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K 신당 창당해 지역 '호족'으로서 분권형 개헌 이후 바라보나
  • ▲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최고위원이 7일 오전 의원회관에서 긴급기자간담회를 열고, 박근혜 대통령의 탈당과 현 지도부의 총사퇴 등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최고위원이 7일 오전 의원회관에서 긴급기자간담회를 열고, 박근혜 대통령의 탈당과 현 지도부의 총사퇴 등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박근혜 대통령과 이정현 대표를 정조준한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최고위원의 총 속에 장전된 총알은 분당을 각오한 '실탄'일까, 엄포용 '공포탄'일까.

    그가 밝힌 백의종군(白衣從軍)의 결의는 비상대책위원장을 사양해 새누리당 내부를 안심시키기 위함인가, 아니면 집권여당의 대권주자로서의 기득권을 포기하고 '시베리아'인 신당으로 나아가겠다는 뜻일까.

    김무성 전 대표는 7일 오전 의원회관에서 긴급기자간담회를 열어 "헌법의 수호자인 대통령이 헌법을 훼손하며 국정을 운영했다"며 "대통령은 선당후사(先黨後私)의 정신으로 당을 살려야한다는 책임의식을 갖고 당적을 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 (이정현 대표의) 지도부는 사퇴해야 한다"며 "당을 위한 행동을 당권 싸움으로 몰고가는 사람들과는 더 이상 대화할 필요 없다"고 강경한 자세를 보였다.

    앞서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는 김무성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강석호 최고위원이 공개적으로 지도부 총사퇴를 주장하며, 최고위원직 사퇴를 선언했다. 이에 때맞춰 김무성 전 대표의 긴급기자간담회가 잡힌 만큼 어느 정도 '옥타브'가 높은 입장이 나오리라는 것은 예견됐지만, 박근혜 대통령 탈당 요구는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따라서 단순히 안팎에서 현 친박계 지도부를 흔드는 것을 넘어, 분당(分黨)까지도 각오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과연 김무성 전 대표는 실제로 분당을 각오한 것일까, 아니면 분당까지도 각오했다는 엄포로 당을 압박해 지도부 교체와 인적 쇄신을 앞당기려는 복안일까.

    '분당까지도 각오했다'는 결의로 친박계와 싸워, 패권계파와 단절하고 '보수의 가치'를 대변하는 건전한 보수정당을 재정비하려는 의도라는 것이 한 갈래의 해석이다.

    김무성 전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우리 당의 지지 기반인 보수의 궤멸을 막아야 한다"며 "나도 백의종군의 자세로 위기 극복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밝혔다.

    이대로는 범보수 세력의 공도동망(共倒同亡)이 있을 뿐이라는 점을 역설하면서 '백의종군'을 강조함으로써 친박계 일각에서 우려하는 '김무성 비상대책위원장 옹립설'과도 선을 그었다는 것이다.

  • ▲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최고위원이 7일 오전 긴급기자간담회를 하기 위해 같은 당 김학용 의원과 함께 의원회관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최고위원이 7일 오전 긴급기자간담회를 하기 위해 같은 당 김학용 의원과 함께 의원회관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실제로 친박계 일각에서는 현 지도부가 붕괴하고 비박계의 주도로 비대위가 꾸려지면 김무성 전 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사실상 김무성 전 대표가 비대위를 좌지우지하는 지위에 오르게 될 것이라고 경계하는 시각이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비대위원장에는 욕심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함으로써, 계파에 관계없이 보다 많은 의원들이 인적 쇄신 주장에 가담할 수 있게끔 길을 터놓았다는 분석이다.

    반면 김무성 전 대표가 실제로 분당을 결행해 '김무성당'을 창당하는 수순에 돌입한 가운데, 명분쌓기에 들어간 것이라고 바라보는 게 다른 갈래의 해석이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김무성 전 대표의 메시지는 강도가 높았다. 친박계를 일관해서 '패권세력'이라 지칭했고,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서도 "헌법가치를 위반한 대통령은 탄핵의 길로 가는 것이 헌법정신"이라며 가차 없는 비판을 가했다.

    김무성 전 대표는 "지난 2014년 (7·14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된 뒤 정치개혁을 위해 국민공천제라는 공천혁명을 이루려 애썼지만, 청와대와 당내패권세력의 농단으로 정당민주주의는 유린당했다"며 "때로는 청와대에 '노'라고 이야기했지만, 패권세력에 의해 좌절했고 말할 수 없는 수모도 겪었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이런 측면에서 바라보면 "백의종군의 자세로 국가적 위기의 극복을 위해 온 마음을 다해 헌신하겠다"는 대목도 달리 읽힌다.

    그 동안 자신이 새누리당 안에서 최선을 다했던 점을 열거하면서, 친박패권주의 때문에 당이 '회생 불능'의 처지에 빠졌다는 점을 부각시켰다는 방향으로 바라볼 수 있다.

    따라서 '백의종군'이란 집권여당 새누리당이라는 '따뜻한 아랫목'의 대권주자로서의 지위를 버리고, 국가적 위기의 극복을 위한 보수신당 창당이라는 '시베리아'로 나아가겠다는 뜻으로 볼 수도 있는 것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분권(分權)형 개헌을 노리는 김무성 전 대표의 입장에서는 템포를 빠르게 가져갈 필요가 있었을 것"이라며 "현 지도부를 퇴진시켜 새누리당 내의 주도권을 잡으면 좋고, 그렇지 못해 분당이 되더라도 '김무성당'을 창당해 일종의 PK(부산·경남) 호족으로서 정계 일각의 주도권을 놓지 않고 가겠다는 뜻일 수 있다"고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