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한 리더십' 부재 속에 이회창, 박선영 등 하마평 거론
  • ▲ 새누리당 최고 중진 연석회의 모습. 새누리당은 2일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를 개최했으나 이정현 대표 사퇴문제를 놓고 갑론을박을 벌어지면서 갈등만 드러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최고 중진 연석회의 모습. 새누리당은 2일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를 개최했으나 이정현 대표 사퇴문제를 놓고 갑론을박을 벌어지면서 갈등만 드러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김병준 총리 내정자가 발표되는 등 정국의 흐름이 빨라지는 가운데, 새누리당 내 비대위가 꾸려진다면 대권 주자가 아닌 관리형 인물이 적합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새누리당의 한 여권 관계자는 2일 "비대위원장으로 원외 인사도 충분히 생각해 볼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새누리당은 그간 당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된다면, 후보는 대권 주자군에서 골라야 한다는 논리가 적지 않았다. 때문에 이날 발언은 새누리당 내 기류변화로도 해석된다.

    새누리당 비박계는 지난 31일부터 집단 회동을 통해 의견을 공유하면서 이정현 대표의 사퇴를 요구했다. 그간 당·청 일체론으로 청와대와 발을 맞춰온 이정현 대표도 현 사태에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지도부 사퇴요구가 거세질수록 이정현 대표 체제 이후에 대한 궁금증도 커졌다. 그러나 비박계는 여러 차례의 모임에도 불구하고 "이정현 대표의 사퇴가 우선"이라며 "이번 주 내에 의원총회가 소집된다고 하니, 우선 지켜보자"는 의견만 되풀이했다.

    당초 새누리당의 비대위원장이 대권 주자여야 한다는 주장은 현재 새누리당에는 강도 높은 쇄신을 밀어붙일 수 있는 카리스마 있는 리더가 필요하다는데 그 근거를 두고 있다. 인적 쇄신과 고강도 혁신책을 제시해 당을 탈바꿈하고, 이를 동력으로 4월 재보궐 선거에 승리하면서 분위기를 반전시켜 그 동력을 내년 대선까지 가져간다는 계산이다.

    더군다나 이 작전은 대표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011년 말, 대통령 후보를 하기 전에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은 바 있다. 확실한 롤 모델이 있는 검증된 방법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이를 가능케 하려면 강력한 리더십으로 당내 잡음을 제거할 수 있으면서 동시에 다른 주자들을 승복시켜야 한다는 점이 전제된다. 비록 '독이든 성배'가 될 수 있지만, 성공할 경우 해당 주자가 독보적인 존재로 조명되기 때문이다. 대권 주자 비대위원장 설의 한계점이다.

    이런 문제점이 지난 2일간 정확하게 드러났다는 평가다. 새누리당 비박계는 당초 이정현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면서 비대위 체제를 구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지만, 비대위원장을 누구로 할 것인지 구체적 안에 대해서는 합의를 하지 못했다.

    새누리당 내 비박계는 초·재선 모임, 3선 이상 중진 의원 모임에 이어 5명의 대선주자까지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지만 끝내 이렇다 할 답을 내놓지 못했다.

    답답한 상황이 계속되자 한 때 황영철 의원이 유승민 의원을 차기 비대위원장으로 밀고 있다는 문자가 돌기도 했다. 본인이 직접 사실무근이라 밝히면서 결국 헤프닝으로 일단락됐다.

    이처럼 여러 차례의 회동이 성과가 미진한 것은 본질적으로 비박계가 큰 구심점이 없어 한사람으로 힘을 모으는 게 어렵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나온다.

    예를 들어 김무성 전 대표가 지난 1일 5명의 다른 주자들을 모아 비박계 대표로 추대받는 경우, 이해관계 당사자의 대부분이 동의하는 셈이어서 설득력이 있었지만, 모두가 야망을 숨기지 않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는 이런 그림을 기대하기는 어렵게 됐다는 것이다.

  • ▲ 여권 일각에서는 원외 인사로 새누리당의 비대위를 구성한다면 이회창 총재도 적절한 선택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뉴시스DB
    ▲ 여권 일각에서는 원외 인사로 새누리당의 비대위를 구성한다면 이회창 총재도 적절한 선택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뉴시스DB

    결국, 대선주자 형 비대위원장이 여의치 않게 되면서 새누리당 내부도 대안 마련에 고심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비대위원장으로 원외 인사가 거론되는 이유다. 친박과 비박을 아우르면서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인사를 비대위원장에 세우자면 원외 인사를 불러올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 뒤따른다.

    이런 시각에서 본다면 비대위원장 하마평에 오를 수 있는 사람의 조건은 ▲국민의 덕망을 충분히 받았던 적이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계파를 뛰어넘는 카리스마가 있어야 하고 ▲세를 결집할 수 있는 확실한 보수색채로 무너진 콘크리트 지지를 다시 모을 수 있는 인사여야 한다.

    이에 따라 이회창 전 총재와 박선영 전 의원 정도가 물망에 오른다. 이회창 전 총재는 감사원장, 국무총리, 신한국당·한나라당의 총재 역할을 맡은 바 있는 대한민국 보수에서는 상징적인 인물로 꼽힌다.

    박선영 전 의원은 현재 물망초 재단 이사장으로 탈북자 북송문제를 반대하는 등 확실한 안보관과 강단을 지닌 인물로 평가된다, 학자 출신이 아닌 기자 출신이어서 정치에 밝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한편, 이정현 대표 체제의 1차 분수령이 될 의원총회는 오는 4일 내로 개최될 전망이다. 새누리당 황영철 의원은 "정진석 원내대표가 이번 주 내로 의원총회를 개최하겠다고 했다"면서 "건강상의 문제로 의원총회 개최가 지연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