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계, 호남에 둥지 튼 이정현 택해…비박으로 옮겨타지 않았다
  • ▲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 그는 8.9 전당대회를 앞두고 비박계 단일후보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등 전당대회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려고 애썼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 그는 8.9 전당대회를 앞두고 비박계 단일후보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등 전당대회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려고 애썼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새누리당 8.9 전당대회가 친박계의 압도적인 승리로 끝난 가운데, 이번 전당대회 결과에 가장 큰 정치적 타격은 김무성 전 대표에게 쏠렸다.

    새누리당의 8.9 전당대회 선거에서는 같은 비박계인 주호영 의원과 강석호 의원의 운명이 서로 엇갈렸다.

    새누리당 주호영 의원은 이번 8.9 전당대회에서 2위를 차지했다. 비주류 주호영 의원이 주류인 범친박 이주영 후보를 누르면서 선전한 것이다. 주호영 의원은 비록 당 대표가 되지는 못했지만 3만 1천 946표를 끌어모으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반면 최고위원 선거에서는 강세로 평가됐던 강석호 의원이 3위로 집계됐다. 당초 다수의 친박계 후보가 잇단 출사표를 내면서 수석 최고위원이 유력해 보였던 강 의원에게 아쉬운 성적표가 아닐 수 없다. 주호영 의원과 강석호 의원 모두 비박계로 분류되지만 전대 결과는 서로 엇갈린 셈이다.

    계파적 시각으로 보면 상반된 결과지만, 김무성 전 대표를 향한 심판론으로 분석하면 딱 맞아 떨어진다. 총선 패배의 책임과 당 위기론의 핵심이 김무성 전 대표에게 있다는 얘기다.

    우선 이번 전당대회는 사실상 총선 패배의 책임을 묻는 선거로 볼 수 있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친박계와 비박계는 모두 총선 패배의 원인에 대해 상대방 진영 계파를 지목하면서 책임론을 꺼냈다.

    새누리당 주호영 의원은 "총선참패가 왜 모두의 책임이냐"고 말하면서 책임소재를 친박으로 못 박았고, 이주영 의원도 지지 않고 "비박 단일화를 심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 계파가 정면으로 대결한 선거에서 비박계가 패배한 결과가 나오면서 비박계의 최대 조직을 갖고 있는 김 전 대표가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해 보인다.

  • ▲ 새누리당 주호영 의원은 비록 이번 전당대회에서 2위를 했지만, 3만 표 이상을 끌어모으면서 당초 예상보다 선전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주호영 의원은 비록 이번 전당대회에서 2위를 했지만, 3만 표 이상을 끌어모으면서 당초 예상보다 선전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특히 이같은 분석은 앞서 언급한 주호영·강석호 의원의 운명이 서로 달랐다는 점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비록 같은 비박계라고 할지라도 두 사람은 결이 다른데, 강석호 의원만이 김무성 전 대표와 가깝다는 설명이다.

    새누리당 강석호 의원은 앞서 김무성 대표가 주재하는 전당대회 2주년 승리 기념식 행사에서 최고위원 후보임에도 당 대표급 대우를 받은 바 있다. 당시 행사 당 대표 후보로 정병국 의원과 한선교 의원이 찾아갔는데, 김 전 대표의 지지자들은 당 대표 후보인 두 사람보다 강석호 의원에 더 큰 함성을 지르며 환영했다. 김무성 전 대표의 확실한 최측근으로 인정받는 분위기가 짙었다.

    이에 반해 주호영 의원은 줄곧 김무성 전 대표와 거리가 있었다. 주호영 의원은 당초 지난 8일 김무성 전 대표가 비박계 후보군의 단일화 논의를 할 때도 참여하지 못했다. 비박계 단일후보가 된 후인 전당대회 전날에도 주호영 후보는 김무성 전 대표가 아닌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주호영 의원이 김용태·정병국 후보와 단일화할 수 있었던 것 역시 TK라는 특수성이 한 몫 작용했으리라 추론할 수 있는 대목이다. 김무성 전 대표와 가깝다기보다는 혁신을 앞세운 비주류였고, 때문에 더 많은 표를 확보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여권 관계자는 "진박 마케팅이 싸늘한 여론에 직면한 것은 일부 친박이 통합과 화합 대신 책임을 비박계에 떠넘긴 데 있는 것 아니냐"면서 "이번 전당대회에서 비박계 역시 공천 책임을 친박의 것으로 넘기려다 역풍을 맞은 것이 아닌가 한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번 8.9 전당대회에서는 호남 출신인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이 당 대표에 당선됐다. 새누리당의 지난 4.13 총선 패배가 이정현 의원에게 되레 기회로 작용했다.

    이정현 의원은 친박으로 분류되지만, 지역구가 전남 순천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인 TK와 상당한 거리가 있다. 특히 전대를 앞두고는 그간 친박의 핵심이자 실세로 거론돼온 최경환 의원과 서청원 의원과도 꾸준히 거리를 둬 왔다.

    때문에 이번 선거를 통해서 친박 내에서도 주도권에 변화가 일어난 것으로 분석하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친박계가 잘했다기보다는 주류 친박과 김무성 전 대표를 동시에 심판하면서 이정현 의원이 당선됐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