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공유하기

로고

무악 2구역 주민 "박원순이 월 1억 5천 내줄꺼냐?"

"공사중단 시 월 1억 5,000만 원 금융비용"…대부분 70년대 지은 건물

입력 2016-05-26 17:03 | 수정 2016-05-27 17:02

▲ 박원순 서울시장 지지자들이 트위터 등 SNS에서 공유하는 사진. 지난 5월 17일 서울 종로구 무악 2구역 재개발 현장을 찾아 철거중단 지시를 내리는 모습이다. ⓒ트위터 캡쳐

지난 5월 18일 서울시청 광장에서 '5.18 민주화운동 36주기 추모식'을 열었던 박원순 서울시장. 전날인 5월 17일에 그가 보인 행태가 한 매체의 동영상 뉴스로 공개되면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영상 속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은 무역 2구역 재개발 현장을 찾아 이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편을 들면서 이렇게 말했다.

"서울시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해서라도 이 공사는 없습니다. 제가 법적으로, 손해배상을 당해도 좋아요."

하지만 현장을 취재한 매체들은 "박원순 시장이 떠나고 한 시간도 되지 않아 철거가 재개됐다"며 서울시 등을 비난했다.

영상 속 현장은 서울 종로구 무악2구역 재개발 현장이다. 일명 '옥바라지 골목'이라 부르는 이 곳은 언론들이 "일제 때 서대문 형무소에 갇힌 수형자 가족들이 옥바라지를 위해 모여들었던 곳"이라고 보도하면서 유명해졌다.

이날 박원순 시장이 '철거 반대'를 외치자 환호한 쪽은 재개발에 반대하는 주민과 '옥바라지 마을 보존 비상대책위' 회원 등 50여 명이었다.

철거 용역업체 직원 40여 명은 무악 2지구 재개발구역 1만㎡ 부지 가운데 마지막 남은 '구본장 여관'과 주변 건물을 철거하기 위해 오전 6시 40분부터 나와 대기하던 상태였다.

▲ 26일 촬영한 서울 종로구 무악2구역 재개발 지구(일명 옥바라지 골목)의 전경. 거의 대부분의 건물이 철거된 상태다. ⓒ정재훈 뉴데일리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 가운데 '옥바라지 마을 보존'을 요구하는 사람들의 편에 섰지만, 정작 이곳에 살던 주민들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지적했다. 건물대장을 보면 해당 지역 건물 대부분이 1970년대에 세워졌는데 무슨 '일제시대 옥바라지'를 하던 곳이냐고 반박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중단하라"고 지시한 구본장 여관 등 일대 철거 공사는 2015년 7월 재개발 조합이 종로구청으로부터 관리처분인가를 받고, 2016년 들어 철거에 반대하는 세입자들을 대상으로 조합원들이 명도소송에서 승소, 법적으로는 전혀 문제가 없는 것이었다.

무악 2구역에 살던 원주민과 땅주인들인 재개발 조합원에게는 6년만의 희소식이었다. 

2010년 재개발 조합을 설립한 뒤 6년 동안 수많은 협의와 논의를 거쳤고, 이 과정에서도 설득이 안 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합법적인 처분을 얻어낸 것이었다. 즉 서울시가 주장하는 "재개발을 위한 충분한 합의"를 거친 상태였다.

무악 2구역 재개발 조합측은 "지금까지 강제집행을 피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했다"며 "주민들과 사전협의체를 개최했고 구청과 사전협의를 충분히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박원순 서울시장의 지난 17일 발언 이후 재개발 조합 측은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무악 2구역 재개발 조합 측은 박원순 시장의 발언 이후 갑자기 사업이 중단되면서, 앞으로 발생하는 '금융비용'을 가장 걱정하고 있다고 했다.

재개발 공사가 지연될 경우 매달 1억 5,000만 원의 금융비용이 발생하는데, 이는 조합원 1인당 180만 원을 부담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 무악2구역 재개발 조합원들은 갑작스런 서울시장의 공사중단 선언에 억울함을 토로했다. ⓒ정재훈 뉴데일리 기자


일부 조합원은 "박원순 시장이 '공사 중단하라'면서 으름장을 놓고 갔는데 이러다 재개발이 무산되거나 예기치 못한 불이익을 받게 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조합원은 "우리는 철저히 법과 절차에 따라 재개발 사업을 진행했는데 왜 고통받아야 하느냐"면서 "서울시장은 법 위에 있는 존재냐"고 박원순 시장을 성토하기도 했다.

조합원들 가운데 일부는 무악 2구역을 '옥바라지 골목'이라 부르며, 이주와 철거를 거주하는 사람들에게 다른 의도가 있다고 의심하기도 했다. 이들은 그 근거로 '옥바라지 골목 보존'을 내세우며 해당 구역에 마지막으로 거주 중인 이 모 씨, 최 모 씨의 사례를 들었다.

조합원들에 따르면, 이들은 이미 건물과 토지 보상 명목으로 억대의 돈을 받아갔다고 한다. 이 씨는 5억 7,000만 원, 최 씨는 자신의 모친이자 건물주였던 홍 모 씨가 2억 원 가량을 받았다는 것이다. 조합원들은 그에 대한 근거로 계좌이체 내역 등을 제시했다.

조합원들은 재개발 조합이 설립되고 철거공사를 시작한 뒤에야 '옥바라지 골목'이라는 게 뜬금없이 튀어 나왔다는 증언도 했다.

조합원들에 따르면, 현재 '옥바라지골목보존 비상대책위원회'라는 단체 회원 중 실제로 거주 중인 주민은 단 두명이라고 한다. 다른 사람들의 정체는 알 수가 없었다.

몇몇 조합원은 "이 지역에 쭉 살았지만, 역사성이 있는 골목인지 몰랐다"면서 "재개발에 반대하는 시위대들의 논리대로면 사대문 안에서 재개발을 할 수 있는 곳이 있느냐"고 되물었다.

다른 조합원은 "이제 1만㎡ 재개발 구역 가운데 다 철거되고 달랑 두 집만 남았는데 무슨 '옥바라지 골목 보존'이냐"면서 "정말 역사적 의미가 있다면 재개발을 시작하기 전에 행정당국에서 제동을 걸거나 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따졌다.

▲ 지난 5월 17일 박원순 서울시장의 철거중단 지시 이후 '옥바라지 골목 보존 대책위원회' 페이스북에 실린 서울시 해명 보도자료. ⓒ옥바라지 골목 보존 대책위원회 페이스북 캡쳐

한편 박원순 서울시장의 등장으로 대중들에게 알려진 '옥바라지 골목 보존 대책위원회'는 자신들의 페이스북에서 "롯데캐슬 측과 구청이 조합원을 내세워 현장을 침탈한다"는 식의 표현을 사용하고 있었다.

'옥바라지 골목 보존 대책위원회' 측은 성명서를 통해 이런 주장을 내놓은 바 있다.

"옥바라지 골목은 서대문형무소가 생긴 뒤 1920년대부터 자연스럽게 형성된 여관 골목이다. 60~70년대에는 독재정권에 맞섰던 많은 이들이 고초를 겪은 곳이다. 우리가 비록 이 골목의 역사성을 뒤늦게 깨달았지만, 앞으로 옥바라지 골목의 역사성과 자료를 충분히 연구해 살아있는 역사적 공간이 될수 있도록 시와 구청이 노력해야 한다."

이들은 스스로 "대책위원회에 무악 2구역 주민 외에도 역사학자, 예술가 등이 포함돼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즉 재개발 지역 주민이 아니라 '외부인'도 다수 포함돼 있다는 뜻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행동은 이 '대책위원회'의 요구에 호응한 것으로밖에 풀이되지 않는다.

지난 17일 철거업체 직원들이 '구본장 여관' 등 마지막 남은 건물을 철거하려 했을 때 나타난 박원순 서울시장은 "내가 서울시장인거 알죠"라며 재개발 조합 관계자를 찾았다고 한다.

그러면서 동행한 서울시 담당 국장에게 "(재개발 조합 측이) 오늘 나를 만나기로 했고, 나를 만나기로 했으면서도 이러는 것(철거공사를 진행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라며 철거 중단을 지시했다고 한다. 

▲ 26일 오후 무악2지구 재개발 현장에서 한 시민이 가림막에 쓰인 낙서들을 보고 있다. ⓒ정재훈 뉴데일리 기자


하지만 재개발 조합원들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철거현장을 방문하기 전날까지 서울시로부터 어떤 연락도 없었다"면서 "그래서 예정대로 17일 오전 강제집행(철거)을 시작한 것"이라고 밝혔다. 

5월 17일 무악 2구역 철거현장을 찾은 뒤 논란이 점점 커지자 박원순 시장은 더 이상 '옥바라지 골목'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같은 날 서울시 관계자가 기자들에게 관련 브리핑을 한 것이 전부다.

서울시 측은 5월 17일 보도자료를 통해 "박원순 시장의 발언은 사업 자체를 중단한다는 것이 아닌, 당장 철거를 중단하고 합의 없이는 더 이상의 절차가 진행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박원순 서울시장의 '재개발 정책'을 설명했다.

서울시 측이 밝힌 '박원순 시장의 철학과 일관된 도시재생 원칙'이란 "전면적 강제철거로 인해 소중한 목숨이 희생된 '용산참사'와 같은 비극이 되풀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에서 "재개발에 찬성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 간에 최소한 5번의 협의를 거쳐야 한다"는 뜻이라고 한다.

서울시 측은 "무악2지구는 사전협의체를 5번 중 3번 개최한 상황이었다"면서 "서울시는 합의 없는 강제철거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철거유예공문 또한 종로구청에 4차례, 롯데건설에 한 차례 보냈고, 종로구부구청장, 조합장 3회의 면담 및 롯데건설 본사 방문도 실시한 바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시 측은 또한 "박원순 시장이 발언한 내용은 재개발 사업의 절차와 권한에 대해 관계법에서 정한 절차를 넘거나 위반하는 차원이 아니라 합의 없는 강제철거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서울시의 도시개발 원칙을 재천명한 것으로, 향후 이 원칙을 확고하게 지켜나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서울시가 '해명'한 관련 조치에 대해 무악 2구역 재개발 조합원들은 들은 바가 없다는 게 문제였다.

서울시 측은 "박원순 시장의 입장은 합의 없는 강제철거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며 "조합 측과 철거를 반대하는 측 입장을 (시장도) 알고 있고, 법에 대해서도 알고 있다"면서 박원순 시장의 '철거중단 지시'가 사실상 초법적인 것이라는 점을 인정하기도 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박원순 시장은 오는 30일 오후 7시 종로구청 대강당에서 '뉴타운·재개발 소통회의'를 열어 '무악2구역 재개발 사태'의 해법을 찾을 예정이라고 한다. 이 자리에는 소위 '전문가·시민단체·시민 등'이 참석할 것이라고 한다.

이는 서울시와 박원순 시장의 '갈등 해법'이 '법치주의'에 따르는 게 아니라, '문제와 무관한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고 따르는', '포퓰리즘'에 가깝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볼 수도 있다.

재개발 사업은 지역 주민, 특히 집주인들의 의사에 따라 조합을 결성하고, 해당 지역에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시행을 하는 것이 정상이다. 법에 따라 정상적으로 진행하는 재개발 사업을 강제로 중단시켜, 지은지 40년이 넘은 낡은 집 한 번 고쳐보겠다고 모인 원주민들에게 월 1억 5,000만 원이 넘는 '금융비용'을 부담시키는 것이 박원순 서울시장의 '서민친화적 정책'일까.

변호사로 유명한 박원순 시장이 '관련 법률'을 모르지는 않을 텐데도 이 같은 조치를 취한 것에 대해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뉴데일리 댓글 운영정책

뉴데일리 경제

대구·경북

메인페이지가 로드됩니다.

로고

뉴데일리TV

칼럼

특종

제약·의료·바이오

선진 한국의 내일을 여는 모임. 한국 선진화 포럼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