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원외위원장들 총선 패배 원인 일침... 이상휘 "주체성 없이 객관성에 매달려"
  • ▲ 세누리당의 원외위원장들이 11일 서울 여의도에 있는 중소기업 중앙회에 모여 총선 패배의 원인을 짚고 대안을 제시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전당대회에 참석하는 위원들은 물론 당 지도부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 세누리당의 원외위원장들이 11일 서울 여의도에 있는 중소기업 중앙회에 모여 총선 패배의 원인을 짚고 대안을 제시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전당대회에 참석하는 위원들은 물론 당 지도부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새누리당 원외위원장 협의회 전체회의에 새누리당 지도부가 등장했다. 4.13 총선에 낙선한 인사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총선 패배의 원인을 듣기 위함이다.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 모인 새누리당 원외위원장들은 11일, 총선 패배의 원인을 수도권과 청년층의 표심 이반으로 지목하면서 이들의 목소리를 중앙당에서 더 반영해줘야 한다고 토로했다.

    새누리당 서울 노원병 이준석 당협위원장은 "원외위원장들은 공감하겠지만 공략하지 못한 표심은 하나가 젊은층, 두 번째가 수도권"이라며 "맞춤형 복지 등의 이슈에 대해 세게 부딪쳐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준석 위원장은 "지난 2012년 대선에서는 거의 질 것 같은 선거에서 이긴 반면, 이번 총선에서는 거의 이길 것 같은 선거를 졌다"면서 "지난 2012년과 달리 젊은 층에 좋아할 만한 내용이 없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의 '보편적 복지 주장'에 새누리당이 '맞춤형 복지'를 주장하며 대결했던 총선과 대선에서 새누리당이 젊은 층의 표심을 잃지 않으면서 집권할 수 있었지만, 최근의 상황은 이때의 기세를 잃었다는 것이다.

    이 위원장은 "맞춤형 복지 이슈로 세게 붙어야 하는데 젊은 층에 SNS로 소통하면서 느끼는 것은 새누리당이 상대의 복지정책에 패기 있게 반박하지 못하고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무음 상태'에 놓여있다는 것"이라며 "우리 당을 지지하는 청년들도 새누리당이 청년수당 등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지 못하는 것을 답답해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만약 박원순 시장이나 이재명 시장이 재정자립도가 높은 지역의 지자체장이 아니라 촌에 가서도 청년 배당 정책을 할 수 있겠느냐 묻는다면 청년들도 알아듣는다"면서 "이런 최소한의 반박도 없는 게 문제"라고 거듭 꼬집었다.

    또한 이 위원장은 기존 영향력 있는 현역들이 침묵을 계속하고 있어, 미디어에 얼굴을 비칠 새로운 패널들이 필요하다는 말도 했다. 그는 "사무처에서도 당직자들이 SNS를 하는 것을 보면 열심히 하고 있지만 정작 가장 영향력이 센 현역 의원들이 참여를 안 하신다"면서 "유일한 메시지 통로였던 종편 역시 종편 패널 다수가 우리 당 후보자가 돼 출마하면서 우리 당의 처지를 대변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보편적 복지 논쟁 외에도 공천 파동 상황에 대해 당내 상황을 이해하고 언급하는 사람이 없어 큰 문제가 아닌 일도 크게 주목받아 여론의 손가락질을 받았다는 지적이다.

    그는 정강정책의 수정도 요구했다. 현재의 새누리당의 정강정책을 만든 사람이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여서 새누리당이 꺼내놓는 경제정책이 국민에 설득력이 없다는 것이다.

    이 비대위원장은 "현재의 새누리당 정강정책을 만든 분이 김종인 대표"라면서 "강봉균 위원장을 모셔왔음에도 불구하고 김종인 대표가 '경제민주화가 새누리당 정강정책에도 있는 얘기'라는 한마디에 반박이 됐다"고 술회했다.

    그는 나아가 "여태까지 (젊은 층과 수도권 민심에) 대답을 내놓기보다는 외면을 바꾸는 정치를 해온 게 사실 아니냐"면서 "차기 당권 주자께서는 대안적 정책을 발굴해주실 것을 간곡하게 부탁드린다"고 조언했다.

    이외에도 이 위원장은 최근 정치권 전체에 불거지는 윤리문제도 새누리당이 앞장서야 한다고 비토했다. 그는 "상향식 공천의 경우는 어느 정도 도덕성 지탄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을 안고 가는 것"이라면서 "국민이 공천하는 제도여서 당이 어떤 윤리적인 부분을 문제 삼아 제재를 가할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우리가 도덕적이냐 아니냐와는 별개 문제로 젊은 층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정치인을 볼 때 주요지표로 도덕성을 더 중시하는 젊은층에 효과적으로 호감을 사지 못하고 있다"고도 했다.

  • ▲ 새누리당 이준석 서울 노원병 당협위원장. 그는 지난 4.13 총선에서 안철수 전 대표와 맞붙었지만 아쉽게 패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이준석 서울 노원병 당협위원장. 그는 지난 4.13 총선에서 안철수 전 대표와 맞붙었지만 아쉽게 패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이어 마이크를 잡은 새누리당 서울 동작갑 이상휘 당협위원장 역시 "총선 패배의 이유는 공천 과정 문제, 정책 공약 미약 등 내부의 자중지란 때문으로 조사됐다"면서 "이는 선거에 나서는 정치인들이 주체성 없이 객관성에 매달렸기 때문"이라고 일갈했다.

    백설 공주에 나오는 '왕비'가 불행하게 된 것은 자신에 대한 평가를 주체적으로 하지 못하고 마법의 거울에 의지해서라는 설명이다. 지역이나 계파를 '마법의 거울'로 인식하지 않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서울 강북을 안홍렬 당협위원장은 "선거가 끝나면 새누리당이 절절한 후회와 탄식을 할 것이라는 친구의 문자를 이한구 공관위원을 비롯해 김무성 전 대표 등에 전달하면서 정정당당한 경선의 기회를 달라 했지만 마이동풍이었다"고 털어놨다.

    이날 원외위원장 모임은 지난 4.13 선거에서 지역구에 출마해 낙선한 의원들이 서로 친목을 도모하기 위한 성격을 띠고 있다. 그런데 이 자리에 전당대회 후보들은 물론 당 지도부도 모습을 드러냈다. 새누리당의 심각한 총선 패배에 대한 의견을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청취하기 위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 자리에서 새누리당 김희옥 혁신비대위원장은 "당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얼마나 엄중한 것인지 몸소 체험하신 분들이기 때문에 새누리당이 거듭나려는 방안에 대해 좋은 의견 많을 거라 생각했다"면서 "오늘 함께 나갈 방향과 민심을 가감 없이 전해주시고 고견을 알려달라. 당의 혁신을 가속하고 대국민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라면 받아들이고 앞으로 혁신에 반영하도록 하겠다"고 선언했다.

    정진석 원내대표 또한 "내년 12월, 대통령 선거를 통한 정권 재창출과 박근혜 정부의 성공이라는 지상 명제를 꼭 이룰 수 있도록 동지 여러분들이 한 발짝 더 나서주시길 바란다"면서 "오늘 해주시는 말씀은 비대위를 통해 당헌 당규 개정으로 녹여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언급했다.

    원외위원장들의 발언을 전당대회 출마 후보들은 물론 당 지도부도 적극적으로 수용키로 함에 따라 총선패배 이후 열리는 오는 8.9 전당대회에 원외위원장들이 어떤 방향으로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