제에 따라 나누면, 국회가 헌법을 위반했다고 본 항목은 아래와 같은 12가지이다.

△국민주권주의(헌법 제1조)
△대의민주주의(헌법 제67조 제1항)
△대통령의 헌법수호 및 헌법준수의무(헌법 제66조 제2항, 제69조)
△국무회의에 관한 규정(헌법 제88조, 제89조),
△직업공무원제도(헌법 제7조)
△대통령에게 부여된 공무원 임면권(헌법 제78조)
△평등의 원칙(헌법 제11조)
△국민의 재산권 보장(헌법 제23조 제1항)
△직업선택의 자유(헌법 제15조)
△국가의 기본적 인권(생명권) 보장 의무(헌법 제10조)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사적자치에 기초한 시장경제질서(헌법 제119조 제1항)
△언론의 자유(헌법 제21조 제1항)

국회는 “박 대통령이 위에서 열거한 헌법 규정과 원칙에 반해, 헌법질서의 본질적 내용을 훼손하거나 침해 혹은 남용했다”고 밝혔다.

국회가 헌법재판소에 보낸 탄핵소추의결서는 박 대통령의 법률 위반 사유도 구체적으로 적시하고 있다.

국회가 구체적으로 밝힌 죄목은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죄)(같은 법 제2조 제1항 제1호, 형법 제129조 제1항 또는 제130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형법 제123조), 강요죄(형법 제324조), 공무상비밀누설죄(형법 제127조) 등 4가지다.

헌법과 법률의 적용 항목과 법조만 놓고 보더라도 12년 전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와는 매우 큰 차이가 있다.

2004년 3월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에서 소추권자인 국회가 지적한 탄핵사유는 ▲선거법 위반 등 국법 문란 ▲측근 비리 등 부정부패 ▲경제 및 국정 파탄의 3가지였다.


‘대통령 선거법 위반’ 여부만 심리...憲裁가 사실관계도 확인해야

▲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 사진 연합뉴스


이런 규모의 차이보다 더 도드라진 것은 기본적인 전제조건이 다르다는 사실이다. 2004년 탄핵의 경우, 국회가 밝힌 소추이유도 간결했지만, 무엇보다 그 내용이 특정돼 있었다. 당시 핵심이유는 총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대통령의 여당지지 발언이었으며,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이 문제된 발언을 한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

따라서 헌재는 탄핵이유에 대한 사실관계를 별도로 따질 필요가 없었다. 즉 탄핵이유의 사실관계를 피소추자가 다투지 않았기 때문에, 헌재의 심리 부담은 그만큼 줄어들었다.

탄핵이유의 근거가 되는 사실관계의 특정 및 이에 대한 피소추자의 태도는, 12년 전 사건과 이번 사건을 구분 짓는 결정적 차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박 대통령은 국회가 주장한 ‘특가법상 제3자 뇌물죄’는 물론이고,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강요, 공무상기밀누설 등의 혐의 대부분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헌재는 대통령의 행위가 헌법 또는 법률에 반하는지 여부를 판단하기에 앞서, 사실관계부터 들여다봐야만 한다.

‘세월호 7시간 의혹’을 비롯한 탄핵사유 대부분이, 실체조자 정확하게 규명되지 않았다는 사실 역시 헌재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새월호 7시간 의혹’의 경우, 아직까지 드러난 사실이 많지 않아 헌재가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데에만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을 신속하게 마무리 짓겠다는 재판관들의 속마음은, 본 심리에 앞서 준비절차기일을 운영하겠다는 방침을 통해서도 읽을 수 있다.

사실관계 확정을 위한 증거조사 및 증인신문의 방법, 어떤 증거와 증인을 채택할 것인지 등은 준비절차에서 대부분 결정된다. 그만큼 본 심리 기간은 줄어든다.

헌재는, 20명 이상의 헌법연구관을 대통령 탄핵심판 TF에 참여시키고, 내년 초 예정된 국제행사까지 연기하는 등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마무리 짓겠다는 뜻을 분명하게 나타내고 있다.

그렇다고 해도 박한철 소장이 퇴임하는 내년 1월31일까지 헌재가 종국결정을 내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탄핵심판이 구두변론을 원칙으로 하고(헌법재판소법 30조1항), 형사소송절차를 준용한다는 점(같은 법 40조1항)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실어준다.

탄핵심판이 형사절차를 따른다는 것은, 피소추인의 방어권 보장에 중점을 둔다는 것이고, 대통령 변호인의 변론을 재판부가 임의로 과도하게 제한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준비절차기일, 증거조사 및 증인소환에 필요한 기간, 변론기일, 증인신문기일, 재판관평의 등에 필요한 최소한의 시간을 고려한다면, 헌재가 모든 역량을 탄핵심판에 집중한다고 해도, 지금으로부터 약 45일 안에 사실관계를 모두 파악하고 심리를 끝내기를 기대하는 건 비현실적이다.


소수의견 내용, 재판관 실명 모두 공개

▲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재판관들이 착석한 모습. ⓒ 사진 연합뉴스


탄핵심판에 참여한 재판관 전원이 인용이든 기각이든 자신의 의견을 실명으로 표시해야 한다는 사실이,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2004년 심판에서는 소수의견의 내용은 물론이고 해당 의견을 낸 재판관의 이름도 공개되지 않았다.

당시 재판관들은 소수의견의 내용을 결정서에 포함시킬지 여부를 놓고 격렬한 논쟁을 벌였으나, 결정서에는 담지 않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소수의견의 내용과 해당 의견을 낸 재판관이 누구인지 밝히는 문제는 이듬해인 2005년 6월, 헌법재판소법이 개정되면서 해결됐다.

현행 헌법재판소법은 종국결정서에, 참여 재판관 전원의 개별의견과 이름을 밝혀야 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위 같은 법 36조). 따라서 대통령 파면 의견과 기각의견, 각각의 의견을 낸 재판관의 이름이 모두 공개된다.

헌법재판관들이 ‘광장의 촛불’에 떠밀려, 법리가 아닌 정치적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비선실세 의혹에 대한 실체적 진실규명은 뒷전이고, 대통령이 ‘필러’를 했는지, ‘태반주사’는 맞았는지가 더 중요한 언론과 정치권의 광기어린 행태를 본다면, 재판관들이 법보다는 눈치에 의존한 판단을 내릴지 모른다는 우려가, 현실이 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박 대통령이 피소추자 신분으로 헌법재판소 대법정에 모습을 드러낼지도 관심사항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변론은 피소추자의 출석 없이 변호인에 의해 이뤄질 가능성이 더 높다. 헌법재판소법상 피소추자의 변론기일 출석은 강제사항이 아니다.

청구서(소추의결서)를 접수한 날로부터 180일 안에 심판을 끝내야 한다는 규정은 강제력이 없는 ‘훈시규정’이기 때문에, 헌재가 언제 결론을 낼 지는 예측할 수 없다.

다만, 정국 혼란을 조기에 수습해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와 재판관들이 체감하는 탄핵심판의 부담감 등을 고려할 때, 이정미 재판관이 퇴임하는 내년 3월13일 직전에 결정기일을 잡을 것이란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 뉴데일리DB


만약 헌재가 3월13일 전에 심리를 끝내지 못한다면, 대통령 탄핵심판은 남은 7명의 재판관이 마무리해야 한다.

황교안 권한대행이 박한철 소장과 이정미 재판관의 후임을 임명하는 ‘경우의 수’도 생각할 수 있지만, 대통령 권한대행은 임시적 신분으로 관리행위만 할 수 있다는 것이 헌법학계의 통설적 견해임을 고려한다면, 실현가능성은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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