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끝나면 親文에 의해 용도폐기 "물어본들 뭐하겠나"
  • ▲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29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에 참석해 스트로브 세례를 받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29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에 참석해 스트로브 세례를 받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의 관훈토론이 대단히 공격적인 분위기에서 진행되면서, 앞서 16일 진행됐던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의 관훈토론 분위기가 느슨했던 이유가 무엇인지 새삼 재조명되고 있다.

    관훈토론회에는 주요 매체의 데스크급이나 논설위원 등 중견 언론인이 패널로 등장한다. 그만큼 날카로운 질문을 하는 토론회로 정평이 나 있다. 김수환 추기경도 관훈토론회를 "매서운 시험관들 앞에서 구두시험을 치는 것 같은 두려움"이었다고 회고할 정도였다.

    29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의 관훈토론도 전통(?)대로 대단히 공격적인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고희경 SBS 기획부장, 박민 문화일보 정치부장, 최상연 중앙일보 논설위원, 이태규 한국일보 정치부장이 패널로 나왔는데, 안철수 대표를 향해 가차없는 질문 공세가 쏟아졌다.

    일례로 이날 관훈토론에서는 "박경철·송호창·금태섭·윤여준 등 정치 입문 당시 가깝던 분들이 다 떠났다"며 "사회성 떨어진다는 이야기를 들었느냐"는 돌직구가 날아들었다. 또, "(총선 목표가) 20~40석이라고 말했는데, 한창 총선 중에 외람되긴 하지만 (달성하지 못하면) 정치를 떠날 생각도 있느냐"는, 정계 은퇴 여부를 직접 물어보는 질문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안철수 대표는 "우선 내가 부족해서 그렇다"면서도 "내가 벤처를 창업하고 회사 사장과 대학원장으로 변화를 주도했는데, 사회성 없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고 항변했다.

    정계 은퇴 여부를 직접적으로 물어온 질문에는 "내가 정치를 하고 싶어서 먼저 나선 게 아니라 국민들의 변화에 대한 열망이 아주 높아서 정치를 시작하게 된 것"이라며 "내게 정치는 소명"이라고 예봉을 슬쩍 비껴갔지만, 다소 당혹스러워하는 기색은 있었다.

    이러한 공격적 질문이야말로 관훈토론의 백미다. 지난 2014년 열렸던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최고위원과 새정치민주연합(당시)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의 관훈토론에서도 날선 질문들이 쏟아져 양당 대표들이 쩔쩔 맸다.

  • ▲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대위 대표가 지난 16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에 참석해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대위 대표가 지난 16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에 참석해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지난해 관훈토론에 나섰던 문재인 대표(당시)는 이같은 관훈토론의 특성을 몰랐는지, 아니면 민주적인 토론 자체에 익숙하지 않은지, 그도저도 아니면 질문 자체가 불편했던지 중간중간에 "정말 이렇게 편파적인 질문을 할 수 있는 것이냐"며 "질문 자체를 거둬달라"고 되레 패널을 꾸짖는 기이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문재인 전 대표는 당시 관훈토론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예로 든 것은 유감"이라고 하며 질문지를 마치 가르치려 하는 태도를 취하는가 하면, 자신이 수장으로 있는 친노 계파의 패권주의 때문에 야기된 분당 사태와 관련한 질문이 계속되자 "정책 질문은 안 하느냐"고 비난하는 등 '막장'에 가까운 행태를 보였다.

    이처럼 문재인 전 대표의 본성을 끌어낼 정도로 관훈토론은 공격적인 분위기에서 진행되는 게 특징이다. 그런데 지난 16일 같은 자리에서 열렸던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관훈토론은 대단히 느슨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전통대로 되돌아온 안철수 대표 관훈토론의 공격적인 분위기가 새삼스럽게 느껴질 정도였다.

    대체 이유가 무엇 때문이었을까. 정치권 관계자는 "김종인 대표는 '바지사장'에 불과하기 때문"이라며 "공격적으로 질문한들 나올 수 있는 게 뻔하지 않느냐"고 진단했다.

    이날 안철수 대표의 토론회에는 입장이 제한된 일부 시민들이 입구에서 욕설을 하며 난동을 벌이는 추태를 보이기도 했다. 눈살을 찌푸리게 한 광경이지만, 그만큼 안철수 대표 관훈토론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런데 김종인 대표의 관훈토론 때는 이러한 일이 일절 없었다. 다 '바지사장'이기 때문이라고 하면 쉽게 해석된다. 관훈토론의 대조적인 분위기의 원인은 여기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야권 관계자는 "그 당(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 전 대표와 친노들의 당인데, 김종인 대표에게 무얼 물어본들 무슨 이렇다할 답이 나올 수 있겠느냐"며 "김종인 대표는 어차피 총선이 끝나면 친문들에 의해 용도폐기돼서 '연세가 지긋이 드신 실버 비례대표 의원 1명'에 불과한 신세로 전락하게 된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