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호 "퇴진 요구 거부가 아니라 수습이 우선… 先수습 後인적쇄신"
  • ▲ 최고위원회의 종료 직후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는 새누리당 강석호 최고위원(자료사진).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최고위원회의 종료 직후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는 새누리당 강석호 최고위원(자료사진).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새누리당 일부 의원들이 지도부 퇴진을 위한 연판장을 돌리기로 하는 등 '이정현 체제'의 위기가 심화되고 있지만, 당 지도부는 '질서 있는 후퇴'를 위해 현재의 '최순실 게이트'가 어느 정도 수습될 때까지는 자리를 지키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야당과의 특검 및 거국중립내각 구성 협상 등 당면한 정치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지도부가 일제히 물러나는 것은 오히려 '책임'을 빙자한 '무책임'이 될 우려가 높다는 판단에서다.

    새누리당 강석호 최고위원은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정청(黨政靑)이 함께 쇄신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돌아선 여론은 참으로 돌리기 어렵다"며 "우리 당도 하루 빨리 당원들과 국민들 앞에 쇄신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말문을 열었다.

    '쇄신'이란 당연히 지도부의 인적 쇄신을 뜻하는 것일 수밖에 없다. '최순실 게이트'가 본격화된 이후, 새누리당 지도부의 일원으로서 공개 석상에서 지도부의 거취를 입에 올린 것은 강석호 최고위원이 처음이다.

    강석호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의원회관에서 조찬 간담회 형식으로 열린 의원단 회동에도 참석했다. 40여 명의 당 소속 의원들이 참석한 이날 회동에서는 여러 가지 의견이 엇갈렸지만, 일부 의원은 △지도부 즉각 퇴진 △전면적 인적 쇄신 △연판장 및 의총 소집 요구 등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강석호 최고위원은 "오늘 아침에 많은 의원들이 당의 쇄신을 요구하는 모임을 갖는다고 해서, 일부러 한 번 참석해봤다"며 "거기에선 현재의 지도부로는 이 사태를 수습하기 매우 힘들다는 게 대다수의 여론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일단은 수습이 최우선"이라며 "다들 자리에 연연하는 분들이 아니기 때문에 수습이 최우선이라는 이야기도 나누곤 했다"고 덧붙였다. 강석호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의원단 회동을 마치고 나서면서도, 일부 의원의 지도부 즉각 퇴진 주장에 대해 "아직까지 100% 공감하지는 않는다"며 "내가 (최고위원직을) 먼저 사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정진석 원내대표도 이와 관련해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새누리당은 최순실 국정농단사건이 끝날 때까지 수미일관(首尾一貫)한 자세로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소한 '최순실 게이트'의 출구가 마련될 때까지는 현재의 지도부 체제 그대로 끝까지 일관해서 임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렇다면 자연스레 '최순실 국정농단사건이 끝나면 어떻게 되는가'라는 의문이 나올 수밖에 없다. 사실상 정진석 원내대표가 현재의 지도부의 임기를 '최순실 국정농단사건이 끝날 때까지'로 한정지은 발언이 아니냐는 분석이 뒤따른다.

    이는 지금까지 정치권 관계자들이 바라본 '이정현 체제'의 퇴진 절차인 '질서 있는 후퇴' 시나리오와도 어느 정도 일치한다. '최순실 사태'의 출구가 마련되면 현 지도부가 사퇴하고 비상대책위원회가 들어선 뒤, 당명·당색 변경 등 이른바 '새롭게 거듭나는' 절차를 밟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최고위원회의 직후 취재진과 만난 강석호 최고위원도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했다.

    강석호 최고위원은 "현 지도부는 (퇴진 요구를) 거부하는 게 아니라, 충분히 생각은 하고 있지만 사태 수습이 우선이라는 것"이라며 "(현 지도부가) 미흡한 점도 없잖아 있지만, 사태 수습이 우선이니까 그 부분(퇴진)에 있어서는 좀 더 심사숙고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그러면서 "수습이 끝난 다음에 인적 쇄신이 있어야 한다는 게 내가 강조한 부분이고, 순서적으로 가야 하는 부분"이라며 "여야가 거국내각을 협의하면서 진행이 돼가고, 특검이 협의되면서 결정돼가는 과정이 사태 수습의 실마리이고, 그 후엔 지도부가 언제든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