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관학교장 출신 보건 전문가, "24년간 언쟁만… 실제 협상도 못해, 얼마나 큰 한 남겠나"
  • ▲ 새누리당 윤종필 의원. 그는 20대 국회에서 새누리당의 여가위 간사를 맡았다. 국군 간호사관학교장 출신으로 보건 전문가로 통한다. ⓒ윤종필 의원실 제공
    ▲ 새누리당 윤종필 의원. 그는 20대 국회에서 새누리당의 여가위 간사를 맡았다. 국군 간호사관학교장 출신으로 보건 전문가로 통한다. ⓒ윤종필 의원실 제공

    23일 열린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의 20대 국회 첫 회의가 예상을 깨고 '위안부 관련 기록물 예산 삭감' 문제를 둘러싼 여야 간 극한 대립으로 치달았다.

    야권의 파상 공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새누리당은 침착하게 대응에 나섰다. 대응에 중심에는 '야전사령관'이 된 새누리당 여가위 간사 윤종필 의원이 있었다.

    이날 열린 여가위 회의는 야권 소속 의원들로 인해 아수라장으로 시작됐다. 이들이 "위안부 기록물을 유네스코에 등재하는 사업을 정부가 접은 것이 아니냐"며 저마다 여가부 장관을 상대로 따져물었기 때문이다. 전날 국민의당 박주선 국회부의장은 여성가족부의 '2017년 예산요구서'를 근거로 "올해 4억 4천만 원이 배정됐던 위안부 기록물 관련 유네스코 등재 추진 사업 예산이 전액 삭감됐다"고 주장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은 "위안부 문제가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인권문제라는데 공감한다면 (세계기록물유산 등재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여가부의 재고를 바란다" 말했다.

    이에 대해 여성가족부 강은희 장관은 "작년에 유네스코 기록 등재에 관해 문화재청과 협의가 있었다"면서 "당시 조언이 세계 기록 유산은 대부분 민간 차원의 등재를 하고 있으므로 민간에서 했으면 한다는 의견을 전했다"고 술회했다.

    이어 "그때 이후로 민간차원의 기구가 설립됐고, 2014년에 관련 기록에 대한 자료 정리가 끝나 더는 예산 지원이 필요하지 않다고 본다"며 "이후 민간 차원에서 유네스코 등재는 자체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전까지는 지원 예산이 있었지만, 현재는 유네스코 등재를 위한 기반도 어느 정도 마련된 상황인 데다 정부에서 지원하는 것이 오히려 유네스코 등재에 방해가 된다는 판단에서 내년도 예산 지원을 중단하게 됐다는 것이다.

    야권의 거센 공격에 새누리당은 윤종필 의원만이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윤종필 의원은 "(12.28 위안부 합의는)이분들이 살아계시는 동안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도움을 주는 구체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는 절박함 아니었느냐"고 비토했다.

    이어 "이분들의 연령이 평균 90세다. 일본과 합의를 발표한 지난 12월 이후에도 4명의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면서 "24년간 언쟁만 있었을 뿐 실제로 협상을 끌어내지 못했고 그간 결과물이 없었다. 그렇게 할머니들이 사과도 보상도 받지 못하고 마음의 상처만 안은 채 한 분 한 분 돌아가시면 얼마나 큰 한이 남겠느냐"고 반문했다.

    "직접 아파보고 나서야 훨씬 마음으로 환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었다"고 말한 윤종필 의원은 국군 간호사관학교장을 역임한 군(준장) 출신 보건계열 전문가다. 지난 2009년에는 청소년흡연 음주예방협회 회장도 맡고 있다. 20대 국회에는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입성했다.

    이날 회의에서 윤 의원만 위안부 문제를 거론한 것은 일정부분 전략적 측면이 있어 보인다. '공세를 위한 공세'를 펴는 야당의 페이스에 말려들지 않으면서도 왜곡된 정보를 기반으로 한 공격에는 철저히 '사실'로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이날 나머지 의원들은 '경력단절녀' 등 일자리 문제에 집중했다. 야당이 주도하는 정쟁에 함몰되지 않고, 민생이슈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새누리당 김순례 의원은 "한국의 여성 경제활동 참여율은 50.2%로 OECD 평균인 60%에 못 미친다"며 "여성경력 단절을 막기 위해 여가부가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새누리당 임이자 의원은 "30대 여성경력 단절이 늘어나고 있는 것 아니냐"며 "여성 경력 단절 여성의 재취업 시장에서도 양극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당초 국회 여가위는 예산의 규모 작고 주무부처가 하나밖에 없어 20대 국회를 앞두고 통합이 거론됐을 정도로 작은 상임위였다. 그만큼 인기 없는 상임위로 거론됐다. 하지만 '위안부 피해자'문제가 다시 떠오르면서 그 중요성이 새삼 주목받고 분위기다.

    특히 야권으로서는 위안부 문제를 8월 15일 광복절까지 끌고 갈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도 계속될 야권의 공세에 유연하게 대처해야 하는 새누리당의 여가위 간사, 윤종필 의원의 어깨가 무거워지게 됐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날 열린 여가위 회의에서 윤 의원은 "어쩌다 이런 일이 생겼는지, 결국 우리가 우리나라를 지키지 못해 그 아픈 역사의 한 획 위에 할머니들이 계신다"며 "저도 위안부 할머니만 생각하면 가슴이 아린다"고 토로했다.

    이어 "고령이신 할머니들이 한 분이라도 더 돌아가시기 전에 최대한 도움을 주는 게 맞지 않나 생각해본다"면서 "모든 일은 당사자의 입장이 되어보지 않으면 진정한 공감이 어렵다. 우리가 함께 아파해주고 해결해주는 진정성을 보일 때만이 할머니들의 마음이 조금이나마 위안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