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국무회의에 여야 정치권 '출렁'… '상시청문회법' 29일 자정 자동폐기 수순
  • '상시청문회법'에 대해 긴급 국무회의가 소집된데 이어 전격적인 거부권이 행사되자, 국회의 여야 정치권에서도 긴박한 대응 움직임이 포착됐다.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은 "거부권 행사를 몰랐다"면서도 차분한 반응을 보인 반면,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 등 야3당은 초기 혼란에 이어 분노와 체념 등으로 시시각각 반응이 변하는 모습을 보였다.

  • ▲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와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가 27일 긴급 원내대표단 회의를 소집한 자리에서, 거부권 행사에 따른 계류 법안 자동폐기의 법리를 설명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와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가 27일 긴급 원내대표단 회의를 소집한 자리에서, 거부권 행사에 따른 계류 법안 자동폐기의 법리를 설명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상시청문회법' 전격 거부권… 29일 자정 자동폐기

    황교안 국무총리는 박근혜 대통령이 아프리카 제국(諸國) 외유 중인 27일 오전, 긴급 국무회의를 소집해 상시청문회법에 대한 거부권을 전격 행사했다.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을 규정한 헌법 제53조 2항에 따라 법안은 19대 국회로 되돌아오게 됐다. 19대 국회 임기 중에 거부권이 행사됐기 때문에, 국회는 임기 만료일인 29일까지 본회의를 소집해 재의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임기가 불과 이틀 남았기에 이는 현실적으로 곤란하다. 따라서 국회의원의 임기가 만료된 때에는 의결되지 못한 의안은 폐기된다는 헌법 제51조 단서에 의해 상시청문회법은 29일 자정으로 자동 폐기의 운명을 맞이하게 됐다.

    ◆19대 국회 임기내 거부권 행사… 법리 논쟁 해소

    그간 헌법학계는 △상시청문회법이 삼권분립을 침해하는 위헌성이 있는지 여부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아도 국회의 임기 만료로 '보류거부'가 성립하는지 여부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새로운 국회의 임기가 시작된 이후라면 새 국회에서 재의를 할 수 있는지 여부 등을 놓고 논란을 벌여왔다.

    그러나 19대 국회 임기 내에 거부권이 전격 행사됨에 따라 더 이상 논란의 여지는 사라졌다. 임기가 이틀 남은 국회로 법안이 되돌아왔고, 이를 임기 중에 의결하지 못하면, 임기 만료시 '회기불계속의 원칙'을 명시하고 있는 헌법에 따라 법안이 폐기된다는 것은 명백하다.

    20대 국회에서 재의를 시도한다면 이는 법안의 발의와 소관 상임위·법사위 심사 과정 등을 모두 건너뛰는 위헌 상정이며 위헌 의결 시도가 되는 셈이다.

  • ▲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와 기동민 원내대변인이 27일 긴급 기자회견에서 거부권 행사를 위한 이날의 긴급 국무회의 소집을 꼼수 국무회의라며 격렬히 규탄하고 있다.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나아가 거부권 행사가 원천 무효라는 주장까지 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와 기동민 원내대변인이 27일 긴급 기자회견에서 거부권 행사를 위한 이날의 긴급 국무회의 소집을 꼼수 국무회의라며 격렬히 규탄하고 있다.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나아가 거부권 행사가 원천 무효라는 주장까지 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야3당, 최초에는 "재의하자" 공조했다가

    이날 오전 긴급 국무회의 소집 등 거부권 행사 움직임이 포착되자, 야권의 반응은 시시각각 급격한 변화를 나타냈다.

    처음에는 혼란 속에서 대응 방안을 모색하다가, 거부권이 막상 행사되자 분노를 나타냈고, 법리상 마땅한 대응 방안이 없다는 것이 알려진 뒤에는 체념과 함께 일각에서는 극심한 분노로 현실을 부정하는 행태를 보이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와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 등 야3당 원내지도부는 이날 아침 각 당의 오전 회의에 앞서 전화 통화를 갖고 거부권 행사시 대응 방안을 조율했다. 이들은 "만약 거부권이 행사돼 법안이 국회로 돌아오면, 야3당이 공조해서 재의결한다"는데 입장을 같이 했다.

    ◆대응 방법 없자 "꼼수 국무회의" 분노로 '펄펄'

    그런데 이후 법리를 검토한 결과, 이틀 남은 29일까지 19대 국회 본회의를 소집해 재의하지 않으면 헌법 제51조 단서에 따라 상시청문회법이 자동 폐기된다는 것이 드러났다.

    그러자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해 "다음주 화요일에 정기 국무회의가 열릴텐데 오늘 긴급 소집한 것은 19대 국회 마지막이라 본회의를 열 수 없기 때문"이라며 "만약 다음주 (정기) 국무회의에서 거부권을 의결하면 20대 국회로 재의 권한이 넘어가기 때문에 오늘로 당긴 것 아니냐"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이날의 긴급 국무회의를 "꼼수 국무회의"라고 거듭 규탄했다. 다만 실질적인 후속 대응 방안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절차 문제는 내가 답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곤혹스러운 반응을 나타냈다.

    더민주 박완주 원내수석부대표는 "국회가 재의 요구를 받을 수 있는 요건 자체를 충족시키지 못한 상황이 아니냐"며 "이것은 권력 남용"이라고 분개했다.

    국민의당 관계자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재의할 시간조차 없는 것은 비겁하다"며 "법률의 최종 폐기 권한을 입법부가 아닌 대통령이 갖게 되는 셈인데, 이것도 헌법의 대전제에 위배되는 것 아니냐"고 분노했다.

  • ▲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2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상시청문회법 거부권 행사에 대해 야3당 공조를 통한 대응 방침을 밝히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2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상시청문회법 거부권 행사에 대해 야3당 공조를 통한 대응 방침을 밝히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체념·현실부정까지… 더민주 "거부권은 원천 무효"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기 만료시에는 회기불계속의 원칙을 명시한 헌법 제51조 단서를 넘어설 수는 없다는 것이 명백해지자, 야권은 일부 체념하는 한편 일각에서는 현실을 부정하는 격렬한 반응을 나타내기도 했다.

    더민주 송옥주 대변인은 "박근혜 대통령이 19대 국회의 마지막 날 국무회의를 소집해서 거부권을 의결하는 비겁한 꼼수를 썼다"면서도 "더불어민주당은 정쟁을 유발하려는 정부·여당의 노림수에 말려들지 않고, 민생에 주력할 것"이라고 '상시청문회법' 사태와 관련해 체념하는 반응을 내놓았다.

    반면 같은 당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19대 국회가 폐회되는 마지막 날에 재의를 요구한 것은 사실상 19대 국회가 역할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이를 악용한 것"이라며 "대통령의 재의 요구는 법적으로 불가능한 것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재의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에서의 대통령의 재의 요구는 명백한 권한 남용이며 법률적으로도 그 효력이 없다"며 "오늘 대통령의 재의 요구는 원천 무효"를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현실적으로는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따라 '상시청문회' 법안이 국회로 되돌아오고 있는데, 눈앞의 정치 현실을 외면한 채 "원천 무효"를 부르짖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새누리당 '차분'… 김도읍 "기습 상정이 꼼수"

    한편 긴급 국무회의 소집에 뒤따른 전격적인 거부권 행사에 대해, 일찌감치 거부권 행사를 종용해 왔던 새누리당은 차분한 반응을 보였다.

    새누리당 민경욱 원내대변인은 "나도 뉴스를 듣고 (거부권 행사를) 알았다"면서도 "새누리당은 오늘 재의 요구에 대해 국회법 절차에 따라 대응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날 긴급 소집된 원내대표단 회의에서 "20대 국회에서 이 문제를 또 다루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20대에서 재의결하겠다는 것은 법리에 맞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법조인 출신인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는 "야당에서는 20대 국회에서 재의결을 시도하겠다고 하는데, 거부권이 행사돼서 국회에 접수가 되면 19대에 처리되지 못한, 의결해야 할 법안에 불과하다"며 "다른 법안들이 임기만료 시 자동폐기되듯이 이 법안도 폐기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또 야당 일각에서는 19대 국회의 본회의가 사실상 열릴 가능성이 없는 상황에서 재의를 요구한 것은 꼼수라는 말을 했다더라"며 "10여 개월 상정되지 못하던 법을 기습적으로 상정한 것이 꼼수인지, 이송된 날로부터 3~4일 만에 재의요구를 한 것이 꼼수인지 되묻고 싶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