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 대통령 공 인정해야한다'는 상식, 당당히 말할 수 있어야
  • ▲ 가칭 국민의당 한상진 창당준비위원장이 지난 14일
    ▲ 가칭 국민의당 한상진 창당준비위원장이 지난 14일 "이승만 전 대통령은 국부"라고 발언한 것이 논란이 됐다. 이승만 전 대통령을 넘어 대한민국의 자유와 공화의 가치를 세울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이승만 전 대통령은 국부"

    국민의당 한상진 창당준비위원장이 최근 꺼낸 말이다.

    그는 지난 14일 4.19 민주묘지를 참배하면서 "많은 한계가 있었지만 이 전 대통령은 원래 자유민주주의를 신봉한 분이었다"면서 "우리는 그 공로를 결코 잊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현장에 있던 기자들은 재차 물었다. 8.15 건국절 논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 질문도 나왔다.

    한 위원장은 재차 질문이 쏟아지자 자신의 발언이 논란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짐작한 듯 "개인적 생각이다"라며 선을 그었다. 그러나 동시에 "내 생각이 당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물러서지 않을 것이란 뜻도 내비쳤다.

    이날 한상진 위원장이 보여준 헤프닝은 전직 대통령의 공을 잊지 말자는 지극히 상식적인 소리마저 논란이 되는 오늘날의 씁쓸한 현실을 보여준다. 그간 진보진영 일각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과 박정희 전 대통령에 '민주주의를 후퇴시킨 독재자'라는 주장을 해댄 탓이다.

    사실 한상진 창준위원장은 4.19 민주묘역을 참배하기에 앞서 광주에 있는 광주 5.18 민주묘지를 먼저 찾았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있는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했다. 현충원에서도 김대중·김영삼·박정희·이승만 대통령 순서로 전직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한 위원장의 인식에서는 이승만 전 대통령이 뒷 순서로 밀려나 있다.

    사정이 이런데 이른바 진보라 자칭하는 진영에서는 이승만 전 대통령을 국부라고 말한 것에 대해 사죄하라는 반응을 보였다. 전직 대통령의 공을 애써 감추지 말아야 한다는 상식적인 이야기를 꺼내서는 안 된다는 성역이라도 있는 걸까.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는 SNS에 "(한 위원장이) '이승만 국부, 1948 건국'을 주장하며 '수구적 보수 우파'의 정체성을 밝혀주신 것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조국 서울대 교수도 "임시정부 수반을 근거로 국부를 거론하려면 반드시 박은식, 김구 등이 들어가야 한다"면서 "사실 어떤 이가 대한민국의 '국부'라 불리기 위해서는 그의 사상과 철학이 현재에도 계승해서 마땅한 사람이어야 하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이같은 발언의 배경은 더불어민주당이 호남을 두고 국민의당과 절박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 까닭이다. 앞으로도 국민의당의 행보를 우파적 행보로 규정하고 비판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비슷한 기미는 경제정책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경제민주화를 이루겠다면서 김종인 전 의원을 영입했다. 반면, 국민의당 유성엽 의원은 최근 "정부의 재정적자와 부자증세가 도리어 경제의 발목을 잡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친시장적 경제정책을 총선에 내놓을 것임을 예고하기도 했다. 이 또한 시장경제체제를 인정하는 대한민국에서 상식적인 이야기지만 야권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 ▲ 가칭 국민의당 당사에는 "담대한 변화가 시작됩니다"라는 문구가 백보드에 붙어있다. 새로운 정치를 표방하는 신당이 '변화'로 자유와 공화의 가치를 높이 들 수 있을까.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 가칭 국민의당 당사에는 "담대한 변화가 시작됩니다"라는 문구가 백보드에 붙어있다. 새로운 정치를 표방하는 신당이 '변화'로 자유와 공화의 가치를 높이 들 수 있을까.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과연 국민의당이 더민주 등의 공세를 극복하고 자유와 공화를 외칠 수 있을까. 안철수 의원이 당 이름을 가칭 국민의당으로 지은 것으로 미뤄 짐작해 본다면 그 뜻이 아주 없지는 않아 보인다.

    안철수 의원은 "국민의 당이 게티즈버그 연설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안 의원은 지난 11일 광주 상록회관에서 진행된 '호남 집단지성과의 대화'에서 "남북전쟁으로 분열된 나라에서 흑인 노예들의 인권을 대변하며 농장주와 싸워 슬기롭게 극복하고 기득권을 바꿨던 기념비적인 연설이 바로 게티즈버그 연설"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국민의당에는 (링컨의) 정신에 따라서 대한민국을 통합하고 기득권에 찌든 낡은 정치 제대로 바꾼다는 뜻이 담겨있다"고 덧붙였다.

    국민을 위한, 국민에 의한, 국민의당이라는 뜻이다.

    게티즈버그 연설을 한 대통령은 링컨 대통령이다. 당시 미국의 16대 대통령이었던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은 "흑인 노예들의 짓밟힌 인권은 투표로 결정할 수 없다" 며 전쟁을 불사할 것임을 천명했다. 미국인들에게 링컨은 남북 전쟁이라는 극심한 갈등 속에 끝내 승리해 자유와 공화의 가치를 정립하고, 흑인 노예의 인권을 지켜낸 대통령으로 기억되고 있다.

    '공화'의 가치를 이 땅에 키워낸 사람은 이승만 전 대통령이다. 이 전 대통령 역시 김일성 왕조와 공산주의로부터 인권을 유린당하는 북한 주민을 구하고 인류 보편적 가치를 세워야 한다며 북진 통일론을 주장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이 추구한 자유와 공화의 가치가 단순히 반공주의에 머무른 것도 아니었다. 그는 대한제국과 조선의 기존 제도인 신분제를 타파했다. 새로운 대한민국을 살아갈 국민들의 보편적인 자유와 인권, 공화를 위해 애썼다. 대표적인 예시가 1948년 아무런 조건 없이 여성참정권을 인정한 일이다.

    이는 심지어 미국보다 빨리 여성참정이 인정된 것으로, 미국은 비록 법적으로는 20년대에 선거권을 줬지만 선거 세를 부과하는 등 각종 제약도 함께 두었다. 조건과 지위에 관계없이 선거를 할 수 있게 된 것은 60년대 말이나 돼서였다.

    때문에 국민의당이 개혁적 보수를 외치면서 자유와 공화의 가치를 세우기 위해서는 이승만 전 대통령 논쟁에서 피해 가는 것이 아니라 극복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운동권과 이를 대변하고 있는 친노, 그리고 종북세력 등과 완전히 결별하지 않고 적당히 피해 가서는 자유와 공화의 가치를 바로 세울 수 없다는 뜻이다.

    안철수 의원이 이끄는 국민의당이 일각의 공세를 극복하고 대한민국의 자유와 공화의 가치를 지키는 정당이 될 수 있을까. 야권의 지독한 공세는 계속될 것이고, 달큰한 야권 연대의 유혹도 갈 수록 커질 것임에 분명하다. 첫 방향을 잘 잡은 듯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고 험난해 보인다.