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제3지대 중심으로 거듭나면 중간지대 인물들도 합류가능성 있어…
  • ▲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와 문병호 전략기획본부장, 김영환 사무총장 등이 지난달 21일 손학규 전 대표와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와 문병호 전략기획본부장, 김영환 사무총장 등이 지난달 21일 손학규 전 대표와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더불어민주당 손학규 전 대표의 국민의당 입당 여부에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른바 '제3지대' 정계개편론의 윤곽이 마침내 드러나기 때문이다. 

    정계복귀를 앞둔 손학규 전 대표가 기존 정당이 아닌 독자세력화를 택할 것이란 일각의 관측이 제기된다. 동시에 꾸준히 영입을 제안한 국민의당에 합류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만약 손학규 전 대표가 국민의당과 함께하면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와 대권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놓고 경쟁하는 구도로 이어진다. 두 사람은 이러한 구도 속에서 어떤 관계를 형성할까. 


  • ▲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 ⓒ뉴데일리
    ▲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 ⓒ뉴데일리



    ◆ 안철수, 20년만에 3당체제 구축했지만… 

    안철수 전 대표는 '새 정치'의 기치를 내걸고 지난해 새정치민주연합(現 더불어민주당)을 탈당, '홀로서기'를 통한 국민의당을 창당했다. 

    4·13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 대표의 '야권통합'에 다수의 의원들이 동조하면서 당이 크게 흔들리는 위기를 맞이한 적도 있다. 

    독자행보 강화로 나선 국민의당은 총선에서 '安風'과 녹색바람을 일으키는데 성공하며 지역구 25석과 비례대표 13석을 확보, 모두 38석이라는 성적을 받아 제3당의 지위를 확고히 했다. 20년만에 3당 체제를 부활시킨 셈이다. 

    특히 더민주의 텃밭이었던 호남에서 대승을 거뒀고, 전국단위 비례대표 득표를 기준으로 바라본 정당지지도에서는 제1야당인 더민주를 앞서는 쾌거를 이뤄내기도 했다. 

    이후 안철수 전 대표는 20대 국회 원(院) 구성 협상과 국회의장 선출 문제로 새누리당과 더민주가 합의점을 찾지 못할 때 중재안을 꺼내들며 조속한 원 구성에 선도적 역할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6월 박선숙·김수민 의원이 연루된 총선 홍보비 리베이트 파동의 책임을 지고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정국에서 '국민투표'를 제안하며 반대에 나섰다가 '포퓰리즘'이란 거센 비판에 직면하는 등 최근까지도 좀처럼 지지율 하락을 면치 못하고 있다. 


  • ▲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가 지난달 28일 광주 무등산국립공원 내 문빈정사 앞에서 인사말을 한 뒤 밝게 웃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가 지난달 28일 광주 무등산국립공원 내 문빈정사 앞에서 인사말을 한 뒤 밝게 웃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미국 다녀온 안철수, 野 잠룡 중 가장 먼저 대권 도전 선언 

    지난달 15일 미국 일정을 마치고 돌아온 안철수 전 대표는 본격적인 대권행보에 나섰다. 

    지난달 17일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7주기' 강연회에 참석해 "북한의 어떤 도발에 대해서도 맞서 응징할 수 있는 확고한 안보를 갖춰야 한다"며 안보 강화에도 나섰다. 북한과의 교류의 중요성을 함께 강조하기는 했지만 이전에 비하면 진일보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후 강원도 원주, 대전, 광주, 부산에 이어 지난 11일 제주도를 연달아 방문하는 등 전국을 돌며 본격적으로 대선 행보의 시동을 걸었다. 

    지난달 28일 광주 무등산에서 야권 대선후보로선 처음으로 출마를 공식 선언하기도 했다. 

    "국민의당을 중심으로 정권을 교체하라는 명령을 가슴 깊이 새기고 제 모든 것을 바치겠다." 


  • ▲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이 조만간 직을 내려놓을 예정인 가운데 누가 비대위원장 대행을 맡을지 이목이 쏠린다. ⓒ뉴데일리 DB
    ▲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이 조만간 직을 내려놓을 예정인 가운데 누가 비대위원장 대행을 맡을지 이목이 쏠린다. ⓒ뉴데일리 DB



    ◆ 국민의당 비대위원장 대행체제… 포스트 박지원에 손학규 등판? 

    박지원 비대위원장이 12일 정세균 국회의장 및 3당 원내대표와 함께 오는 20일까지 미국 순방길에 오르면서 일단은 주승용 전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대행한다. 

    당초 박지원 위원장은 8월 말 로드맵을 발표하기로 했다가 당헌당규 제·개정 작업이 완료될 때까지로 미뤘다. 의원총회를 열어 당헌당규 제·개정안에 대한 토론을 벌인 뒤 비대위에서 최종 의결이 이뤄지는 추석 이후 박 위원장의 거취가 윤곽이 드러날 예정이다. 

    동시에 누가 비대위원장을 대행할지 이목이 쏠린다. 박지원 위원장에 이은 위원장 직무대행은 정기국회와 국정감사를 지휘하며 전당대회 전까지 당을 이끌어 제3당으로서의 입지 다지기, 수권정당으로서의 가능성을 입증해야 하는 중책을 맡게 된다. 

    앞서 박지원 위원장은 손학규 전 대표와 정운찬 전 총리, 박원순 서울시장 등에게 영입제안을 하며 비대위원장직을 제안한 바 있다. 

    만약 손학규 전 대표가 이를 받아들인다면 안철수 전 대표 중심의 국민의당 내에서 자신의 입지를 다질 수 있다. 동시에 정기국회 등을 이끌면서 2년이라는 자신의 정치적 공백을 메우는 기회도 될 것이다.


  • ▲ 안철수(오른쪽) 전 국민의당 상임대표가 지난달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박형규 목사의 빈소에서 조문을 마친 후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안철수(오른쪽) 전 국민의당 상임대표가 지난달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박형규 목사의 빈소에서 조문을 마친 후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적벽에서 조조 격파한 孫-劉 동맹처럼 안철수-손학규 손잡나 

    손학규 전 대표와 안철수 전 대표. 두 사람 모두 이념적으로는 중도보수를 표방하며 지역적으로는 호남과 수도권이라는 점에서 지지층이 겹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국민의당 내에서 대선 경선이 이뤄지면 아무래도 외부인사인 손학규 전 대표가 안철수 전 대표에 비해 불리할 수밖에 없다. 혹여나 경선과정에서 서로를 향한 비방전이라도 벌어지면 두 사람 모두에게 악영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럴 경우 미소를 짓는 것은 더민주의 유력 대권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가 될 것이다. 

    삼국지 3대 대전(大戰) 중 하나로 적벽대전이 꼽힌다. 중원과 하북, 그리고 형주 북부 등을 차지, 대군을 이끌고 장강 넘어 손오(孫吳)로 진격하려던 조조는 유비-손권 동맹군에 참패한다. 

    서기 208년 조조의 남진에 통일될뻔 했던 중국대륙은 그로부터 70여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진(晉)나라로 통일된다. 

    현재의 야권만 놓고 본다면 제1야당인 더민주 지도부를 친문(親문재인) 인사로 채운 문재인 전 대표를 조조로, 국민의당이라는 기반을 갖고 있는 안철수 전 대표는 손권으로, 그리고 정계복귀를 앞둔 손학규 전 대표는 당시 객장(客將)이던 유비와 비교할 수 있겠다. 

    손학규-안철수 전 대표가 함께 국민의당을 통한 정권교체를 목표로 한다면 우선 힘을 합쳐 '문재인 대세론'을 꺾을만한 지지를 모아야 할 것이다. 

    두 사람 모두 문재인 전 대표를 비롯한 친노·친문 패권세력과 악연이 있어 뜻을 함께하는 것은 어렵지 않아 보인다. 

    손학규 전 대표는 2007년 한나라당을 탈당하고 야당에 합류했으나 친노·86그룹으로부터 '출신'을 이유로 집중 난타를 당하면서 설 자리를 잃었다. 

    이후 손학규 전 대표는 친노·친문패권주의 세력에 의해 서울 종로, 경기 분당을, 경기 수원병 등 사지(死地)에만 집중적으로 출마를 강권당하면서 끝내 지난 2014년 7·30 재보선 이후로 정계은퇴의 길을 택했다. 

    안철수 전 대표는 2012년 대선에서도 문재인 전 대표에게 양보했다. 이후 당내서 끊임없이 혁신을 외쳤으나 문재인 전 대표를 중심으로 당내 친노패권주의 세력이 이를 철저히 외면하면서 지난해 12월 끝내 탈당을 결심했다. 


  • ▲ 지난 3월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의 '야권통합' 제안에 흔들렸던 국민의당은 독자노선 강화를 결정하며 '통합론'에 선을 그었다. ⓒ뉴시스 사진DB
    ▲ 지난 3월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의 '야권통합' 제안에 흔들렸던 국민의당은 독자노선 강화를 결정하며 '통합론'에 선을 그었다. ⓒ뉴시스 사진DB



    ◆ 국민의당, 3지대 중심으로 거듭나야

    지난달 새누리당과 더민주는 전당대회를 통해 각각 주류세력 중심인 친박(親朴), 친문 지도부를 출범시키면서 정치권에서는 이른바 '제3지대론'이 탄력을 받고 있다. 

    손학규 전 대표와 국민의당, 더민주 김종인 전 비대위 대표를 비롯한 당내 비문(非문재인) 인사, 그리고 새누리당의 비박(非朴) 주자 등이 모여 제3세력화를 모색할 것이란 이야기다. 

    국민의당이 정권교체를 목표로 한다면 결국 '제3지대'의 중심으로 거듭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국민의당 지도부 역시 정계개편론의 중심에 국민의당이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당내 대권주자인 안철수 전 대표를 비롯해 외부인사를 영입, 대선 경선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늘푸른한국당의 이재오 전 의원과 '동반성장론'의 정운찬 전 국무총리, 더민주 김종인 전 비대위 대표, 정의화 전 국회의장 등 제3지대 인사들과 꾸준히 접촉해온 손학규 전 대표가 국민의당과 함께한다면 이들의 합류도 가능성 있는 일이다. 상당한 외연확대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20대 국회가 기존의 거대양당 체제를 벗어나 3당 체제에 돌입한만큼, 내년 19대 대선도 볼만한 다자(多者)체제가 될지 기대되는 부분이다. 

    다음은 지난 11일 제주도를 방문한 안철수 전 대표가 문재인 전 대표가 제안한 야권 단일화에 반대입장과 대선 완주를 강조한 발언. 

    "내년 대선에는 양극단 세력과의 단일화는 절대로 없을 것이다. 그것을 통해 국민의당은 싸우겠다. 부정부패와 불공정과 격차와 싸우는 정당이 되겠다."

    "양극단 기득권세력이 정권을 잡으면 우리나라는 후퇴한다. 양극단이 정권을 잡으면 절반도 안 되는 국민만 데리고 우리 국가를 이끌 것이고 어떤 문제도 합의 하에 해결하지 못할 것이다. 합리적 개혁에 동의하는 모든 분들이 모여 시대적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