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황식 前총리 "체제·북핵문제 등 독일보다 장애물 많다… 갈등 타파해야"
  • ▲ 대북인권단체 (사)물망초는 17일 오전 서울 방배동 머리재빌딩에서 ‘독일통일에서 배우는 대한민국 통일의 길’을 주제로 제32차 월례조찬 세미나를 열었다. ⓒ 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 대북인권단체 (사)물망초는 17일 오전 서울 방배동 머리재빌딩에서 ‘독일통일에서 배우는 대한민국 통일의 길’을 주제로 제32차 월례조찬 세미나를 열었다. ⓒ 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독일 통일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빠르게 진행됐다. 하루아침에 통일을 이룬 독일처럼 우리도 북한과 '평화 통일'을 이룰 수 있을까?

    북한인권단체 (사)물망초는 17일 오전 7시, 서울 방배동 머리재 빌딩에서 ‘독일통일에서 배우는 대한민국 통일의 길’을 주제로 제32차 월례조찬 세미나를 열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김황식 前국무총리가 강연을 맡았다. 강연은 독일 통일 과정과 현재 우리와 북한의 상황을 비교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 ▲ 김황식 전 국무총리 ⓒ 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 김황식 전 국무총리 ⓒ 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김황식 前총리는 "통일에 필요한 것은 돈이 아니라 통일 공감대 형성과 효율적인 통일 계획"이라고 이야기를 꺼냈다.

    김황식 前총리는 "독일 통일의 서막은 1989년 9월 28일, 수천여 명의 동독 주민들이 프라하의 서독 대사관에 진입하면서 시작됐다. 독일 통일은 동독 국민의 간절한 염원이었듯 우리도 북한 주민에 대한 친화적 노력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김황식 前총리는 "북한은 동독과는 다른, 기이하고 강고한 세습세계를 갖추고 있고 아직도 적화통일의 꿈을 버리지 않고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다"면서 "때문에 북한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모든 가능성에 대한 면밀한 시나리오를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독일은 전쟁으로 분단되었을 뿐 동·서독 간 전쟁도, 적대적인 국민 감정도 없었다는 것이 김황식 前총리의 설명이었다. 덕분에 제한적이지만 꾸준히 교류하고 협력하며 동질성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했다고 한다.

    김황식 前총리는 "독일은 상황에 맞는 정치가의 리더십에서 나온 정책으로 통일을 이뤄냈다"면서 "아데나워 수상은 빠른 시간 내에 통일이 불가능할 것이라 생각해 국력을 키워 통일에 대비했다"고 설명했다.

    서독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안보 문제로 NATO(북대서양조약)에 가입하고 재무장을 했다. 서방 경제권에 편입해 시장경제를 통해 경제부흥으로 통일을 이루고자 했다고 한다. 또한 동독과 외교하는 국가와는 외교관계를 맺지 않는 강경한 '힘 우위의 정책'을 시행해 큰 성과를 거뒀다고 한다.

    독일은 주변 국가와의 신뢰 형성을 통해 통일을 위한 여건 형성과 변화된 국제환경을 잘 이용했다고 한다.

    특히 프랑스와의 관계 개선에 힘써 그 결과 1963년 독불우호조약인 '엘리제 협정'을 체결했다고 한다. 폴란드와는 국경 문제를 해결하고 나치 피해자에 대한 보상, 나치 협력자 처벌을 통해 독일이 유럽의 평화를 방해하는 세력이 아님을 증명하기위해 노력했다.

    김황식 前총리는 "당시 독일의 상황과 달리 우리는 인류 역사상 가장 끔찍한 전쟁을 치른 탓에 이념 대립은 물론, 남남갈등까지 심하다"면서 "이유가 무엇이든 우리는 지속적인 남북교류협력이나 일관된 통일 정책도 유지하지 못했다. 또한 통일에 우호적인 국제환경도 조성하지 못해 통일까지 갈 길이 아득히 멀다"고 지적했다.

  • ▲ 아침일찍 세미나에 참석한 사람들 ⓒ 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 아침일찍 세미나에 참석한 사람들 ⓒ 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김황식 前총리는 "통일은 우리가 계획하고 서두른다고 뜻대로 이루어 지지 않는다. 하지만 언젠가 통일은 꼭 이뤄진다는 확신과 인내심을 가지고 북한의 실태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면서 "정부는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는 세력이 북한이라는 사실을 각인하고 국가안보를 최우선으로 대비해야한다. 하지만 정권 차원의 성과에 급급해 북한을 과도하게 자극할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김황식 前총리는 "정부는 발생 가능한 모든 경우에 대해 치밀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면서 "국방부, 국정원, 외교부, 통일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방부는 북한의 위협에 철저히 대비해야 하고, 외교부와 통일부는 민족 동질성 회복과 교류협력을 통해 북한을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 김황식 前총리의 지적이었다.

    김황식 前총리는 통일을 위해서는 국제규범을 존중하고 품격을 갖춘 외교적 노력으로 통일에 우호적인 국제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산주의 허상에 분노한 동독인이 분단의 벽을 허물었듯 북한 주민의 마음을 사는 정책과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황식 前총리는 "특히 북한 주민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한 노력을 포기해선 안된다"면서 "영양실조와 질병 같은 어려움을 겪는 어린이와 부녀자에 대한 지원은 계속돼야 한다. 나아가 통일에 이르렀을 때 투입될 비용에 대비해 국가채무가 늘지 않도록 정부재정 관리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황식 前총리는 "독일 통일에서 가장 큰 원동력은 서독의 경제력이었다"면서 "경제력 등 국력을 키우는 것이 통일의 길"이라고 덧붙였다. 80년대 후반 동독 경제는 사실상 서독 경제에 예속된 상태였다는 것이다.

    당시 동독은 서독의 지원이 없으면 붕괴할 상태에 놓여있었다고 한다. 서독에 많은 의지를 하던 동독은 인구나 영토로 볼 때 서독의 4분의 1에 불과했다. 하지만 북한은 우리보다 영토도 크고 인구도 남한의 60% 일정도로 통일 과정에서 우리가 부담해야할 비용이 큰 편인 점이 차이다.   

    김황식 前총리는 "무엇보다도 우리가 바라는 통일은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를 바탕으로 한 평화통일이어야 함을 절대 잊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연을 마무리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