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완패로 끝난 전당대회, 가장 큰 피해는 吳 시장… 이쪽저쪽 모두가 '눈살'

무턱대고 친박 완승을 단정할 순 없다. 박근혜 대통령의 승리라 말하기는 아직 조심스럽다. 그렇다고 비박의 패배라고도 하긴 어렵다. 하지만 김무성의 완패라는건 분명했다.

새누리당 8.9 전당대회에서 드러난 표심은 그랬다. 박근혜 대통령이 어려울때부터 '박근혜 입'으로 살았고, 대통령 취임 후 홍보수석과 정무수석 등 청와대 핵심 요직을 거친 이정현이다. 그러나 이정현 의원의 당대표 당선을 막연히 친박 승리로 단정 짓긴 거리감이 있다.

비박계 후보 주호영 의원(3만1946표, 29.4%)이 친박계 이주영 의원(2만1614표,19.9%)을 큰 표 차로 따돌리고 2위를 차지했다. 친박에 대한 반감과 비주류에 대한 동정 여론은 쉽게 지워지진 않았다.

다만 변화와 혁신의 열망은 확실했다. 이정현 당선은 그렇게 봐야한다. 친박을 비난하고 비박을 공격하는 행태에 넌더리를 느낀 표심의 결과다. 대통령에게 각을 세우고, 그 반대편에 서서 체급을 올리는 김무성~유승민 등 철지난 3김(金)시대 정치에 대한 환멸이 선거 결과에 그대로 묻어났다.

선거 기간동안 단일화에 집중한 비박계를 향해 공세를 취한 이주영 의원의 부진이 방증이다. 최고위원 선거에서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은 강석호 의원도 마찬가지다. 김무성계라는 점을 최대 무기로 내세우고 수석 최고위원을 노렸지만, 조원진-이장우 의원에 밀려 3위에 그쳤다.

이를 반영하듯 이정현 대표의 취임 일성도 "이 순간부터 친박~비박 그리고 어떠한 계파도 존재할 수 없음을 선언한다"였다.

'김무성 패배'는 드러난 결과지만, 심각한 정치적 타격을 입은 사람은 또 있다. 한때 친박계 대선 후보로 이름을 올린 오세훈 전 서울시장에게 이번 전당대회에 결과는 회복하기 힘든 정치적 타격이 됐다.

총선 패배 이후 휘청거리던 오세훈 전 시장이 뜬금없이 주호영 의원을 지원한 것은 의외였다. '왜 이때 굳이 나서는가'는 의문에 한 때 오 전 시장과 가까웠다는 인사들도 마땅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김무성 전 대표와의 교감설이나 주호영 승리에 대한 확신이 섰다는 분석이 있었지만, 막상 전당대회 결과를 보면 그것도 아니었다. 그 결과 그동안 보듬어준 친박계에게는 '배신자'가 됐고, 비박계에서도 '이제는 의미없는 사람'으로 전락했다.

비박계로 분류되는 여권 고위 관계자는 "오세훈 전 시장의 명백한 정치 미스(miss)"라고 평가했다. 수도권 초선 A 의원은 "(오 전 시장이)종로에서 정세균 의원에게 패배한 이후 지나치게 다급해졌던 것 같다"고 했다.

  • 돌이켜 보면 오세훈 전 시장의 정치적 판단 미스는 처음이 아니다. 2011년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시장직을 건 이후 추락은 계속됐다. 이우현 의원은 "그 때부터 새누리당이 이렇게 어렵게 됐다"고 했다.

    대권 의지에 지나치게 휘둘린 지난 5년 동안 정무적 감각을 잃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 전 시장은 서울시장직을 던진 이후 몇년간 해외 생활을 계속했다. 지난 총선에서도 당 안팎의 반대 여론을 무릅쓰고 기어코 종로 출마를 강행해 큰 표차로 정세균 의원에게 패배했다. 마지막 기회가 남아 있는 듯 했지만, 이번 전당대회에서 어긋난 행보로 그나마도 다 날려버렸다. 이제 오 전 시장의 대권 가도는 김무성 전 대표보다 더 불투명해졌다.

    18개월 선수자격 정지 후 올림픽에 출전한 박태환 선수에게 쏟아진 비판이 '감 떨어졌다'였다. 기어코 나간 올림픽에서 결과도 좋지 않으니 그나마 지켜보던 대중의 시선도 사라져 갔다. 비판보다 무관심이 더 잔혹하다.

    초선 국회의원을 지낸 뒤 어느날 서울시장에 오른 오세훈에게 지난 5년간의 공백은 너무 길었다. 쌓아온 정치 경력보다 공백이 언뜻 더 길게 느껴진다. 길어진 공백은 계속된 헛발질로 이어진다. 감 떨어진 정치로 이쪽저쪽 모두의 눈살을 지푸리게 한 오세훈 전 시장의 정치 복귀 가능성에 그리 희망이 보이지 않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