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 "구조조정, 납득할 만한 해명 없으면 국회서 따질 것" 엄포
  •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27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국회 사진공동취재단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27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국회 사진공동취재단


    더불어민주당이 오는 13일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을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20대 국회에서 첫 시정연설을 하는 대통령에게 어떤 예우를 갖출지, 항의의 방법과 수위를 놓고 잔머리를 굴리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박 대통령의 시정연설 때마다 침묵 시위-펫말 시위 등의 다양한 행태를 선보였던 야권이 20대 국회 개원식마저 예의를 저버린 시위로 얼룩지게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박 대통령의 국회 연설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1987년 개헌 이후 1988년 13대 국회부터 대통령이 빠짐없이 개원 연설을 해왔다는 점에서, 대통령의 20대 국회 개원식 연설은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내부적으로 대책 논의에 들어갔다. 당 관계자는 10일 "본회의장에서 어떻게 할지는 아직 결정된 게 없다"면서도 "
    민생경제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납득할 수 있는 구조조정 방안을 내놔야 한다는 국민의 목소리는 전달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박 대통령의 시정연설이 열리는 국회 본회의장에서 어떤 행동을 보일지는 아직 정하지 못했지만, 어떤 식으로든 항의의 표시를 할 수 있다는 얘기다.

    당 내부에서는 20대 국회 개원식인 만큼 협치의 차원에서 대통령에게 최소한의 예의는 갖추자는 의견과, 최근 청와대의 거부권 행사와 관련해 박 대통령에게 강하게 항의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협치의 문이 열리는 20대 국회 개원식에서 펫말 등을 이용해 대통령에게 강하게 항의할 경우 자칫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점에서 야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당 안팎에서는 대통령 입·퇴장 때 각 의원들의 자유의사에 따라 자리에서 일어나되 대통령을 향해 박수를 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자세한 행동지침을 확정하지 못한 지도부는 13일 시정연설 직전까지 고심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27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국회 사진공동취재단


    청와대는 이번 연설을 통해, 최근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 등으로 멀어진 야당과의 관계가 회복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이날 당 회의에서 "마침 13일 개원식에 대통령께서 오셔서 시정연설을 하신다고 하니, 야당의 협조만 일방적으로 부탁하실 것이 아니라 구조조정 등 산적한 경제문제에 대해서 소상히 국민에게 그동안의 과정을 설명하고 무엇이 잘못이었는지에 대해서 고백하는 그런 말씀이 꼭 필요하다"며 공세적 자세를 취했다. 

    특히 그는 "더불어민주당은 이 문제에 대해서 납득할 만한 해명과 국민들이 동의할만한 설명이 없으면 국회에서 따질 수밖에 없다. 국회에서 진실을 밝힐 수밖에 없다"고 엄포를 놨다.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에서 강한 야당을 보여주겠다고 벼르던 야당이 박 대통령 국회 방문을 계기로 정부 압박의 수위를 높이려는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 ▲ 2015년 10월 27일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 나선 가운데,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이 '국정교과서 반대', '민생우선'이라고 종이를 모니터에 붙인 채 침묵시위를 벌이고 있다.ⓒ국회 사진공동취재단
    ▲ 2015년 10월 27일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 나선 가운데,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이 '국정교과서 반대', '민생우선'이라고 종이를 모니터에 붙인 채 침묵시위를 벌이고 있다.ⓒ국회 사진공동취재단


    야당은 그동안 박 대통령 국회 연설 때마다 각종 시위 방법을 동원하며 대통령에게 거친 항의의 뜻을 표했었다.

    시위를 주도한 의원들은 옛 통진당 출신 인사들이거나 더불어민주당의 친노(親盧·친노무현) 강경파 의원들이었다. 이들은 대통령이 국회에 올 때마다 '박근혜 대통령 입·퇴장 시 기립 거부', '검은 넥타이 착용', '연설할 때 박수 금지' 등의 방법을 제시하며 '대통령 흔들기'를 주도해왔다. 

    앞서 지난 2013년 11월 18일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에서 취임 이후 첫 시정연설을 하던 날, 통진당 소속 의원들은 본회의장에서 '정당 해산 철회' 등의 손 팻말을 들고 침묵 시위를 벌였다.

    지난해 10월 27일 새정민주연합(더민주)도 박근혜 대통령 시정연설에서 '국정교과서 반대', '민생 우선' 등의 피켓을 활용, 과거 통진당과 유사한 방법으로 시위를 벌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